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인문캠 제51대 중앙운영위원회(위원장 안찬희 · 국통 19, 이하 중운위, 이하 안 위원장)의 ‘2024년 명지대학교 자치 및 산하기구 감사(이하 1차 감사)’가 진행됨에 따라 영어영문학과 전 학생회장 문 씨의 학생회비 횡령 사실이 학내 온상 위로 드러났다. 문 씨는 지난해 학생회비 계좌에서 175만 원 가량의 공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가, 감사가 진행되며 횡령 사실이 드러나자 학생회비 장부에서 횡령 내역 조작을 요청하고 횡령 사실 은폐를 시도했다.
중운위는 1차 감사에서 서류가 미비했던 기관들을 대상으로 같은 달 ‘2024년 명지대학교 자치 및 산하기구 2차 감사(이하 2차 감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024학년도 제30대 경영정보학과 ‘SWITCH’ 학생회장(이하 경영정보학과 학생회장)과 2024학년도 융합소프트웨어학부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이하 융합소프트웨어 사무국장)의 업무상 횡령과 배임 사실이 밝혀졌다.
두 차례의 감사로부터 3개월이 지났지만 우리 대학 학우들에게 횡령에 대한 충격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6월 횡령 당사자들에 대한 징계 심의까지 완료된 바, 본지는 관련 내용을 살피고 감사 이후 변화한 학교의 모습을 짚으며 학생회비 운용에 관한 담론을 이어가려 한다.
회식비와 사비로 변모한 공금
지난 5월 28일 중운위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횡령 경위서에 따르면 경영정보학과 학생회장 황 씨는 지난 4월 3일 진행된 MJ 페스티벌의 수익금으로 행사 준비에 쓰인 지출금을 충당한 뒤, 남은 수익금을 당일 학생회 회식비에 사용했다. 두 차례의 회식비를 더한 값이 남은 수익금의 값을 초과했고, 감사를 진행하며 이를 인지한 황 씨는 두 차례에 걸쳐 수익금 전액을 상환했다.
융합소프트웨어학부 사무국장 홍 씨는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학생회 공통 계좌를 자신의 개인 계좌처럼 이용하며 공금을 사용하고 환급하기를 반복했다. 경위서에 명시된 총 56건의 학생회비 사용 내역은 △친구 송금(11회) △PC방(9회) △게임 재화 구매(7회) △장난감 구매(6회)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홍 씨는 감사 진행 소식을 듣고 환급하지 않았던 금액들을 전액 상환했다.
이에 지난 5월 28일 중운위는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징계공고문에 2024학년도 제30대 경영정보학과 ‘SWITCH’ 학생회(회장 황경원)와 2024학년도 융합소프트웨어학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성아)에 대해 각각 ‘221,500원’과 ‘9,694,900원’의 횡령액이 확인됐음을 명시했다.
허탈하고… 황당했다…
2018년에도 인문캠 방목기초대학의 공금 횡령 사건이 있었던 만큼, 대학 사회 내 횡령 및 배임은 여러 대학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6년의 시간이 흘러 새롭게 적발된 세 건의 ‘횡령 및 배임 사태(이하 사태)’는 우리 대학 학우들에게 낯선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본지는 횡령이 적발된 세 학과의 학우에게 소식을 알고 난 이후의 소감을 물었다.
영어영문학과 소속 A 학우(이하 영문 A 학우)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믿음을 저버린 횡령 및 배임 사건은 과학생회비를 납부했던 학우들에 대한 기만이자 배신으로 느껴진다. 작년에 발생한 횡령이 올해 중운위의 활동을 통해 밝혀졌다는 사실은 영어영문학과의 예산 정기보고가 ‘보여 주기식’에 불과했음을 체감케 해 허탈했다”는 소회를 전했다.
조민선(융소 23) 학우(이하 융소 조 학우)는 “같은 재학생이면서 회장과 국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학생회비를 관리할 수 있었던 것은 투표로써 그를 믿고 지지해준 같은 학과 학우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더불어 융소 조 학우는 “당장 이번의 개강 총회가 가수요조사 결과 참여율 부진으로 무산되었다. 누가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겠는가. 개인 활동을 지향하는 학과 특성상 내년 학생회가 새로 출범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고 생각된다” 라며 사태 이후 불안정한 학과 내 분위기를 설명했다. 경영정보학과 학우 중에는 인터뷰이가 모집되지 않았다.
지난 6월, 징계 결과 공개
①징계 심의 결과
세 학과의 횡령 당사자들에게는 위와 같은 징계가 내려졌다. 경영정보학과 제30대 학생회 학생회장인 황 씨만이 ‘주의 및 재신임 투표 진행 예정’ 처분을 받아 징계를 피했다. 유기정학(4주) 처분을 받은 융합소프트웨어학부 제6대 학생회 사무국장은 홍 씨와는 다른 인물로, 해당 인물의 징계 경위는 앞선 횡령 경위서나 함께 게시된 사과문 어디에도 명시돼있지 않다.
본지는 중운위 안 위원장에게 융합소프트웨어학부 제6대 학생회 사무국장이 사태와 관련된 사안이 무엇인지 물었으나, 안 위원장은 “1·2차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고 답해 어떤 이유로 징계를 받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융합소프트웨어학부 학생회의 사무국장 직은 홍 씨가 무기정학 처분을 받으며 공석이 됐다. 경영정보학과 학생회는 지난 7월 10일 인스타그램에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재신임 투표 결과를 게시해 과반의 반대표로 황 씨가 회장직에서 해임됐음을 알렸다. 경영정보학과 학생회는 이후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영채) 체제로 전환됐다.
②징계 심의 과정
징계 수위는 우리 대학 규정집 「학생포상 및 징계에 관한 규정」(이하 규정집) 제3장 제12조(학생징계위원회 구성)에 따라, 각 단과대학장이 위원장으로 자리한 단과대학 징계위원회에서 심의됐다. 인문학생지원팀(팀장 권혁민) 김기현 계장(이하 김 계장)은 징계 심의 과정에 대해 “제13조(징계의 요구 · 발의)에 따라 징계 사유에 대한 사건 경위서를 작성해 각 단과대학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후 단과대학 징계위원회에서 두 차례의 회의를 통해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선 조항들에서는 징계위원회의 ‘구성 방식’과 징계 ‘절차 수립’의 과정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징계 수위를 조절하는 명확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모든 징계 수위가 단과대학 징계위원회의 회의에 의존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회의에 대해 별도로 공개된 회의록도 없어 징계 심의의 구체적인 과정을 알 방법이 만무하다.
징계 수위에 대한 학우들의 평가
본지는 두 차례 감사 결과에 따른 학우들의 인식을 살피고자 KSDC DB를 통해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인문캠 학우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에 160명의 인문캠 학우가 응답했다. ‘징계 수위에 대한 적정도’를 물은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에 11명(6.88%) △‘그렇다’에 67명 (41.88 %) △‘그렇지 않다’에 43명(26.88%) △‘매우 그렇지 않다’에 39명(24.38%)의 학우가 답했다. 부정적 답변에 응답한 학우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은 결과 △금액의 경중과 상관없는 처벌이 필요하기 때문 △처벌이 교내 징계에 그쳤기 때문 △징계 수행 기간이 방학과 겹치기 때문이라는 공통된 의견이 많았다.
다수의 학우는 설문을 통해 사태가 교내 징계로 단순히 마무리될 일이 아니라며 법적 처벌을 촉구하는 의견을 냈다. 실제로 2018년 한양대에서는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간부가 공금 500만 원 가량을 횡령해, 이후 해당 사건에 대한 형사고발 여부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안건 에서 가결됐고, 이것이 실제 경찰 수사로 이어진 적이 있다. 그러나 학생지원팀 김 계장에 의하면 현재로서는 교내 징계 이외에 외부에서 가해질 법적 조치는 없을 전망이다.
우려 섞인 목소리 만면에 존재
학우들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자치기구들의 노력이 있지만, 사태의 충격이 교내 전반에 남은 지금으로서는 그에 따른 대내외적인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인문학생지원팀 김 계장은 “(사태로 인해) 학생 활동이 제약을 받거나 소극적으로 변할까 우려된다”고 말하며 학교의 이미지가 실추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걱정의 목소리를 보냈다.
영문 A 학우와 융소 조 학우도 학생 자치 활동 방면에서 우려를 드러냈다. 영문 A 학우는 “문 씨에 대한 불명예가 학생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것이 “학생회 주관 행사들에 대한 학우들의 참여율과 다음 년도의 학생회비 수급 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융소 조 학우는 “학과 학우들이 이번 횡령 사건을 완전히 의식하지 않고 학생회에 지원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이 간 학우들의 신뢰
사태 이후 3개월이 지난 현재 학생회비 운용에 대한 학우들의 신뢰가 회복됐을지는 의문이다. 본지는 앞서 인문캠 학우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025학년도 과학생회비 납부 의사’도 물었다.
160명의 응답자 중 납부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학우는 62명(38.75%)이었으며, ‘없다’고 응답한 학우는 과반 이상인 98명(61.25%)이었다. 미납부 의사를 밝힌 학우 대다수가 ‘같은 횡령이 내 학과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함 때문’, ‘학생회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을 이유를 들며 학생회비 납부의 이점과 효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1·2차 감사로 학생회비 운용에 대한 투명성은 보장됐을지라도, 인문캠 학우들이 학내 자치기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캠, 학생회비 감사 마무리 단계
본지는 지난 28일부터 29일까지 자연캠 학우들을 대상으로 과학생회비 감사의 필요성을 묻는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이틀간 진행된 조사에는 116명의 자연캠 학우가 참여했고, 이 중 전체의 93%에 달하는 108명 (93.10%)이 감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학기 개강을 앞둔 시점에서 제51대 자연캠 ‘CORE’ 총학생회(회장 이승준 · 전자 19, 이하 이 회장)는 본지에 현재 “학생회비 감사가 거의 다 끝나 마무리 단계”임을 전했다. 이에 더해 ‘명지대학교 회비 운영 회계원칙’을 제작 중이라며 “모든 조항이 완성되어, 회계팀의 피드백을 거친 후 전체학생대표자 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논의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전학대회에서) 관련 조항이 통과된다면 2학기 또는 내년부터 원칙을 적용해 회비 운영이 더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투명성, 공정성, 그리고 신뢰성
지난 2020년, 인문캠 확대운영위원회(의장 임제환)는 정기확대운영위원회의에서 감사기구의 설립을 결정하고, 학생회 임원과 일반 학우로 구성된 ‘감사기구 TF’ 조직을 계획한 바 있다. 그러나 2024년인 현재, 학내에서 독립적인 감사기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으며 학내 사회 전반에서는 독립감사기구에 관한 담론마저 사라진 상태다.
새로는 이번 감사를 통해 학내 자치 및 산하기구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갖추기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학내 자치기구들이 학생회비와 관련한 투명성을 보장하는 방식은 예산 사용 내역을 정리한 스크린샷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하는 것이 전부인 실정이다. 영문 A 학우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타 대학의 ‘오프라인 예산 정기 보고회’를 제시하며 예산의 실제 사용처를 증명하고자 구매 품목 사진을 바탕으로 감사를 실시하는 사례를 이야기하는 한편, “깨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양캠은 대부분의 자치기구가 투명성을 보장하는 소통창구로 SNS를 선택하고 있으며 이는 총학생회칙에 명시된 최고대표기구인 양캠 총학생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SNS의 자료는 게시물 게재 전 가공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어, 투명성 보장이 필요한 사안에서는 증명 과정에서 질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는 학생과 자치기구 간 벌어진 신뢰의 지퍼를 다시 채우는 과정이 우선이라고 보여진다. 이 과도기를 지나면, 모든 자치기구는 투명성과 공정성뿐 아니라 ‘신뢰성’을 위한 논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