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한 인류의 끝없는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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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한 인류의 끝없는 노력
  • 최홍
  • 승인 2011.04.1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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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한 인류의 끝없는 노력

<과학정거장>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한 인류의 끝없는 노력

현미경과 망원경의 발견으로 인류는 자연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되었다. 현미경을 통하여 생물체의 내부와 같은 작은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망원경을 이용하여 먼 우주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과연 인류가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세계와 가장 먼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이 글에서는 현대 과학 기술로 측정이 가능한 가장 작은 세계의 변화를 통해, 가장 먼 우주를 보려는 인류의 끝없는 노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작은 세계가 가장 먼 우주를 보는 눈을 인류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배경복사 관측은 빅뱅 이후 우주의 나이가 약 38만년인 초기 우주에서 방출된 빛을 관측한 것이다. 현재 우주의 나이가 약 137억 년임을 감안하면 인류는 우주배경복사 관측을 통하여 아주 오랜 과거 우주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38만년보다 적은 초기 우주를 볼 수는 없을까? 우주의 은하들 사이 공간은 거의 비어 있기 때문에 먼 우주에서 오는 빛도 지구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빅뱅 직후의 초기 우주로 거슬러 올라가면 밀도와 온도가 점점 높아져서 빛이 빠져 나올 수 없는 상태에 반드시 도달하게 된다. 안개가 자욱한 날에는 멀리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따라서 빛으로 관측할 수 있는 우주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인류는 이러한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21세기 중력파 관측이 바로 그것이다. 뉴턴의 만류 인력으로 잘 알려진 중력은 질량을 가진 물체들을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빅뱅ㆍ은하의 충돌ㆍ초신성 폭발 그리고 블랙홀의 충돌과 같이 우주의 물질 분포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경우에는 주위의 중력에 변화가 생기고, 이 정보가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가는 것이 중력파이다. 이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존재가 예측되었으며, 빛에 비해 입자들과의 상호작용이 매우 작아서 빛이 빠져 나올 수 없는 초기 우주에서도 중력파는 쉽게 빠져 나올 수 있다.
빅뱅 직후, 초기 우주에서 오는 중력파를 관측할 만한 정밀도느 가지지 못했지만, 가까운 우주에서 오고 있는 강한 중력파를 관측하려는 시도가 현재 미국ㆍ유럽ㆍ일본ㆍ호주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 가동 중인 중력파 관측소 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는 직각으로 놓인 각각의 길이가 4km인 두 개의 진공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진공관의 끝에 무거운 반사 거울이 놓여 있는데, 우주에서 오는 중력파가 지나갈 때 이 거울에는 작은 진동이 발생한다. 이 때 발생되는 거울의 진동 폭은 수소원자 크기의 1억 분의 1에 해당한다. 진공관 속을 통과하는 레이저의 반사와 간섭현상을 이용하여 이 진동 폭을 측정함으로써 우주에서 오는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다. 즉, 현대 과학 기술로 검출이 가능한 가장 작은 세계의 변화를 통하여 아주 먼 우주를 보는 것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명제를 과학자들이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현재 가동 중인 지상의 중력파 관측소에서 관측이 가능한 대표적인 천체 현상은 태양의 수 배 질량을 가진 두 블랙홀의 충돌이다. 관측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 넘고 블랙홀은 빛조차 빨아드림으로써 중력파 관측을 통해 21세기 우주의 새로운 정보 제공자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수년 내에 다시 한 번 중력파 관측을 통하여 블랙홀의 신비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찾길 기대해 본다.
아직도 우주는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꿈을 가진 젊은 과학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과학적 도전을 수용할 수 있는 과학정책과 과학저변문화 확대를 통하여, 우리의 젊은 과학자들에 의해 우주의 새로운 모습이 밝혀지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필자: 이창환 서울대학교 이학 박사ㆍ현재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정리: 최홍 기자

 

919호 과학정거장.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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