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바다출판사
“그래서 멀리 있는 사람의 마음을 속인다. 고 아버님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중략) 그러고 보면 저도 어쩌다 그 빛나는 잔물결을 넋을 잃고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빛이 과연 환상일 수 있을까? 빛은 일단 존재하는 순간 주변을 밝힌다. 아주 작은 촛불이라도, 맹렬하게 타오르는 태양이라도 주변을 밝힌다는 것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환상의 빛이란 너무 멀리 있는 빛이 아닐까. 너무 멀리 있어서 그곳에 정말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고 도저히 잡을 수 없는 빛. 혹은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비출 수 없는, 고작해야 얼굴만 비출 수 있는 아주 여린 빛.
이제 막 한 살이 된 어린 아들을 두고 자살해 버린 남편에게, 화자 유미코는 편지를 부친다. 새로운 사람과 재혼하고 자식을 제법 키우고 난 뒤에. 다시 말해 부서진 채로 남을 줄 알았던 삶을 어느 정도 수습한 상태에서.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굳이 편지를 쓴다는 것은 반드시 전해야만 하는 말이 있기 때문이겠지. 닿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편지를 부치는 것은 비극일까? 글쎄. 정말로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걸까? 글쎄….
제목이 그러하므로 유미코의 편지 자체가 환상의 빛이다. '환상의 빛'이란 상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아닐까 싶다. 환상처럼 눈앞에서 깜빡이는 그 빛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순간. 정말로 그런 의미였을지는 모르지만 내 마음에 닿은 것.
편지가 죽은 남편에게 도착하지는 않겠지만, 유미코의 기억에 남아 있는 남편에게는 갈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유미코 자신의 어떤 간절한 부분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 그곳에 있다. 잡을 순 없어도 닿을 순 있다. 당신에게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동안에는. 믿고 있다면. 포기하지 않는다면. 빛이 환상처럼 멀리 있을지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