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평가, 왜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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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평가, 왜 하는걸까?
  • 최시연
  • 승인 2017.10.1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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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우 72.7%, "강의평가 도움 안 돼"

우리대학은 더 나은 강의를 만들기 위해 ‘강의평가’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과연 실효성 있게 시행되고 있을까? 본지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설문조사에 응답한 58.9%의 학우들은 현재 진행 중인 강의평가 운영 방식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에 우리대학의 강의평가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강의평가의 시행과 목적 
우리대학은 수강 중인 강의에 대한 평가를 한 학기에 총 2회 시행하고 있다. 우리대학 「<교육성과(강의평가) 실적 및 강의개선설문조사에 관한 내규(학사과정)>」에 서는 강의평가의 목적을 ‘강의에 대한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함’으로 명시하고 있다. 강의평가는 매 학기 학기말고사 이전에 시행된다. 강의평가의 일환인 강의개선설문조사는 지난해 2학기 처음 도입돼 시행된 지 1년 밖에 지나지 않았으며, 매학기 5~6주차 사이에 진행된다. 갑작스러운 강의개선평가의 도입 배경에 대해 자연캠 학사지원팀 이영기 계장(이하 이 계장)은 “교수들에게 강의평가 전 강의를 개선할 여지를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중간평가를 통해 교수님들의 부족한 부분을 고쳐 강의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대학구조개혁평가의 항목 중에는 교육 강의 개선 항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시행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영향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도입이유가 대학구조개혁평가 때문인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강의평가는 권리인가 의무인가? 
우리대학은 학우들이 강의평가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학기말고사 이후 최종 성적확인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강의평가 전 시행되는 강의개선평가에 참여하지 않으면 강의평가를 할 수 없다. 즉, 학우들은 강의개선평가와 강의평가 중 한 가지라도 참여하지 않으면 성적확인에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 탓에 다수의 학우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강의평가를 불가피한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해 성적확인에 불이익을 당했다. 뒤늦게 확인한 성적에 의문이 들어 정정을 시도하려 했으나 어려웠다”는 경험을 토로했다. 이렇듯 현재의 제도 시행은 강의평가를 하지 않았다 는 이유로 학우들의 성적확인에 어려움을 줄 뿐만 아니라 성적이의제기 기간에 맞춰 정정 할 수 없어 학우들에 게 잇따른 불편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계장은 “강의평가는 학생들의 권리”라 며 “이러한 불이익을 주지 않으면 강의평가에 참여하는 학우의 비율이 현저히 낮아진다. 과거와 비교하면 요즘에는 학생들의 의식과 함께 참여율이 높아졌고, 학생들도 동일한 번호로 줄 세우는 일 없이 신중하게 평가에 임한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김진희(경제 16) 학우는 “강의평가가 학우들의 많은 참여가 이뤄져야하는 것은 맞지만, 성적확인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강의평가를 권리가 아닌 의무로 느끼게 할 뿐이다”는 의견을 전했다.


의무적으로 한 강의평가, 결국엔 비공개

 강의개선평가와 강의평가. 학우들은 총 2번이나 강의에 대해 평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평가에 관한 결과는 알 수 없다. 앞서 말했듯 강의평가의 목적은 강의의 질을 개선하고, 학우들에게 더 나은 강의를 제 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학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탓에 학우들은 강의선택을 위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 다른 커뮤니티로 눈을 돌려 강의평가를 찾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 우는 “강의평가를 공개해야 교수들도 강의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일 것 같고 학우들에게도 강의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한 학기에 몇 백만원의 등 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니는 만큼 강의 선택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본지가 지난 4일 부터 12일까지 우리대학 학우 20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강의평가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2.7%가 ‘그렇다’는 응답을 보여 많은 학우가 강의평가가 공개되기를 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사진은 학우들이 자체적으로 강의평가를 하는 ‘뮤존’, ‘에브리 타임’ 커뮤니티다.

위 사진은 학우들이 다른 커뮤니티를 통해 강의평가 를 하는 것은 우리대학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는강의평가가 강의선택에 도움 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해당 커뮤니티들 또한 크게 활성화된 상황은 아니라 실질적인 정보를 얻기 어려운 상태다. 이에 대해 이 계장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건의하여 학교와 공감대를 형성해야 변화할 수 있는 문제다”라며 “학생들이 공개를 원하더라도 공개를 원하지 않는 교수들이 존재한다. 그런 의견을 무시하고 강의평가를 무작정 공개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강의평가는 익명? 소문의 진위 
강의평가는 종합정보시스템(MyIweb)에 로그인해야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탓에 많은 학우는 강의평가가 익명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일부 학우들 사이에서는 ‘강의평가는 완벽한 익명이 아니다. 교수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평가한 학생을 찾아낼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러한 소문에 대해 박승연(경제 16) 학우는 “강의평가가 익명이라고는 하지만 완벽하게 익명인지 알기 어려워 성적에 불이익이 갈까 걱정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학교 측에 문의한 결과 이 계장은 “강의평가는 완벽한 익명이다. 교수가 절대 평가학생이 누군지 알 수 없다”며 “교수에게 공개되는 강의평가 결과는 △항목별 점수 △과목 평균 점수 △주관식 항목의 내용뿐이다”라고 전했다. 본지는 추가로 교수들이 강의평가 결과를 확인하는 사이트를 보여달라고 요청했으나 “해당 사이트는 교수들만이 로그인해 들어갈 수 있어 우리도 접속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강의평가의 활용은? 
강의평가가 학우들에게 공개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떻게 활용되는 것일까? 우리대학 규정집의 「교육성과 (강의평가)실적에 관한 내규(학사과정)」를 확인하면 강의평가는 ‘교수업적평가및관리규정 제6조(교수업적 평가·심사) 제2호에 의거 교육성과(강의평가)실적(이하 “강의평가”이라 한다)에 대한 평가’로 규정되어 있다. 즉 강의평가는 교원평가에 활용되고 있었다.

▲출처/교육성과(강의평가)실적 및 강의개선설문조사에 관한 내 규(학사과정) 규정집

이 계장은 “강의평가 결과는 교수들의 승진 및 재계약에 반영되며, 실제 강의 평가 점수로 인해 재계약에 불이익을 받은 교수가 있다”며 “특히 강의전담 교수들은 재계약에 막대한 지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원평가 결과 또한 학교에서 공개하지 않아 알 수 없어 학우들은 강의평가의 실효성이 있는지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천정현(정외 16) 학우는 “강의평가가 교원평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학교에서도 특별한 공지를 해주지 않아 잘 몰랐다”는 의견을 전했다.


강의평가결과는 교수들의 성적표 
강의평가는 교원평가에 활용되는 만큼 교수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지표다. 방목기초교육대학 소속의 익명을 요구한 교수는 “강의평가는 교수들에게 있어 중요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성의 없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강의평가 결과에 따라 심하면 교수들이 해직당할 수도 있다. 교수들이 학생들의 성적을 책임감 있게 채점하는 것처럼 학생들도 단순히 성적확인을 위해서가 아닌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참여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많은 학우는 강의평가를 함에 있어 과제가 적고 체감 난이도가 쉬운 과목에서는 좋은 평가를 주고 그렇지 않은 과목에는 나쁜 평가를 주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로 많은 교수가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강의평가의 내용을 반영해 수업의 내용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했다. 
강의평가는 교원평가에 반영되지만, 교수 개인과 소속 학과마다 반영되는 방식이 다르며, 정교수보다 부교수 · 조교수에게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강의평가 제도 운영방식이 이상적인 방향이 아닌 것 같다. 정년보장이 된 정교수는 강의평가 결과와 관계 없이 임용이 보장된다”며 “하지만 이렇지 않은 많은 교수는 강의평가 결과가 나오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이를 개선할 방안이 마땅히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유명무실한 강의평가가 되지 않기 위해 
본지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학우들의 62.2%는 강의평가가 강의선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변 했다. 또한, 학우들은 학교에서 별다른 공지가 없는 한 강의평가가 교원평가에 반영되는지도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의평가의 본래 취지가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최서연(경제 16) 학우는 “현재의 강의평가 제도는 학우들에게 성적확인을 위한 의무적인 절차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의평가의 진정한 실효성을 살려 학생들이 더 나은 강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인하대학교에서는 강의평가 항목별로 학생들이 매긴 점수를 퍼센트화 하여 공개하고 이를 종합해 강의 추천도를 공개하고 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진유빈 학우는 “전 학기에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이 평가한 추천도기 때문에 신뢰가 간다. 수강신청 전 강의 추천도를 항상 확인하고 수강할 강의를 결정하는 편이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 외에도 세종대학교에서는 강의평가를 수강신청 기간에 맞춰 공개하고, 강의 평가의 신뢰성을 위해 같은 점수로만 응답하는 평가는 인정하지 않는 시스템을 도입해 진행 중이다. 한경대학교에서는 기말고사 이후 강의평가를 실시하고 일정기간 동안 바로 이전의 두 학기의 강의평가를 공개하고 있다. 이렇듯 많은 대학에서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며 학우들이 더 나은 강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계장 은 “많은 대학이 강의평가를 공개하면 추세를 따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검토해볼 사항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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