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 <10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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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 <1055호>
  • 장재호 방목기초대학 인문교양 교수
  • 승인 2019.05.07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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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가 경주한다. 토끼는 거북이가 자신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도중에 잠을 자는 여유를 부리지만, 거북이는 포기하지 않고 경주를 계속해 결국 승리하게 된다.이 이야기는 자신의 현재 상황과 관계없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승리하게 된다는 교훈을 주며 아직도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한 목회자가 미국에서 설교 시간에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미국의 어린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고 한다. 물론 거북이처럼 열심히 노력하는 어린이가 되라는 가르침을 주려는 계획이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다 들은 한 어린이가 질문했다. “목사님, 그런데 왜 거북이는 자는 토끼를 깨우지 않고 혼자만 갔습니까?”

어찌 보면 우리는 토끼와 거북이가 주는 교훈에 길들어 이 어린이와 같은 질문을 하지 못했는지 모른다. 토끼처럼 자만하지 말자, 거북이처럼 성실해지자는 가르침은 많이 들어봤어도 “조금 손해 보더라도 주변 사람들을 도우며 살자”는 가르침은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다. 

미국, 일본, 한국의 교육목표를 비교해 놓은 자료를 본 적이 있다. 미국은 “남을 도와주라”, 일본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 한국은 “남에게 지지 말라”라고 한다. 우리는 성실한 거북이의 모습만 보며 칭찬했지, 자는 토끼를 깨우지 않고 지나친 거북이의 무관심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거북이가 자는 토끼를 깨웠다면 경기는 물론 토끼가 이겼을 것이다. 거북이에게는 손해 보는 일이었을지 모른다. 설사 토끼가 깰까 봐 더욱더 조심해서 토끼의 옆을 지나가려 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사이에 자던 토끼는 많이 뒤처지게 되었다. 

물론 토끼처럼 뭐든지 남들보다 수월하게 하는 학생들도 있다. 반면, 거북이처럼 뭐든 힘을 들여 천천히 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도 있다. 문제는 누가 더 잘하느냐,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기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경기가 어떤 의미가 있었고, 그 경기를 통해 무엇을 배웠느냐 하는 것이다. 

시험 성적을 입력할 때면, 늘 마음이 아프다. 열심히 한 학생의 얼굴들이 눈에 선한데, 어쩔 수 없이 그들 중 일부는 B 학점을 줘야만 한다. 학생들도 이런 사정을 잘 알기에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미래를 함께 계획할 학생들이기 이전에 경쟁자라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 이런 줄 세우기 식 평가 말고, 서로 윈윈하는 방법은 없을까? 자는 토끼를 거북이가 깨워도 거북이가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이 손잡고 도와가며 동시에 골인할 방법은 없을까? 지식과 경험은 나눌 때 풍성해지는 것이지, 학점을 위해 서로 감추는 순간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물론 이것은 학교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 봐야 할 문제다.)

학업뿐만 아니라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간혹 있다.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많이 빼앗기는 손해 보는 일로 보일 수 있다. 그럴 시간 있으면 자기계발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삶의 모습을 전환할 때다. 조금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좀 귀찮아도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관심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특히 타국에 와서 어렵게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는 한국 학생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예수는 삶으로 사랑을 보여주셨다. 고아, 과부, 병든 자, 소외된 자가 늘 그의 친구였다. 

주변을 둘러보자. 자기 일에 바빠 보이지 않았던 ‘자는 토끼’, 또는 ‘너무나 힘겹게 기어가고 있는 거북이’가 주변에 많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원래부터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은 없다. 나의 무관심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는지를 돌아보며, “같이 가는” 우리 명지인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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