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무늬영원
한강
문학과지성사
“파르스름하게 사위가 밝아지기 전에, 그녀가 회복되었다, 라고 첫 문장을 쓴다”
고통의 반대편엔 무엇이 있을까? 언젠가 손가락 끝이 베였다. 기다리면 나을 거라고 두다가 잊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완전히 아물지 않았을 때, 피가 옅게 비쳐서 분홍색으로 보이는 상처를 보면서 문득 이게 어쩌다 생겼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건 평생 낫지 않을지도 모른다. 감각 한편에 희미한 통증을 안고서 남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런 섬뜩한 느낌이 찾아올 때면 궁금해졌다. 반대편에 무엇이 있을 수는 있을까? 반대편이 있다면 끝도 있고 끝이 있다면 시작도 있을 텐데 내 상처는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그리고 회복이 있다. 우리는 회복에서 온다. 상처 입은 상태에 끝없이 머물러 있지 않는다. 설령 스스로가 아픈 채로 남기를 원한다고 해도 그럴 수 없다. 한강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이 자명한 사실, 모두가 잊고 있었던 단어를 새삼스레 떠올리게 된다. '통각이 너무 허약'해서 절대 낫지 않기를 바라게 된대도 '놀랍도록 빠르게 진물이 줄어'갈 것이므로. 한강 작가는 아픔이 천천히 잦아들고 결국 웃게 되는 순간을, 다 나은 줄 알았건만 새롭게 상처가 나는 순간을 쓴다. 두 번째는 첫 번째만큼 아프지 않다. 우리는 서로의 피 묻은 살갗을 보듬는 손길로 연결된다. 그렇게 삶은 돌아간다.
한강 작가의 가장 유명한 책은 누가 뭐라고 해도 『채식주의자』다. 파괴와 복원의 과정을 말하기엔『소년이 온다』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굳이『노랑무늬영원』을 선택한 것은 순환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좋은 일의 반대편에 나쁜 일이 있다면 나쁜 일의 반대편엔 반드시 좋은 일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통과 회복은 원순환을 그리고 있다. 고통의 반원을 그리고 있는 도중에는 모른다. 우리가 앞날을 모르듯이.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떤 상태도 영원하지는 않다. 영원할 수 없다. 저도 모르게 떨어진 반창고 밑엔 하얗게 새살이 돋아 있을 것이다. 흐르는 눈물, 떨리는 숨결, 가슴을 부여잡고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그 밤에는 아직 모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