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에서는 보통 방학기간 동안 다음 학기의 발행 계획을 미리 확정하는 ‘발행계획표’를 짜둔다. 막상 학기가 시작하고 모든 계획을 정하고 취재를 준비하려면 너무 급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기가 시작되고 두 번의 발행을 거친 지금, 두 번 모두 기존 필자의 계획과는 다른 기사를 쓰게 됐다. 불만을 토로한다거나 신문사를 고발하려는 건 전혀 아니고… 그저 분량 혹은 소재 선정의 문제로 그런 일들이 가끔 벌어진다는 것이다.
학업, 개인 일정과 함께 신문사 업무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명대신문은 격주 발행이기 때문에 발행을 마쳤다고 안심하고 있다가는, 곧 닥칠 업무 폭탄에 치여 아주 힘들어질 것이다. ‘이번은 정말 위기다!’ 마감이 코앞까지 왔지만, 필자는 빈 한글파일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급하게 시작한 취재와 순탄치 못한 인터뷰이 모집 과정에서 좋은 기사를 완성하는 건 둘째 치고, 분량도 제대로 채우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만 들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뜻밖의 곳에서 인터뷰이를 구하는데 성공했고, 역시 뜻하지 않은 방향이었지만 돌파구를 찾아내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기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동료 기자들은 이런 필자에게 ‘가만히 있어도 일이 잘 풀리는 운 좋은 청년’이라 놀리곤 한다.
하지만 필자는 스스로를 한 번도 운이 좋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원하는 걸 한 번에 이룬 경험이 훨씬 드물다. 원하는 집단에 합격하는 일, 열심히 준비한 시험을 한 번에 붙는 일, 괜찮은 기사를 한 번에 쓰는 일, 어느 하나 첫 방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러던 필자가 유일하게 얻은 행운은 바로 작년 신문사에 합격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 역시 본래 예측과는 아주 다르게 흘렀지만 말이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렇게 기사를 쓰고 있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밤을 새울 수 있게 된 것도, 글을 더 열심히 써보고 싶어진 것도, 함께 떠들고 고민을 나눌 소중한 사람들이 생긴 것도, 처음엔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얼마 전 오래된 친구에게 “처음엔 우리가 이렇게 친해질 줄도 몰랐어. 역시 인생은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듯하네”라는 말을 들었다. 돌아보면 모든 일이 그랬지 싶다.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던 일들도, 어떻게든 돌고 돌아 이렇게 될 인연이었으리라 생각하면 모두 좋아진다. 이번 학기를 시작하면서도, 예측하지 못할 수많은 일들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