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통금, 안전과 자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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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통금, 안전과 자유 사이
  • 공하영 기자
  • 승인 2016.10.31 0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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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생은 신데렐라?

기숙사 통금, 안전과 자유 사이
기숙사생은 신데렐라?
 

우리대학 영어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김 학우는 강남에 있는 스터디 카페에서 타대학 학생들과 스터디 모임을 하던 중 시간을 확인하고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빠른 발걸음으로 통행금지(이하 통금) 시간에 맞춰 기숙사로 향했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통금 시간을 넘겨 입실하면 -1점의 벌점을 받게 되는 탓에 할 수 없이 학교 앞 패스트푸드점에서 밤을 새워야 했다. 대부분 대학교는 학생 보호라는 이유에서 통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반적인 대학교의 통금은 긴 곳의 경우 오후 11시 30분부터 오전 6시, 짧은 곳의 경우 오전 2시부터 5시까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와 같은 통금 제도가 성인 신분인 학생들의 자율성 영역을 침범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고, 타대학들도 앞다퉈 통금을 폐지하고 있다.

 

기숙사생들 통제와 관리가 우선?
 

우리대학 인문캠과 자연캠의 기숙사의 통금 시간은 인문캠 생활관의 경우 오전 12시 30분부터 5시, 자연캠 생활관은 대학원생들이 이용하고 있는 명현관을 제외한 나머지 생활관에 대해 오전 12시부터 5시까지다. 기숙사 통금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학우들은 벌점을 부과받고 난 후 입실이 가능하다. 부과받은 벌점이 일정 수준을 넘게 되면 즉시 퇴사를 해야 하며, 다음 학기 기숙사 재입사가 불가하다. 우리대학의 기숙사 사칙은 자연캠은 총 37항, 인문캠은 총 39항의 벌점 부과제도가 존재한다. 반면, 상점 부과제도는 △생활관 내 봉사활동을 한 사생 △호실이 청결한 사생 △기타 관장이 추천하는 사생 △남의 물건을 습득 및 신고하여 주인에게 되찾아준 자 등 자연캠 총 3항, 인문캠 총 5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벌점 부과제도와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숫자다. 통금 시간을 넘겨 입실하면 무조건 벌점을 부과받지만, 외박을 하면 벌점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학우들은 차라리 밖에서 밤을 새워 벌점 부과를 피하려 하는 실정이다.
 

또한 우리대학 생활관은 ‘점호’시스템이 존재한다. 사생의 점호는 정기 점호, 임시 점호, 비상 점호로 나뉜다. 담당 책임자의 점호가 끝난 뒤, 지적사항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벌점이 부과된다. 아래의 표는 우리대학에서 현재 시행 중인 벌점제도 중 일부이다. 아래 표를 살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몇몇 조항들이 존재한다. ‘인터넷상에 폭언, 욕설, 근거 없는 비방 및 유언비어 배포’, ‘만취 귀사’ 등 기준이 모호한 조항들은 오히려 기숙사생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내용

벌점

1

학칙에 의거 징계받은 사생

즉시 퇴사

(벌점 5점 부과)

2

만취 귀사

3

벌점누적 5점 이상

4

음주 귀사

4점

5

타인의 수면을 방해하는 행위

2점

6

호실 내 음식물 반입 및 취식(24시 이전 휴게실 허용)

7

인터넷상에 폭언, 욕설, 근거 없는 비방 및 유언비어 배포

8

호실 청결 상태 불량

1점

9

기타 사내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

10

24시 이후 건물 내 음식물 반입

11

점호 및 오리엔테이션 불참

12

부착물의 첨부, 광고물의 무단전시 및 배포

13

지연 귀사 및 무단외박

▲자연캠 생활관 상/벌점제도 중 일부다.

 

내용

벌점

1

누적 벌점이 4점 이상(3점 초과)인 자

즉시 퇴사

2

2점 이상의 동일한 벌점을 반복해서 받은 자

3

이성을 호실에 출입시킨 자

4

폭언, 욕설, 비방 및 유언비어 배포한 자

2점

5

타인의 우편물을 불법수취하거나 개봉한 자

6

시내전화이외의 불법방식으로 전화를 사용한 자

7

공식행사(OT, 생활관 특별 지정행사)에 무단으로 불참한 자

1점

8

부착물, 광고물의 무단 전시 배포한 자

9

지정장소 이외에서 쓰레기를 투척한 자

10

무단외박으로 적발된 자

11

부착물, 광고물의 무단 전시 배포한 자

▲인문캠 생활관 상/벌점제도 중 일부다.

 

기숙사 통금, 폐지? 유지?
 

특히나 기숙사 통금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학우들이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통금이라고 하면 군부독재 시절 시행된 제도로 알고 있다. 현재 집에서조차 하지 않는 통금을 학교에서 시행한다니 아이러니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은 왜 통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 대학은 통금 유지의 주된 이유로 안전 문제를 이야기한다. 우리대학 인문캠 생활관리팀 측은 통금 제도 시행 이유에 대해 “통금 제도가 폐지된다면, 사생들의 출입 관리가 어렵고 외부인의 유입 가능성이 커진다. 그로 인해 도난이나 이성의 호실에 출입, 외부인 불법 침입 등 기타사고에 취약한 시간대가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사생들의 수면권 보장 문제도 존재한다. 구조가 통로로 돼 있는 기숙사의 특성상 소음에 취약한 부분이 있다. 야간에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릴 수 있어, 사생들의 늦은 귀가는 수면 중인 다른 사생들에게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진 학우들이 상당수 존재했다. 한 학우는 “타지로 학교를 온 탓에 주위에서 걱정하는 부분이 많은데, 통금이 없어도 성인이 된 만큼 나에 대한 안전은 스스로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통금을 폐지한 다른 대학의 경우처럼 확실한 규정이 있다면 대부분이 우려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다른 학우는 “통금 제도는 학교가 학생들을 더 편하게 관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통금 시간을 넘어 기숙사에 입실하면 벌점을 부과하지만, 오히려 새벽을 새고 입실할 경우 벌점이 부과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외에도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 같다”, “기숙사생은 기숙사에 늦으면 갈 곳이 없어진다”는 통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있었다.


반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통금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우들도 있었다. 통금 제도에 찬성하는 학우들의 대다수는 통금 제도가 자정이 넘은 시간에 실시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며, 만약 통금 제도가 폐지된다면 늦은 시간에 음주를 하고 들어와 자고 있는 사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가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차지했다.
 

학우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사생자치회 측의 의견도 이와 비슷했다. 자연캠 사생자치회 측은 “기숙사를 관리하시는 분들은 기숙사의 통금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잠깐이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이 존재한다. 하지만 통금 제도가 폐지된다면 이 시간에 근무할 인적자원이 더 필요하다. 이는 사생들의 기숙사비가 올라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이어 “무질서한 기숙사 규칙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를 당한 본인 뿐만 아니라 기숙사 측에도 책임이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는 목적이 가장 크게 생각한다”라며 학교 측과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러한 통금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타대학들은 점차적으로 기존 유지
해왔던 기숙사 통금을 폐지하는 추세다. 대학민국 성인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행되고 있는 기숙사
통금 제도는 개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기숙사생 1,209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5일까지 통금 폐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특히나 여자 기숙사 경우 통금 폐지를 찬성하는 비율은 80.6%를 차지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13년 남자 기숙사의 통금은 전면 폐지했지만, 여자 기숙사 통금은 안전상의 이유로 통금 제도를 유지했다. 이로 인해 남녀차별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9월, 여학생 기숙사 통금을 시범 해제한다고 밝혀 사실상 통금 해지와 마찬가지인 셈이 됐다.
 

서울대학교 또한 학생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2000년대 초, 기숙사 통금을 전면적으로 폐지했다. 통금을 폐지한 대신 생활관 자치회가 만든 규정을 통해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할 뿐, 학생의 생활에 개입하는 규정은 장기외박에 대한 조교의 확인뿐이다. 그 외에도 아주대학교 기숙사는 외박과 통금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학우들에게 성인으로서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최근의 추세는 이렇지만, 우리대학 인문캠 생활관리팀 측은 여전히 통금 해제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타대학의 경우 스피드게이트를 설치해, 통금 폐지 또는 통금 시간을 연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스피드게이트 보다는 통금이 학생들에게 더 안전하다. 또한, 인문캠 생활관은 생활관 4층 출입문 뒤쪽으로 주택가가 형성돼 있어 외부인 출입이 쉬운 환경이기에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통금을 폐지하고 있는 타대학과 비교해 우리대학의 입장은 어떤지에 대해 물어본 결과, 자연캠 생활관리팀 측은 “앞으로도 원칙대로 통금 시간을 유지할 생각이다”며 통금 폐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대학별 통금 시간 존재 여부

대학별 통금 시간 존재 여부

대학명

통금 시간 존재

시간

강원대학교

O

01:00-05:00

건국대학교

O

01:00-05:00

경북대학교

O

01:00-05:00

경상대학교

O

01:00-05:00

국민대학교

O

01:00-05:00

단국대학교

O

01:00-05:00

서울대학교

X

 

성공회대학교

X

 

성균관대학교

O

01:00-05:00

인제대학교(김해)

O

01:00-04:00

충남대학교

X

 

한국예술종합대학교

X

 

한국해양대학교

O

02:00-05:00

한양대학교

O

01:00-05:00

GIST

X

 

KAIST

X

 

POSTEC

X

 


 

공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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