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새삼 느낀다. 신문의 마지막 발행, 동료 기자의 마지막 활동, 학기의 마지막 시험 소식. 하교하며 먹는 간식이 아이스크림에서 붕어빵으로 바뀌었다. 옷을 두껍게 껴입으며 한 해가 끝나가는 것을 실감한다. 필자에게 ‘마지막’이 이토록 명징한 이유는 무엇일까. 마음은 간단하다. 일상이 비일상이 되고, 시간이 지나 도로 그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낯선 느낌이 드는 것. 그게 싫다. 한가지 더, 일상을 지내며 쌓은 추억과 기억, 기록을 어느 날엔가 꺼내어 톺아보았을 때 들 헛헛한 마음이 싫다.
이렇게 알쏭달쏭한 생각 중에 자연캠 총학생회의 마지막을 다루는 기사를 쓰게 되었다. 최종점검 기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우 대상의 설문조사다. 총학생회 활동에 대한 학우들의 만족도로 취재를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설문 응답자가 61명뿐이라는 사실은 너무도 아쉬웠다. 자연캠 정원이 8천여 명인데… 단 61명이 모두를 대표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그토록 싫은 ‘마지막’이더라도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하기에, 필자는 이렇게 마음을 먹곤 한다. 후회를 남기지 말자!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떠나보냈는데, 나중에 뒤돌아 보았을 때 아쉬운 마음이 들면 억울하다. 애틋한 아쉬움은 괜찮아도 찝찝한 아쉬움은 안 된다. 그러니 결론은 이것이다. 후회하지 않도록 내게 주어지는 매 기회와 순간에 ‘열심’을 다하자고.
좀처럼 표본이 모이지 않아 설문조사의 마감 기한을 하루 늘렸다. 그래도 응답자가 늘지 않아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SNS에도 홍보를 했다. 주말에 처음 뵈었던 자연캠 야구동아리 회장님께 설문을 부탁한다는 연락도 드렸다. 문자를 입력하는 내내, 초면에 송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마지막이고, 올해 필자의 마지막 기사이니…후회하지 않으려면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야 했다.
중요한 것은,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을 감내하는 건 온전히 자신의 몫이기에, 본인만이 그것을 잘 알면 된다. 끝. 다음은 시작이다. 대학 배구부에서 뛰던 신성호 선수가 프로 배구단에서 첫 서브를 넣은 것처럼. 마지막의 무엇을 뒤로하고 나면 새로움을 맞게 된다. 낯설지라도, 즐겨야 한다. 학교에, 관계에, 필자 본인에게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다. 새롭게 쌓을 경험들을 위해 마음을 정비하자. 곧장 ‘열심’을 다할 수 있도록, 연말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