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의 등극
세계화란 화두가 등극한 지 수 십년이 지났다. 세계화는 국제화, 서구화 및 자유화 등 다양한 형태로 인식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세계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탈국가주의이며, 탈민족주의이다. 이는 이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경제적 정서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목도되고 있는 민족주의 등극은 반세계화의 반대급부로만 이해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그 이면에 내포된 우울한 현실 세계의 일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민족주의는 양면의 칼날과도 같다. 민족이란 개념에는 숭고한 함의가 내포돼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민족주의는 외국인 혐오의 근거를 제공하는 이면도 가지고 있다.
사실 트럼프와 같은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의 인기를 보고 민족주의의 어두운 면을 신랄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공화당 후보가 미 대선에 승리할 경우, 미국의 대외 정책 변화는 세계 중심적이라기보다는 미국 중심적으로 변질될 수 있으며, 이는 우리 모두에게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패권국은 전 지구적 안보의 교부보가 돼야 한다! 동시에 최근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영국의 우민 투표를 얼마나 조소했는가? 영국이 어찌 그리 어처구니없는 정치적 결정을 하였을까에 대해 의아해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 숨어서 작동하고 있는 민족주의 담론의 폐해를 깨닫게 된다면 우울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내심 한 민족으로 반만년의 역사를 지켜왔다는 점에 자긍심을 느끼며 사는 민족이다. 하지만 순혈적 민족주의는 자칫 극단적 민족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 다문화 사회로 가야 한다는 거대 담론에 대한 이견은 없어 보이지만, 실제 삶에서 나타나는 정서와 양태는 다소 이율배반적이다. 이는 대학의 운영과 구성에서도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에 우린 민족 자결의 자긍심은 지켜야 하지만, 이것이 타자를 구별화고 차별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