노시니어존, 나이로 그어진 경계 〈11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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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니어존, 나이로 그어진 경계 〈1161호〉
  • 이예주 수습기자
  • 승인 2026.11.08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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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곳곳에서 특정 연령대나 집단의 출입을 제한하는 이른바 '노존(No Zon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어린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에서 시작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노유스존',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노시니어존' 등으로 그 대상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는 '노시니어존' 현상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지는 노시니어존의 등장 배경과 사회적 의미를 살펴보고, 이를 둘러싼 차별과 영업의 자유 사이의 쟁점을 짚어봤다. 나아가 세대 간 배제를 넘어 공존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 봤다.


노시니어존은 왜 등장했나 

 2010년대 중반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이 등장한 이후, 출입 제한 대상은 다른 연령층을 거쳐 고령층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수영장 △카페 △헬스장 등에서는 '60세 이상 출입금지', '고령자 이용 제한'을 내건 이른바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이 등장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은 ‘노시니어존’ 문구가 적힌 카페의 모습이다.(출처/ 『국민일보』)
▲사진은 ‘노시니어존’ 문구가 적힌 카페의 모습이다.(출처/ 『국민일보』)

 2023년 제주도의 한 카페가 노시니어존을 명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본격화됐다. 당시 이 카페는 일부 노인 손님의 지속적인 성희롱성 발언으로 인해 고령층 출입을 제한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한 누리꾼은 해당 사건의 보도에 대해 "여사장님한테 동네 할아버지들이 '마담이 이뻐서 온다', '그래서 커피맛이 좋다' 등의 성희롱을 많이 했다"며 "여사장님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노시니어존이라고 써 붙이셨다”고 댓글을 달았다. 실제로 소상공인·자영업자 약 200만 명이 가입한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50∼60대 손님의 무례한 행동을 지적하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카페 점주나 아르바이트생이 젊은 여성일 경우 성적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견에 다수가 공감했다. 

 또한 노시니어존을 도입한 헬스장 운영자 A씨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령층 이용객의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운영자 A씨는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운동기구를 이용하다 다칠 가능성이 높고, 손님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 발생 시에도 손해배상 등을 운영자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3년 3월 세종시의 한 헬스장에서 발생한 러닝머신 낙상 사고에서 이용자의 과실이 인정됐음에도, 법원은 헬스장 측의 안내 및 설명 부족을 근거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처럼 이용자의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영업소는 상당한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이와 같이 노시니어존은 일부 이용객의 행동과 안전사고에 대한 업주의 우려에서 출발하지만, 그 제한의 기준이 개인의 행위가 아닌 연령이라는 점에서 차별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인혐오의 연장선, 일상이 된 연령주의 

 노시니어존의 등장 배경에는 노년층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학계에서 '연령주의(ageism)'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이는 미국 학자 버틀러(Butler)가 1969년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나이를 이유로 한 고정관념과 차별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 대학 정치외교학전공 정회옥 교수(이하 정 교수)는 "노시니어존은 연령주의에 기반한 사고방식이 공간의 이용 자격을 결정하는 데까지 이어진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정한 나이가 넘으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단정하고, 특정 연령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65세 이상 노인 3,5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 경기도 노인실태조사'에서 노인 인권침해의 발생 원인(복수응답 가능)으로 △부정적 편견(42.6%) △의존적 존재(42.0%) △정책 부족(37.8%) 등이 꼽혔다. 이는 고령층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미비가 인권침해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디어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안순태·강한나가 2018년 발표한 논문 「소셜미디어를 통한 노인에 대한 간접 접촉이 노인 차별에 미치는 영향: 노인 낙인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에서 노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록 노인에 대한 낙인이 형성된다. 이러한 낙인은 노인차별로 이어지는 구조적 관계를 보인다.

▲그래프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출처/ 『동아일보』)
▲그래프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출처/ 『동아일보』)

 우리나라는 국제연합(UN) 기준으로 2017년 8월에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약 7년 4개월 만인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112만 5,000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6%를 기록했다. 노시니어존을 택한 업소가 일부에 그치더라도, 출입제한의 대상이 되는 고령인구는 1천만 명을 넘어선다. 이는 전체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집단이 일상 공간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초고령사회: 65세 이상 인구 20% 이상

 

차별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① 차별과 자유 사이, 모호한 경계

▲그래프는 노시니어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출처/ 『헤럴드경제』)
▲그래프는 노시니어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출처/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가 자사 홈페이지 방문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노시니어존 관련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325명)의 절반 이상이 노시니어존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카페 점주인 A씨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진상이 나이 든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나라면 피해를 준 사람들만 못 오게끔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법적·경제적 관점에서는 노시니어존을 두고 차별과 영업의 자유가 맞서고 있다. 「헌법 제15조」가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에는 영업의 자유도 포함된다. 또한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공간은 공공기관이 아닌 사유지이므로, 어떤 손님과 거래할지 정하는 계약의 자유 역시 보장된다. 

 2025년 7월 경기도 소재의 한 골프클럽이 70세 이상 고령층의 골프장 신규 회원 가입을 제한한 규정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판단하고, 관련 회칙의 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는 법적 강제력이 없으며, 현행법상 연령 차별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도 주로 고용 영역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노시니어존과 같이 고용 관계가 아닌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에는 해당 규정을 직접 적용하기 어려워, 이를 위법 행위로 규정하거나 처벌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영업자의 자율성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에서 특정 집단을 일괄적으로 배제하는 결정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② 노인의 기준은 누가 규정하는가
 나아가 노인을 구분하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고령자를 55세 이상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주요 복지 제도는 대체로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다. 한편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65세 이상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노인의 평균 연령은 71.6세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카페나 식당에서는 주민등록증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체로 겉모습만으로 노인 여부를 판단한다. 주로 △외모 △차림새 △행동 양식 등 주관적인 요소가 그 기준이 된다. 이처럼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노인을 기준으로 한 출입제한은 자의적으로 흐를 수 있다. 

 

배제가 아닌 공존을 향해

 결국 노시니어존의 문제는 일부 이용객의 행동에서 비롯된 갈등을 연령이라는 기준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데 있다. 문제의 원인이 특정 행위에 있다면 대응 역시 연령이 아닌 구체적인 행위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노시니어존은 문제되는 행동을 하지 않은 노년층까지 출입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충분한 근거 없이 만들어진 규칙은 편견을 사실처럼 인식되게 한다. 공간이 나뉘면 서로에 대한 인식을 바꿀 기회도 줄어들고, 상호 접촉이 사라지면 자극적인 사건이나 온라인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그 자리를 채우기 쉬워진다. 

 헬스장이나 카페는 운동이나 음료를 파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을 만나고 일상을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간에서 배제될 경우, 고령층은 서비스 이용 기회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까지 잃게 된다. 정 교수는 "세대 간 관계는 일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형성된다"며 "불편이 생길 때마다 연령별로 공간을 나누면 차이를 이해하고 조정하기보다, 상대 세대를 피하는 데에 익숙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연령차별주의 보고서'에서는 서로 다른 연령대의 교류가 연령에 따른 고정관념과 차별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이는 세대 간 교류가 노년층에 대한 편견을 완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교류를 실천한 사례로 지난 7월 대구광역시에서는 금성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주관으로 '잇다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어르신과 아동이 염색 티셔츠와 양초를 함께 만드는 공예활동을 통해 교류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했다. 또한 서울특별시 송파노인종합복지관은 세대 통합 프로그램 '하이파이브'를 운영하며 서로 다른 세대가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이처럼 사회복지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을 중심으로 세대 간 이해를 높이고 연령에 따른 편견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다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세대 통합 프로그램은 노년층과 아동 간 교류에 집중돼 있다. 노시니어존을 둘러싼 갈등이 주로 영업주와 이용객 사이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중년층과 노년층이 직접 교류할 기회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언젠가 노인이 된다는 점에서 연령을 이유로 한 배제는 현재의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다른 세대에 속해 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같은 배제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갈등을 피하기 위한 배제가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함께 지낼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노시니어존 논란은 배제의 기준을 넘어 공존의 조건을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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