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과학적 발견
상태바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과학적 발견
  • 최홍
  • 승인 2011.05.11 1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과학적 발견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과학적 발견

과학기술을 만능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수학ㆍ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의 생활이 많이 편리해지고 윤택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인류가 뭐든지 알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을까? 20세기 수학과 과학의 발견 중, 우리 사고 체계에 큰 변화를 일으킬 만한 것으로 다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바로 불완전성정리incomplete theorem과 불확정성원리uncertainty principle, 그리고 불가예측성unpredictability이다.
첫 번째, 증명할 수 없는 진리가 있다. 필자가 연구하고 있는 고등과학원Korea Institute for Advanced Study은 미국의 고등연구원Institute for Advanced Study을 모델로 세워진 연구소이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 간 아인슈타인 박사가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연구하였다. 작년은 이 연구소가 세워진지 80주년이 되던 해였고, 그동안 이곳에서는 노벨상 20여개,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일컫는 필즈메달 30여개를 받았다. 아인슈타인은 이 연구소에서 헝가리 출신의 젊은 수학자 괴델과 자주 어울렸다. 괴델이 증명한 불완전성 정리는 어떻게 보면 수학의 한계, 인간 이성의 한계를 스스로 내어 보인 점에서 위대하다. 옳은지 그른지를 현재의 논리체계 내에서는 판단할 수 없는 진리가 있다는 말이다. 이성과 논리를 믿고 뭐든지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온 인간에게 겸손을 요구하는 위대한 수학적 정리라고 할 수 있다.
뉴턴 이후 결정론적 세계관의 극치에 다다른 시절 라플라스는 현재 이 우주의 모든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알 수 있으면 우주의 모든 미래와 모든 과거를 계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제 이러한 결정론적이고 예측 가능한 세계관은 20세기 물리학의 발견으로 깨어졌다.
두 번째,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다. 불확정성원리는 독일의 젊은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가 발견한 양자물리학의 원리이다. 원자크기로 아주 작은 세계에서는 하나를 측정하여 알게 되면 다른 것을 알 수 없고, 다른 것을 측정하여 알게 되면 원래의 것을 알 수 없게 된다. 어떤 물리량의 측정 결과는 정확히 알 수 있는 결정된 양(量)이 아니라 오로지 확률적으로만 알 수 있다.
세 번째,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1986년 뉴턴의 위대한 업적 ‘원리Principia’ 300주년 기념 영국왕립학회 강연에서 제임스 라이트힐 경(卿)은, 1960년대 이후에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결정론적인 예측가능성을 과신하도록 오도(誤導)한 데에 대해 일반지식인들에게 과학자들을 대표하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흔히 나비효과로 알려진 혼돈 또는 카오스Chaos현상은 초기 조건이 아주 조금만 달라져도 오래지 않아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시스템에 비선형성이 있어서 약간만 복잡해져도 이런 혼돈이 찾아오기 때문에 장기적인 예측은 도저히 불가능해진다. 아무리 좋은 슈퍼컴퓨터를 동원해도 장기적인 일기예보를 못하는 것은 바로 이 혼돈현상 때문이다. 하물며 인간의 미래야 말할 필요도 없이 예측이 불가능하다. 인간은 먼 미래는 예측할 수 없지만 가까운 미래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먼 미래의 목표를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현재를 점검하면서 궤도를 수정하면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것이 카오스 현상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우리 인간의 이성과 논리는 완벽하지 않다. 우리 과거는 정해져 있어서 바꿀 수 없지만, 우리의 미래는 결정된 것이 아니다. 미래는 만들어 가는 것이다.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 해도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운세와 점쟁이를 찾아다니지 말고, 멀리 목표를 세우고 현재에 충실할 때에 카오스 속에서도 그 목표를 찾아갈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920호 과학정거장.JPG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김재완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