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된 지 4년이 조금 넘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사이 대학의 풍경은 꽤 많이 달라졌다. 특히 최근 2년의 변화는 이전과는 속도가 다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인공지능, AI가 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매년 학생들에게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해왔다. 처음 생성형 AI가 등장했을 때는 “아직 완벽하지 않으니 조심해서 사용하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고민해 보라”고 했다. 이제는 대부분의 수업에서 AI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반대 방향의 고민을 하고 있다. 실습 수업에서조차 시험만큼은 컴퓨터와 AI를 내려놓고 손으로 직접 풀게 하기도 한다. 경영정보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AI 사용을 지양하라고 말하는 것은 어딘가 모순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때로는 AI를 내려놓으라고 한다. 기술을 거부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기술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사고와 역량을 먼저 갖추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생성형 AI가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적은 노력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코드를 작성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외국어를 번역하기도 한다. 나 역시 연구와 수업을 준비하면서 AI의 도움을 받는다. 이전에는 몇 시간이 걸렸을 일을 짧은 시간에 해결할 때면 기술의 발전을 실감한다.
그러나 편리함이 커질수록 한 가지 질문이 따라온다. “우리가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기술이 대신 생각하는 만큼 우리가 생각하는 일을 줄이고 있는 것일까.”
어린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생각해 보면 이 질문이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아이는 수없이 넘어지면서 두 발로 걷는 법을 배우고, 서툰 손으로 숟가락을 쥐는 연습을 한다. 처음에는 제대로 된 문장이 되지 않는 말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법도 배운다. 어른이 대신 안아주고 먹여주고 말해주면 당장은 훨씬 빠르고 편하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아이가 스스로 걷고, 먹고, 말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
대학에서의 배움도 어쩌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AI가 코드를 작성해 줄 수 있다고 해서 프로그래밍의 원리를 몰라도 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 준다고 해서 자신을 표현하는 연습을 건너뛰어도 되는 것은 아니며, 외국어를 번역해 준다고 해서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경험이 불필요해지는 것도 아니다. 많은 일에서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고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설득하는 일은 여전히 우리의 몫이다.
그래서 요즘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남겨주어야 할지를 자주 생각한다. 기술과 도구는 계속 바뀔 것이다. 대학에서 가져가야 할 것은 새로운 기술을 만났을 때 그것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고, 필요한 곳에 활용하고, 그 결과가 타당한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어야 한다. AI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의심하고 검증하며, 때로는 기술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문제를 붙들고 생각하는 힘도 필요하다.
따라서 AI 시대의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AI를 허용할 것인가 금지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AI 없이 모든 것을 하게 만드는 것도, 모든 것을 AI에 맡기게 하는 것도 교육의 목표는 아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AI를 더 잘 활용하고, AI를 잘 활용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 그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이 지금 대학 교육이 마주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대학에서 조금 느리고 불편하게 배우는 시간을 너무 아까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직접 과제를 해결해 보고, 풀리지 않는 문제를 두고 밤새 고민해 보고,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 만들어 보는 경험은 대학에서 반드시 해보고 가야 할 자산이다. 그러한 경험으로 단련된 힘은 쉽게 낡지 않으니.
AI가 무엇이든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시대일수록, 대학은 어쩌면 다시 가장 기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기술을 이용해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가.” 학생들이 대학을 떠날 때 이 세 가지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갈 수 있다면, 그것이 AI 시대에 대학이 줄 수 있는 중요한 배움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