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트렌드 관찰기]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10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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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혜탁의 트렌드 관찰기]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1091호〉
  • 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9.1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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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sbizconomy@daum.net
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sbizconomy@daum.net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The metaverse is coming)”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 (Jensen Huang)의 발언이다. 그는 앞으로의 20년이 공상과학 소설 같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일찍이 30여 년 전 어떤 ‘공상과학 소설’에서 지금의 세상을 절묘하게 내다본 바 있다. 닐 스티븐슨의 1992년 작 「스노 크래시(Snow Crash)」다. 인터넷의 다음 버전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는 ‘메타버스’도 이 소설에서 최초로 언급됐다. 구글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도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위성 영상 지도 서비스인 ‘구글 어스’를 개발하게 됐다. ‘공상’이 기술 진보의 원천이 된 것이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말이다. 현실과 비현실의 공존, 3차원의 가상세계, 가상현실의 확장 등 여러 층위의 해석이 가능하다. 라이프 로깅, 가상세계, 증강현실, 거울세계 등으로 보다 세분화해서 살펴볼 수도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 가상세계 ‘오아시스(OASIS)’처럼 메타버스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탈물질화된 세계(dematerialized world)이다. 「스노 크래시」의 주인공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현실에서는 피자를 배달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해커이자 검객이다. 그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는 안타고니스트에 맞선 프로타고니스트이다.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현실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의 ‘부캐’로 새롭게 살아갈 수 있다. N개의 정체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29세의 루시는 곧 쇼호스트로 데뷔할 예정이다. 그녀의 본캐는 디자인연구원, 부캐는 패션모델이다. 사실 루시는 롯데홈쇼핑이 자체 개발한 가상 모델이다. 업계 최초의 시도다. 피부의 솜털까지 보인다. 이른바 하이퍼리얼리즘 모델링의 결과물이다. 이쯤 되니 혼란스럽다. ‘가상’ 모델에게 본캐는 무슨 말이고, 부캐는 또 어떤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단 말인가! 롯데에서 만들었다고 하나, 루시는 경쟁사인 현대백화점에 놀러 갔다 오고 롯데GRS의 엔제리너스가 아닌 블루보틀 커피를 마신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다. 전통적인 유통업 마케팅의 문법과는 차이가 있다.

숱한 화제와 논란을 몰고 다니는 미국의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x X)는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화려한 콘서트를 열었다. 그는 접속자 수 기준 3,600만 명의 관객을 매혹시켰다. 대성공이었다. 16세 미만 미국 청소년의 과반이 가입한 로블록스의 위력은 가공할 만하다. 하루 평균 접속자 수가 4,200만 명에 달하고,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올해 상장을 했고, 40조 원이 넘는 시장가치를 인정받았다. 로블록스에 접속한 유저 한 명 한 명은 기업 입장에서는 철저하게 공략을 해야 하는 핵심 고객이 될 것이다.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는 구찌 매장이 있는가 하면, 주요 대선후보의 캠프가 꾸려져 있다. 편의점도 문을 열었다. ‘CU제페토한강점’이다.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메타버스 공식 제휴 편의점이다. 개발 기간만 4개월이 소요됐다. 실제 시공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제페토에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이 흥미로운 플랫폼 사용자의 8할이 10대다. 어릴 때부터 제페토에 접속하는 것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특정 브랜드에 친숙함과 애정을 갖게 될 수 있다.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30년에 1조 5천억 달러(PwC 조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로 1,770조 원이 넘는 수치다. 메타버스가 대세가 된 시대에 쇼핑, 엔터테인먼트, 여가 생활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AR글라스나 태블릿 등의 매개체를 통해 우리는 어떤 부캐의 모습으로 여러 아바타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될까?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메타버스에서도 주견을 견지할 수 있어야 할 터이다. 기업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소비행위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 아니,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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