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먹어도 돈 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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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먹어도 돈 내라고?
  • 정재원 기자
  • 승인 2015.11.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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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캠 생활관, 의무식 논란

 

안 먹어도 돈 내라고?

 

자연캠 생활관, 의무식 논란

 

* 자연캠 생활관 사생들은 매달 식권 배부기간에 생활관 입사 시 자신이 신청한 만큼의 식권을 배부받는다. 배부 받은 식권은 해당 학기 내에 모두 소진해야 한다. 식권이 부족할 경우 식당 내 위치한 식권자판기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장당 3,200원이다. 규정상 생활관 사생만 식사할 수 있다. 현재 자연캠 생활관 중 명덕관과 3동 두 곳에 식당이 있고, 아침과 저녁 식사가 제공된다. 아침 식사는 빵, 우유 등을 먹을 수 있는 ‘take-out’메뉴와 백반 메뉴가 있다. 각 메뉴 모두 식권 한 장이다. 저녁 식사는 식권 1장짜리 식사와 식권 2장짜리 식사, 그리고 식권 1장으로 구입할 수 있는 사이드메뉴가 있다. 또한, 3동 내에 스낵식당이 운영되는데, 점심과 저녁에 피자, 우동 등의 간식거리를 판매한다. 스낵식당은 메뉴마다 사용되는 식권 개수가 다르다.

 

남아도는 생활관 식권, 그 원인은?

우리대학 자연캠 생활관은 현재 생활관 신청 시 의무적으로 식권을 사야 한다. 운영 규정에 따르면, 가장 많은 학생이 거주 중인 ‘명덕관’ 4인실의 학기당 이용 비용은 개월당 40장의 식권을 배부받는 경우 총 920,000원, 20장의 식권을 배부받는 경우 총 766,000원이다. 개월당 식권 40장을 선택하면 식권의 가격은 장당 2,500원, 식권 20장을 선택하면 장당 2,800원이다. 생활관 생활기간을 한 학기인 약 3.5개월로 잡았을 때 이를 환산하면, 월 40장의 경우 350,000원, 월 20장의 경우 196,000원이다.

작년과 달리 올해부터는 생활관 신청 시 식권 구매를 원치 않더라도 월 20장과 월 40장 중 한 가지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남는 식권의 환불이 불가하므로 수많은 생활관 거주 학우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남는 식권을 우리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낮은 가격에 이를 되판다. 학기 말로 갈수록, 남는 식권이 많아서 이를 판매하려는 학우들이 많고 학우들 간 거래하는 식권 장당 가격은 더 내려간다. 우리대학 홈페이지 ‘명지광장’에서 월 20식의 경우, 장당 2,800원이던 식권 가격이 학우들 간의 식권 거래에서는 장당 1,000원 선 밑으로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본지 기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연캠 생활관은 2012년까지 생활관 입사생 전원은 월 40장의 식권을 의무 구매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대학 생활관의 일명 ‘식권 끼워팔기’ 관행을 자진 시정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일부 대학 생활관에서 2012년 2학기부터 의무식을 폐지했다. 공정위도 대학 측의 자진 시정을 고려해 경고조치를 내린 후, 시정 내용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통보해 유사 관행을 개선하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우리대학의 경우, 자진 시정 명령에도 불구하고 2학기에 생활관 의무식을 그대로 유지했으나 2012년 10월 7일 자 경기일보에 실린 “대학 생활관 식권 ‘강매’ 여전” 등 언론사 제보로 2013년부터는 생활관 의무식을 폐지했다.

 

의도된 설문조사, 정해져 있는 답

하지만 올해부터는 의무식 제도가 부활했다. 2014년 2학기, 사생자치회 측에서 새로이 식당 운영안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는데, ‘약 2년간 선택식 운영에 따른 식권 구입율 감소로 명덕관, 신관, 스낵 총 3개 식당 운영 효율성이 떨어져 급식 품질 유지를 위해’라는 이유였다. 설문내용은 아래 사진과 같았다.

설문조사 결과로 1안이었던 ‘월 0식 또는 월 40식’과 2안이었던 ‘월 20식 또는 월 40식’ 중 2안인 ‘월 20식 또는 월 40식’이 선택됐다. 2014학년도 2학기 생활관 전체 인원 1,834명에서 설문에 참여했던 1,557명 중 1,009명인 55% 학우들의 선택을 받아 2015년부터는 2안으로 운영하게 됐다. 그러나 당시 상황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학우는 “2안을 선택하지 않으면 명덕관 식당을 폐쇄한다, 스낵식당을 운영 안 한다는 말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2안을 선택한 학우들이 많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본지에서 작년 설문 조사지를 분석한 결과, 조사지 자체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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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학기에 실시한 자연캠 생할관 식당 운영안 관련 설문조사이다.

 

우선, 1안과 2안의 구분에 문제가 있었다. 월 40식이 부족한 학우나, 월 20식이 충분한 학우, 또는 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학우가 있음에도, 1안 ‘월 0식 또는 월 40식’, 2안 ‘월 20식 또는 월 40식’만이 투표 안으로 존재했다.

질문안 자체에서도 객관성이 부족했다. 조사지 내의 1안과 2안 운영 내용을 살펴보면, 1안의 경우 명덕관 생활관의 식당은 없애고 신관 식당만 운영하며, 스낵 식당의 경우 중식에만 운영한다고 표기되어 있다. 또, ‘식권 구입률 50% 미만 시 스낵 식당 운영 변경과 생활관 식단가의 인상’이라는 누가 봐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단점들을 부각시켰다.

대조적으로 2안에는 3곳의 식당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조식에 take-out 메뉴를 활성화하고 주말 석식에도 식권 2장 코너운영, 또 여러 가지 식권 소진 이벤트를 펼친다는 등의 장점들을 나열해 놓았다. 이는 질문지 자체가 답변을 2안으로 유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설문조사지 자체에 편향된 답변을 유도하고 있었지만, 이 설문조사가 타당한 조사인 것처럼 내세웠다.

법적인 문제점도 여전히 존재했다. 자연캠 생활관 식당 업체인 ‘아워홈’의 자료에 의하면 생활관 의무식에 관해 “학생들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식재도가 결정되는 등의 합리적 사유가 있을 경우 공정거래법상 문제소지가 줄어들게 된다”는 공정위의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설문조사 자체에 문제점이 있었고, 문제소지가 “줄어들게 된다”일뿐 문제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공정위는 2014년 4월 경북대학교의 의무식과 관련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한, 공정위 관계자에 따르면 “대학이 생활관생들에게 선택의 여지 없이 의무적으로 1일 3식의 식권을 사도록 강제하는 행위는 학생들의 자율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공정거래법상 위법한 거래강제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전국 대학 생활관들의 의무식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동일·유사 관행 적발 시 엄중히 제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지난달 있었던 설문조사에서도 개선되지 않은 채 1안인 “현재 20식이 적당하다”와 2안인 “현재 20식이 부족하다”는 두 가지 안으로만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또한, 설문조사를 식권 배부 장소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학우들은 설문조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따라서 전체 생활관 인원인 1,816명 중 1,188명인 65%만이 설문에 참여했다. 아워홈 명지대 용인점 박주경 점장에 의하면 “‘현재 20식이 부족하다’는 2안이 선택될 경우 내년에는 ‘월 30식 또는 월 40식’ 중 하나를 택하는 방식을 운영하려 했지만 근소한 차로 1안이 앞서서 2016년에도 현행대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이야기했다.

 

의무식 또는 선택식, 학우들의 생각은?

그렇다면 학우들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2015년부터 부활한 의무식 제도에 대해 만족하고 있을까? 본지 인터뷰 결과, 많은 학우가 선택의 폭이 좁은 현 제도에 불만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생활관 밥을 잘 먹지 않는 편인데 부모님께서 타지에서도 밥은 잘 먹어야 한다며 40식을 신청해두셨다. 따라서 매달 커뮤니티 사이트에 생활관 식권을 팔았다. 생활관 밥을 먹어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다른 식사를 잘하고 다니는데 생활관 신청 시 식권이 강제로 포함되어 강제로 사야 하는 점이 안타깝다”는 의견을 밝혔다.

오승주(화공 12) 학우는 “식권 선택에서 개인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식권 10장으로도 충분하고 식권 40장으로도 부족한 학우가 있을 수 있다. 20식과 40식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제다. 다른 대학에서도 생활관 0식 선택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 학우는 사생자치회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다수결이 항상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사생자치회가 답답하다. 어떤 것을 더 많이 선호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선택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문제다. 다수결의 원리는 항상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활관 식권 의무 구매의 경우 돈과 관련된 사항이므로 더 많은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설문조사와 관련해서는 “스낵식당 운영 중단, 명덕관 식당 폐관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이것은 기업의 상술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 20식과 월 40식의 장당 가격이 다른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학우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는 “강제구매는 소비자인 학생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20식을 선택하는데, 한 장당 가격은 40식보다 20식이 더 비싸다. 생활관 측은 학우들의 복지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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