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끼는 사치 두 끼는 과식 한 끼는 일상" 치솟는 물가에 식비부터 줄이는 대학생들 〈1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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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끼는 사치 두 끼는 과식 한 끼는 일상" 치솟는 물가에 식비부터 줄이는 대학생들 〈1126호〉
  • 이수아 사회문화부 정기자
  • 승인 2024.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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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신선식품 상승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표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신선식품 상승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장바구니 물가라고 불리는 생활물가지수**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3%대를 겉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1월 들어 2.8%로 떨어졌지만 한 달 만인 2월, 3.1%를 기록하며 다시 3%대에 진입했다.

지난 1월 경기도 용인에서 진행된 첫 민생토론회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생경제 회복의 주된 과제로 △물가 안정 △소상공인 부담 완화 △경제 활력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을 뽑았다. 윤 대통령은 이에 “거시 경제 지표가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신년 이후 3%대로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다시 2%대로 안정화 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소비자물가지수: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 일상 소비 생활에 필요한 481개의 상품 및 서비스를 구입하기 위해 지불하는 가격의 변동을 측정하는 지수.

**생활물가지수: 소비자물가지수가 체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도입한 소비자물가지수의 보조지표. 일상생활에서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생활필수품 142개를 대상으로 한다.

 

금(金)사과가 초래한 과일값 상승 도미노

▲표는 신선식품 세부 항목의 상승률이다.
▲표는 신선식품 세부 항목의 상승률이다.

그러나 포부와 달리 물가는 여전히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2월 ‘소비자물가동 향’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1.4% 상승했으며 특히 신선식품*은 20% 올랐다. 주목할 점 은 6개월 전부터 50% 이상 폭등해 왔던 사과값이 71%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32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더구나 사과값 폭등은 소비자 수요를 대체 과일로 옮겨 △귤(78.1%) △배(61.1%) △토마토(56.3%)가 도미노 상승폭을 자아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과일 가격 폭등이 지난해 △봄철 냉해 △이상 기후 △일조 부족으로 인한 생산 감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과와 배 생산량이 각각 30%와 27%씩 급감하면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안동시 학가산자락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권영광 농부는 “작년 개화 시기에 야간에 서리가 내리면서 꽃이 수정되기 전에 암술이 다 타버려 열매 착과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사과 생산량 감소의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축산물 가격은 과일과 달리 전월 대비 국산 쇠고기가 2.2%, 돼지고기가 2.5% 하락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수급체계를 보이고 있으며, 가공식품 물가 또한 국제 유지류와 곡물 가격의 하락으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신선식품: 신선한 상태로 유통되어야 하는 식품으로 △채소 △과일 △생선 등이 해당한다.

 

과일값 폭등에 초비상 걸린 정부 당국

신선식품 물가에 빨간불이 켜지자, 농식품부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농식품 물가 불안 요인에 총력을 다하기 위해 기존의 수급상황실을 비상수급안정 대책반으로 개편하고, 기존 주마다 있었던 회의를 매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3월 18일부터 납품 단가 인하에 755억 원을 투입해 △사과 △감귤 △대파 등 21개 품목의 판매 가격을 안정화시켜 소비자의 물가 불안 심리를 낮출 계획이다. 만일 4월 이후에도 가격이 불안정할 시 적용 기간과 품목, 단가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외 과일 직수입에 관해서는 사과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바나나와 오렌지를 포함해 파인애플, 망고 등 총 11개의 품목을 직수입하기로 했으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바나나 1,140톤, 오렌지 622톤을 직수입하여 빠르면 21일부터 20%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처가 ‘국민 과일’인 사과 가격이 급등한 여파를 일시적으로 잠재우려는 것일 뿐 수입 규제를 완화할 계획은 없어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응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검역 당국은 국내에 없는 과실 파리 등 병해충이 들어와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성이 있다며 당장에 수입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검역 절차를 완화해 성급하게 수입했다가 병해충이 유입될 경우, 오히려 방제 비용과 경제적 피해가 커지는 악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농산물 수입을 위한 수입 위험 분석은 모두 8단계로 이루어지는데, 평균 소요 기간은 8.1년이기에 당장의 빠른 수입은 어려워 보인다. 사과의 경우 현재 11개국과 검역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검역 협상이 체결된 국가는 아직 한 곳도 없으며, 현재 절차가 가장 진전된 일본도 1992년 신청이 받아들여진 이후 고작 5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편, 외국에서 수입한 저렴한 과일이 한국 시장에 들어올 경우에 가격을 낮추어 팔 수 있는 생산량이 없어 농가의 수입만 줄어들 뿐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한국농수산대학교 교양학부 농수산창업설계 김진진 교수는 “즉각적인 수입을 통해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았을 땐 해로운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며 “생산비가 낮아 저렴한 사과가 한국 시장에 유입될 시 과거 우리나라에서 밀 농사가 사라진 것처럼 사과 농사도 줄어들거나 없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즉각적인 수입보다는 체질 개선을 통한 중장기적인 수급을 꾀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한편 폭등한 과일 물가에 비정형과*, 즉 못난이 과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변해가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사과 비정형과 출하를 시작했다. 서울특별시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 씨는 못난이 사과를 구매한 이유에 대해 “자취를 시작하고 사과를 먹고 싶은데, 일반 사과는 너무 비싸서 대용으로 접하게 되었다”며 “겉보기에는 못났지만 맛이나 품질에 큰 차이나 모난 부분이 없어서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비정형과: 맛과 영양은 정상 상품과 같지만 우박 등으로 인해 생육 과정에서 모양이 좋지 않아 저렴하게 유통되는 과일.

 

식료품 가격 따라 오르는 외식 물가

농축수산물과 식료품의 물가 변동은 외식 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2008년에 우리 대학 정문 앞에서 가게를 차린 백종호 사장(이하 백 사장)은 최근 인건비와 더불어 큰 폭으로 오른 식료품 가격에 고수해 오던 박리다매 전략을 포기했다. 백 사장은 “코로나19 창궐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1kg에 만 원이던 고깃값이 딱 두 배가 되더라”며 “그렇다고 싼 재료를 쓰면 아무도 먹지 않으니 좋은 재료를 쓰고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표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서울특별시 평균 비빔밥 가격을 나타낸다.
▲표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서울특별시 평균 비빔밥 가격을 나타낸다.

생필품 가격 정보 제공 및 동향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 역량 제고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가격 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은 매달 8대 외식 품목 가격의 평균값을 집계한다. 2024년 2월 기준, 8대 외식 품목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냉면(7.2%) △비빔밥(6.4%) △김치찌개 백반(4%) △삼겹살(1.4%) △짜장면(5.1%) △삼계탕(4.5%) △칼국수(3.5%) △김밥(7.1%) 모두 상승했다. 2023년 5월, 일시적으로 돼지고기의 공급이 안정되어 삼겹살의 가격이 주춤한 것을 제외하면 8개의 품목 모두 1년간 하락세를 보인 적이 없다. 장희찬(경영 23) 학우는 “너무 오른 외식 물가에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고 싶어도 사주지 못하는 상황이다”라며 “선뜻 밥 한 끼 하자고 하기가 부담스러운 시대가 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실시한 ‘등록금 및 생활비 인식에 대한 전국 대학생 인식조사’에 따르면 ‘물가 인상을 체감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0.3%(6명)인데 반해 95.1%(1,975명)가 ‘물가 인상을 매우 체감한다’고 답했다. 대학생들이 가장 부담이 되는 지출 1위는 식비(56.1%, 1,164명)이었으며, 최근 물가 인상 이후 가장 먼저 줄이게 된 지출 항목 또한 식비(77.2%, 1,603명)가 차지했다. 즉 한 끼 이상을 바깥에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대학생들에게 가장 부담으로 다가오는 지출 항목은 단연 식비로, 이에 대한 지원이 시급해 보인다.

 

“밥은 먹고 다니냐?” 밥 먹느라 고군분투하는 학생들 

▲표는 이하영 학우의 일주일 식단표다.
▲표는 이하영 학우의 일주일 식단표다.

이하영 학우(경영 23, 이하 이 학우)의 일주일 식단을 추적한 결과, 이 학우는 6일간 아침 식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으며, 점심 또한 먹지 않거나 3-6시 사이에 첫 끼를 먹었다. 저녁의 경우에는 규칙적인 시간대에 식사를 하 기보다는 밤 시간대에 야식을 섭취했다. 더군다나 점심을 먹지 않거나 단백질 바 등으로 부실하게 먹은 날에는  늦은 밤, 폭식의 양상을 보였다. 이 학우의 식단은 물가 상승이 대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침식사를 거르는 학생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2021년’에 따르면 19세 이상 우리나라 국민들의 29%가 아침 식사를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다음 해에 발표된 동일한 조사에서도 19-29세 청년층의 아침 식사 결식률은 남녀 각각 55.4%, 63.3%로 나타나 모든 연령층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농식품부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작하여, 대학생에게 아침밥을 1,000원에 제공해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대한 학생들의 열띤 성원에 2024년 1학기, 인문캠 기준으로 선착순 100명이던 정원을 130명까지 늘렸다. A 학우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천원의 아침밥을 먹는 이유에 대해, “요즘 1,000원으로는 삼각김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 천 원에 밥과 시리얼, 샐러드까지 제공해 주니 먹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애매한 시간에 첫 끼를 먹는 학생들

서울시 동작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최 씨는 요즘 외식 물가 상승률을 피부로 느끼며 식비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최 씨가 선택한 방법은 끼니를 거르거나 ‘애매한 시간에 식사하기’다. 최 씨는 “요즘은일부러 애매한 시간인 5시에 첫 끼를 먹어서 저녁을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프게 한다”며 “자취하고 나서부터 다양한 음식을 해 먹는 것이 어려워져 메뉴로는 보통 다채로운 음식이 나오는 정식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또한 학식 가격이 우리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4,000원에서 6,000원 사이인데도 점심을 거르는 이유에 대해서는 “학식은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수업이 끝나면 학식도 끝나 있다”며 제한되어 있는 학식 운영 시간에 아쉬움을 표했다. 허지수(디미 23) 학우는 “식비 지출이 심했다는 생각이 들면 굶고 집에 가 늦은 시간에 저녁을 먹는다”며 “과거엔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 먹거나,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다녔지만, 건강과 긴 통학 시간에 음식이 상할 것을 우려해 대용량 단백질 바를 구비했다”고 말했다. 한편, 굶거나 제때 끼니를 섭취하지 않는 것은 다음 식사에 과식이나 폭식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

 

대부분의 시군구에서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우리나라에서, 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곧 식판을 졸업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누구도 식사를 챙겨주지 않고, 홀로 식사를 책임져야 하는 때가 오면, 그제야 학창시절 외면하던 급식이 얼마나 많은 손길과 고민을 거친, 공고한 식단인지 알게 된다. 많은 대학생이 돈과 시간이 없어 ‘때우는’ 식사를 하고 있다. 날로 높아지는 물가는 경제활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대학생들에겐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므로, ‘밥심 국가’ 한국은 하루 빨리 대학생들을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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