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인근의 대형 마트가 모두 문을 닫은 시각 내일 아침에 필요한 식재료가 불현듯 생각나도 괜찮다. 휴대폰을 켜고, 쿠팡 앱에서 주문하면 된다. 이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고 일어나면 7시 전에 식재료가 문 앞에 도착할 것이다. 그렇게 필자가 잠든 사이 식재료는 수십 명의 노동자를 거쳐 필자의 손에 쥐어진다.
새벽 배송 서비스가 도입된 지 10년을 맞이한 지금, 위와 같은 모습은 낯설지 않다. 2015년 마켓컬리는 신선하게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국내 첫 새벽 배송 시스템인 ‘샛별배송’을 시작했고, 쿠팡은 2018년에 ‘당일배송’을 도입했다. 2018년 당시 새벽 배송의 시장 규모는 4천억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1조 9천억 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이에 현재 시장 점유율 1위인 쿠팡의 최고경영자 김범석은 지난 2021년 사업 규모의 확대와 함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을 선언했다.
실제로 쿠팡의 고용 인원은 2023년 말 기준 약 6만 4천 명으로 국내 기업 중 두 번째로 많다. 이는 1년 새 약 3만 2천 명의 직원이 증가함에 따른 수치이다. 사업 규모가 확대되며 일자리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나, 그 이면에는 낮아진 노동의 질이 있다. 이에 본지는 물류센터 노동과 택배 노동을 중심으로 새벽 배송의 노동 실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물류센터 노동, 기계처럼 일한다
새벽 배송의 속도는 물류센터 수에 비례한다. 물류센터가 전국으로 확대될수록 배송 인프라가 구축되고, 새벽 배송이 가능한 지역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에 쿠팡은 수도권을 시작으로 국내 곳곳에 물류센터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나, 물류센터의 노동 환경은 개선하고 있지 않다.
지난 1월,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이하 쿠팡물류센터지회)가 물류
센터 노동자 435명을 대상으로 ‘안전한 노동 환경을 위해 개선해야 할 사항’을 중복 답변이 가능하도록 물었다. 이에 냉 · 난방 시설 설치(81%), 환기 시설 설치(78%) 순으로 응답해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는 모두 물류센터의 구조에서 비롯되는 문제이다. 물류센터에 최대한 많은 물건을 적재하고자 한 개 층을 여러 개 층으로 분리한 ‘메자닌’ 구조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리된 층의 내부는 물류의 밀집도가 높아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고,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다. 창고 시설로 등록된 물류센터는 현행법상 냉 · 난방 시설 설치가 의무 사항이 아니기에 개선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온도감시단을 구성하여 폭염 실태를 점검했다. 조사 결과, 지난 7월 인천4센터의 체감온도는 33도, 습도는 68%를 기록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규칙 제566조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폭염 대응 단계에서 ‘주의’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매시간 10분씩 휴식을 제공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센터에서는 추가로 휴게시간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정성용 지회장(이하 정 지회장)은 “일부 센터는 더욱 열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하며 냉 · 난방장치가 없는 곳이 대부분임을 강조했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에도 다수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3일 공개된 119 출동 기록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시흥2캠프와 시흥3센터에서만 5명이 병원에 이송됐다. 전국적으로는 누락된 기록을 제외하고도 7월 42명, 8월 59명이 근무 중 119에 실려 갔다.
이에 물류센터는 어떤 업무에도 쉽게 대체 가능한 비정규직을 주로 고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정 지회장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물류센터의 고용 형태는 약 5%의 정규직과 95%의 비정규직으로 구성된다. 주로 계약직과 일용직을 고용하는 것이다. 계약직의 경우, 1년 단위로 계약을 이어나가 총 2년 간의 계약 만기 이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정 지회장은 “극히 소수의 노동자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고 말하며 무기계약직이 적은 비율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일용직 또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업무 가능’이라는 문구로 당장 소득이 필요한 사람을 쉽게 고용하는 형태를 반복하며 부족한 인력을 대체했다. 국민연금 가입 사업장 내역에 따르면, 2021년 9월 한 달간 국민연금 신규 취득자가 8천여 명에 달했으나 퇴직 · 실직을 의미하는 상실 가입자 수 또한 6천여 명으로 기록됐다. 대략 한 달에 고용한 인원 규모의 73%에 해당하는 인원이 실직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용 방식에 대해 노동건강연대의 이상윤 대표는 “위험노동인 물류센터 노동을 일용직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쉽게 대체할 수 있다는 이면에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한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하루만 쓰고 버릴 카드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고강도의 업무 환경을 설명했다.
* 무기계약직: 계약직과 정규직의 중간적인 고용 형태. 계약 기간은 무기한으로 대체로 정년까지 보장된다.
택배 노동, 보호받지 못한다
물류센터로부터 출고된 상품의 배달은 오로지 택배 기사의 몫이다. 이는 택배 기사가 쿠팡에 직고용되지 않고, 쿠팡의 하청업체인 배송 대리점과의 도급 계약**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로 근무하기 때문이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업체에 소속되어 지시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지만, 신분은 개인사업자이다. 따라서 배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모두 택배 기사가 부담하는 것이다.
자율적인 근무가 가능하다는 특징의 본질은 「근로기준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
과 같다. 택배 기사는 할당받은 업무를 마쳐야만 수당을 받을 수 있기에 근무 시간은 무한정 늘어난다. 실제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쿠팡 택배 기사의 주 평균 노동 시간을 측정한 결과, 주당 평균 64.6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1주 최대 근로 시간인 52시간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과로사 산업재해 인정 기준인 주 60시간보다도 더 높은 수치이다.
또한, 올해 쿠팡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배송 대리점을 상대로 단가 협상을 진행했고, 이는 택배 기사의 배송 건당 수수료 인하로 귀결됐다. 충북의 한 캠프는 지난해 건당 1,300원의 수수료를 지급했으나, 올해 1,150원으로 인하했다. 수수료 인하로 인해 택배 기사는 동일한 월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 배송 건수인 300개에서 60개를 추가로 배송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와 같은 100% 건당 수수료 제도는 일을 많이 할수록 소득이 높아진다는 비례성을 띠는 만큼 택배 기사가 고액 연봉이라는 사실로 소개되곤 한다. 그러나, 제도의 이면에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있다.
배송 건수의 증감률은 고사하고, 쿠팡은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클렌징 제도’를 통해 언제든지 택배 기사를 상대로 해고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한다. 쿠팡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제도는 △월 수행률 △회전 배송 미수행 △PDD(배송 기한) 미스율 △파손율 △회수율이 일정 해고 기준을 충족하면, 담당하는 배송 구역을 회수하여 해고하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특히 월평균 상품의 PDD(배송 기한) 미스율 기준은 0.5% 이상으로 명시돼 있어, 200건 중 1건이라도 특정 시간 이후에 배송될 경우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는 위기에 놓이는 것이다. 쿠팡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인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새벽 배송을 유지하기 위해 택배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제도”라고 클렌징 제도를 지적하며, 이로 인해 무리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노동 환경을 비판했다.
** 도급 계약: 당사자 가운데 한쪽이 어떤 일을 완성할 것을 약속하고, 상대편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
야간 노동으로 내몰리며
결국 쿠팡의 불안정한 고용 형태의 본질은 야간 노동에 있다. 고객이 눈을 뜨기 전에 배달을 완료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높은 업무 강도가 용인돼왔고, 이를 개선하지 않은 채 인력을 대체해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쿠팡에서 사망한 노동자 20명 중 13명은 야간 노동 중에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야간 노동의 위험성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지난 2007년,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야간 노동이 암 발병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규정했다.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정혜선 교수는 야간 노동이 생체 주기의 변화를 유도하고, 이에 따라 △심혈관 질환 △수면장애 △소화기계 질환이 발생할 수 있음을 밝혔다. 그럼에도 쿠팡은 새벽 배송 도입 이래 주간 · 야간을 고정한 주 6일 근무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야간 조의 경우, 최소한 주 6일은 낮과 밤이 바
뀐 상태인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교대작업자의보
건관리지침」은 ‘야간작업은 3일을 넘지 않도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의무 사항이 아닌 지침에 그칠 뿐이다.
뿐만 아니라「근로기준법」제70조에 따르면, 야간 노동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쿠팡 또한 야간 근무를 폐지하지 않는 이유로 “야간 노동은 직원의 개인 사정과 필요에 따라 선택한 것”이라며 야간 노동을 선택의 영역으로 치부하는 실정이다. 이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한노보연) 유청희 상임활동가는 “야간 노동으로 내몰리는 노동자의 상황을 선택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서울신문』이 실시한 국내 야간 노동 · 야간 서비스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간 노동을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라는 답변이 44.8%로 가장 높았다. 한노보연의 전주희 상임활동가 또한『뉴스타파』와의 인터뷰를 통해 “야간 노동자는 시간 선택에 대한 재량권이 없다”고 지적하며 야간 노동의 선택지를 마련하는 것이 양극 불평등의 심화를 조장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프랑스는 노동법전을 통해 야간 노동을 엄격하게 규제한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할 필요성을 명시하며, △의료 △경찰 △소방 △안전에 해당하지 않는 영역의 야간 노동을 금한다. 반면 한국은 오히려 야간 노동의 확대를 요구한다. 본래 대형마트는 근로자의 건강권 · 지역경제 보호를 목적으로 오전 0시부터 8시까지 영업을 제한했으나, 서초구는 올해 7월부터 영업 제한 시간을 새벽 2시부터 3시까지로 축소했다.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소비자의 편익은 우선하되, 노동자의 권리는 잊혀 왔다. 일환경건강센터의 류현철 이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야간 노동의 건강 악영향과 건강성 저해를 고려한 정책적 제어가 부재하다”며 야간 노동에 관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021년, 쿠팡 덕평물류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 1명이 진압 과정에서 순직했다. 당초 초기 진압이 가능했으나, 전자기기 반입을 금지하는 수칙으로 인해 신고가 늦어 화재가 커진 것이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쿠팡불매’ 운동이 SNS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주)아이지에이웍스 자료에 따르면, 7일 기준 앱 사용자 수가 1,021만 명이었으나 이후 13일 동안 약 200만 명이 탈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3년이 지났고, 현재의 쿠팡은 ‘물류혁신’을 외치며 점차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미 소비자는 새벽 배송에 익숙해졌고, 더 이상 소비자의 목소리에 의존하여 기업의 자정을 바랄 수는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다. 약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근로기준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있고, 물류센터에는 기계처럼 일하고 있는 노동자가 있다. 누군가 온몸을 불태워도, 119에 수차례 실려 가도 바뀌는 것 하나 없다면, 어떻게 해야 이 착취를 멈출 수 있는지 당신들께 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