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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홍
  • 승인 2011.04.1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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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전산장애와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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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전산장애와 직무유기

지난 12일 오후 5시, 농협 IT본부는 시스템 상황을 감시하고 있던 중 형체가 불분명한 ‘시스템 파일 삭제 명령’이 실행되고 있음을 감지했다. 그리고 그들은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업무 시스템의 거래를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농협은 전산장애로 인해 온라인 거래는 물론, 현금자동입출금기를 비롯한 은행창구 입출금 거래ㆍ폰뱅킹ㆍ인터넷뱅킹 등 업무가 모두 마비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번 사고는 농협 서버의 유지보수를 하는 IBM 직원의 한 노트북 컴퓨터 IP주소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산장애가 발생한 지 닷새째가 지난 지금, 입금과 송금 등 일반적인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인터넷뱅킹을 통한 카드 결제ㆍ저축성 상품의 신규 거래ㆍ카드 대출 등의 일부 서비스는 아직도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농협의 지지부진한 사태수습으로 인해 고객의 피해 보상 요구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까지 농협에 접수된 공식적인 피해 보상 요구는 880여건이며, 전산장애에 따른 고객 항의도 28만 건에 달했다. 오히려 농협 고객들은 농협 ATM을 이용하지 못해 추가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고 발생 이후, 농협 고객들이 현금 인출을 위해 다른 은행 영업점 ATM기를 이용하면서 수수료를 내야 했다. 또 온라인뱅킹을 이용하면 대부분의 고객이 이체수수료 등을 면제받게 되지만, 창구에서 거래할 경우 수수료를 내야 한다. 창구에서 다른 은행으로 송금하기 위해서는 금액에 따라 1500∼3500원 가량의 수수료가 부담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농협 전산업계의 여러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첫 번째는 전산업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너무 무리하게 일을 시킨다는 점이다. 전산 회사 직원들은 각종 프로젝트를 촉박한 기간 동안에 무리한 수준의 요구사항을 완료해야하기 때문에 1~2년 간 주말이나 휴일 없이 매일 야근을 해야 한다. 이렇게 무리한 일정을 요구하다보면 프로그램 설계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리하게 하청기업에 일을 맡겼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의 IT 투자는 주로 값비싼 해외 하드웨어와 장비를 들여오는 데 쓰이지만, 프로그램 개발이나 운영은 모두 비용절감 차원에서 하도급으로 처리한다. 하청기업에 무리하게 일을 맡기다 보면, 본사에서 통제해야 할 일을 외부에서 통제하게 되어 관리가 소홀해진다.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정작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은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오히려 그는 “도의적인 차원에서는 잘못이 있지만 이런 사고는 내 권한이랑 아무 상관이 없다”며 “일은 모두 IT 담당자가 했는데 내가 왜 책임지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최원병 회장은 고객들에게 사과하는 기자회견에서 바쁜 일이 있다며 자리를 뜨려고 했다. ‘회장’이라는 직책은 ‘모임을 대표하고 모임의 일을 총괄하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반대로 최병원 회장은 ‘직무유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원병 회장은 농협의 최고운영자로써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길 바란다. 

원고매수: 7.5매
필자: 최홍 기자 g2430@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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