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거기서 뭐 하는데? 〈1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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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거기서 뭐 하는데? 〈1122호〉
  • 황성용 대학보도부장
  • 승인 2023.11.0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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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용ㅣ대학보도부장
황성용ㅣ대학보도부장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요즘 바쁘고 정신이 없다"는 얘기를 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본 거겠지만 말이다. 필자의 근황 토크엔 신문사 얘기가 빠질 수 없다. 필자의 삶은, 말하자면 명대신문을 중심으로 아슬아슬하게 공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은 "나 학교 신문사에 들어갔어"라고 말한다. "너 거기서 뭐 하는데?" 친구가 첫 잔을 따르며 묻는다. 필자는 신나게 설명하려다 말을 아낀다. 아니, 할 말이 덩어리째 걸려 말문이 막혀버린다.

이곳은… 비유적으로 이런 레일이 깔려있다. '마감-조판-발행-마감-조판-발행…' 기차는 기자들의 열정과 애정을 태워 온 힘을 다해 움직인다. 기차에 누가 매달린다든지, 바퀴 하나가 없어진다든지 하는 일들의 연속이다. 그래도 기차가 굴러간다는, 레일 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 그지없다.

독자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응원한다며 메일을 주는, 발행된 신문을 받고 좋아하는, 커뮤니티에 기사를 공유해주는, 두리번거리며 배포대의 신문을 집어가는… 그런 독자들을 만날 때면 항상 가슴이 벅찬다. 흐물흐물해진 마음을 다잡는다.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 잘 해내야만 하는 이유를 다시금 확인한다.

죄송한 얘기지만 잘 해내는 게 쉽지만은 않더라. 아쉬움과 회의감의 연속이었다. 필자를 포함한 기자들은 모두 조금 버거운 짐을 이고 있다. 그 무게를 알기에 더 힘든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그저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하는 것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연하다 하더라도, 당연한 사실이 가끔은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칭찬해줄 어른이 없어서 필자가 좀 하겠다. 어쨌거나 계속 발전하고 있고, 정말로 모두 잘하고 있다.

아직도 모기가 있다. 신문사에서 쉬고 있자면 느릿느릿 피를 빨러 온다. 갖가지 방법으로 설치며 신경을 거스른다. 굶어 죽는 게 그렇게 무서운지… 잠깐 모기의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모기는 모기의 일을 했을 뿐이었다. 어서 겨울이 와서 모기가 죽었으면 좋겠다.

"너 거기서 뭐 하는데?", "뭐하긴, 기사 쓰지"라고 답한다. 설명하기 귀찮아 아무렇게나 뱉은 말이었다. 기자는 기사를 쓴다. 할 일이 많다. 타자를 치며, 머리를 싸매고 웃고 떠든다. 언제까지고 돌아올 마감일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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