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코로나 학번이다. 2학년 때까지는 학교 주변에 뭐가 있는지 전혀 알지도 못했다. 시간이 흘러 주에 4일 학교에 와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필자의 점심 메뉴는 언제나 햄버거였기 때문이다. 지독하게 귀찮음이 많은 사람이라거나 질리지도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필자에겐 많은 햄버거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은 꽤 수고로운 일이었고, 햄버거가 질린다면 다른 버거를 먹으면 그만이었다. 그렇다. 말하자면 필자의 대학가 상권은 햄버거집과… 단골 커피집 하나가 다였다.
필자는 이번 상권 특집기사에 그리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 당장 어느 가게가 유명한지 알아내는 일부터 순탄치 않았다. 가본 데가 없으니 알 턱이 없었다. 좀 오래됐다는 가게들을 추리고, 긴가민가하며 취재를 시작했다.
여긴 어떤 가게인가 생각하며 테이블에 앉았다. 슬쩍 둘러보며 외워놓은 질문들을 머릿속에 새겼다. '가게의 역사', '기억에 남는 일' 등…. 사장님이 오시고 필자는 외워온 질문을 읊었다. 사장님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필자는 벙쪄서 들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듣기만 했다. "오…"하며 가끔 짧은 감탄사만 나왔다. 사장님의 이야기는 견디기 힘들 만큼 생생했고, 열심히 기억을 되짚으시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몸이 자꾸 굳었다. 사장님의 시간이 필자를 자꾸 짓눌렀다.
이런 소중한 이야기를 인터뷰랍시고 훔쳐다가 신문에 실을 순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끝난 후 "감사하다"는 사장님의 말을 듣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최대한 잘 듣고 잘 싣는 게 가장 겸허한 자세겠다 싶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10분이 채 안되는 인터뷰도, 하고 나면 진이 다 빠졌다.
기사가 흥미롭지 않았다면 그건 아마 필자의 탓일 것 같다. 사장님들은 분명 멋지고 흥미로웠다. 그 사실이 조금이나마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 사장님 한 분을 온전히 담기에는 신문이 너무 작다.
기사가 독자분들이 점심 메뉴, 저녁 메뉴 고르는 데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 식당에 가서 사장님을 마주친다면 가볍게 말을 걸어보시는 것도 좋겠다. 혹시 필자가 듣지 못한 또 다른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실지도 모르는 일이다.
끝으로 같이 취재하고 기사 쓰느라 수고하신 수아 기자님과 충실히 서포트해주신 다은 부장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