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
“2월 16일부터 29일까지 아빠랑 해외여행 갔다 올게.” 엄마가 갑자기 말씀하셨다. 이틀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를 해주셨기 때문에, 나와 동생은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당황스러움도 잠시 내 머릿속에는 “자유”가 두 팔 벌려 나를 환영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생긴 자유에 나와 동생은 굉장히 들떠 있었고, 한 번 외출하면 새벽에 들어오는 것은 기본이었다. 처음 3일 동안은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은 기본이었으며, 집에서는 인스턴트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는 했다. 그러나 4일째 저녁부터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흘 동안 집을 숙박업소처럼 생각하고 지냈기에, 집안일에는 무관심했고 집안은 엉망이 되고 있었다. 빨래해야 할 옷과 설거지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다. 5일째부터 매번 밥을 직접 해먹고 치우는 일을 반복하면서 귀찮음과 동시에 굉장히 피곤함을 느꼈다.
딸이 없는 우리 집에서 엄마와 우리는 투닥거리며 살아왔고 언쟁은 그칠 날이 없었다. 항상 엄마의 입장은 생각하지 못하고, 우리의 처지에서만 생각하는 태도가 생겼다. 우리는 엄마가 해주시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시 여겼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었다.
기껏해야 설거지나 분리수거를 하고, 가끔 무거운 짐이나 나르는 일을 하고는 마치 대단한 일이라도 한 마냥 생색내기 일쑤였다. 이외에는 엄마의 수고를 덜어주는 가사에 직접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같았다. 늘 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었고, 이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부모님의 이번 장기간의 여행은 엄마가 해주시던 모든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밥을 챙겨 먹는 것부터 잠을 깨는 것까지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게 되었고, 우리가 엄마에게 한 행동들이 얼마나 철이 없는 짓들이었는지 깨닫게 됐다. 함께 기대고 사는 그 익숙함을 소중한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우리는 엄마에 대한 죄송함과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낀다. 다행히도 여행에서 돌아오시는 얼마 후에 부모님 결혼기념일이 있다. 필자와 동생은 이날만큼은 멋진 선물과 함께, 따듯한 밥 한 끼를 직접 대접해 드리려고 한다.
이 글을 보는 학우들도 부모님의 헌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어떨까? 우리 모두 주위에 있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
임상수(정외 10)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