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포털사이트는 이제 우리들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지난 2월,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5%로 조사대상 27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여기에 PC를 통해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 포털사이트에 접속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이제 텔레비전, 라디오 등 기성 매체보다 주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포털사이트에 접속함으로써 정보를 얻는다.
이렇게 포털사이트가 우리 삶과 밀접해진 만큼, 사용자들이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첫 화면에 제시된 정보들이 어떤 주제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배치되어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에 접속해 가장 첫 번째 화면을 보면 환율, 영어회화, 날씨를 비롯한 각종 생활정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삶의 바탕이 되는 우리말을 알리고 홍보하는 부분은 첫 번째 화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파급력이 상당하고 접근성이 뛰어난 「네이버」, 「다음」이 정작 우리말에 있어서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사실 「네이버」에서도 순우리말 맞춤법 맞히기와 같은 다양한 우리말 관련 ‘퀴즈’를 운영중이긴 하지만 이는 검색창에 ‘순우리말’, ‘맞춤법’과 같은 특정 검색어를 입력해야만 나타난다. 다시 말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다음」 역시 간단한 순우리말 소개와 같은 형식적인 정보제공에 그치고 있다.
각 포털사이트에서 우리말을 도외시하고 있는 현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어로 된 회사 상징(로고), 화면 곳곳의 외래어들은 ‘과연 각 사이트가 우리말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던지게 한다.
이런 포털의 실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한글날,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회장 이대로 . 이하 평가위)는 주요 언론 매체들이 외국문자를 그대로 사용해 국어기본법을 위반함은 물론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말, 외래어, 심지어 일본어식 말투를 남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김들풀 평가위 수석연구원은 “이 정도 몇 개를 쓰는 것이 어떠냐고 생각하는 이가 있겠지만 이렇게 영문이나 한자를 그대로 쓰는 것은 ‘방송언어는 국민 모두가 듣거나 읽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언론사 글쓰기 기본조차 어기는 것이므로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지난 15일은 세종대왕께서 나신 날이다. 세종대왕은 1443년 훈민정음을 창제하여 백성들이 바른 소리 즉, 정보를 배울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사이트는 오히려 우리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죽이고 있다. 누리꾼들에게 알기 쉬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포털사이트들이 우리말 보호에 더욱 힘쓴다면 시민들에게 더욱 친근한 포털사이트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