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칼럼] 당신의 몸은 안녕하십니까 〈1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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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칼럼] 당신의 몸은 안녕하십니까 〈1126호〉
  • 명대신문
  • 승인 2024.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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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보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
김경보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

한국 사회에서 언제나 새해 목표로 손꼽히는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다이어트입니다. 소셜 미디어나 매스 미디어를 살펴보면 식단조절이나 운동을 시도하는 수준을 넘어, 극한의 운동과 식단조절을 시도하는 사람들, 식욕조절을 위한 약품이나 보조제를 섭취하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근래에는 운동 선수 수준의 노력을 기울여 바디프로필을 촬영하는 것도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건강 증진을 위해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들만 체중 감량에 열을 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 통계자료(2019)를 살펴보면 대한민국 국민, 특히 20대 여성의 눈물겨운 다이어트 사랑(?)은 정상 체중, 심지어 저체중인 경우에도 멈추지 않는 듯합니다. 건강상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닌데, 다이어트라는 단어는 왜 그리 유혹적일까요?

어떤 키워드가 따라오는지 보면 이유를 추측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이어트의 성공은 자기조절과 인내, 성취감, 취업 성공이나 인기 등 우리가 바라는 조건들과 연결되는 것처럼 들립니다. 시각적 만족을 주는 사진은 자기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타인과의 비교에 민감한 젊은 층에게 다이어트, 바디프로필 등의 이슈는 끊임없이 인기를 끌게 된다고 볼 수 있지요. 다이어트는 선택과목이 아닌 필수과목처럼, 많은 사람에게 일상이자 관심사이며 일생의 과제처럼 인지되기도 합니다.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외모지상주의나 다이어트 등의 키워드는 유혹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미디어는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작동합니다. 이는 이윤으로 치환되는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목표로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관심을 보이는 만큼 미디어에서 스타와 인플루언서의 외모, 다이어트 관련 이슈를 더욱 자주 접하게 됩니다. 잘 보면 대중의 뜨거운 관심 확보를 위해 이미지의 자극적 왜곡이나 이슈의 확대 재생산이 일어나는 과정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신체를 하나의 ‘자산’으로 다루며 관리와 개선의 대상으로 이해하는 사회적 담론에 익숙합니다.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 신체를 대상화하는 강한 시각적 자극에 자발적으로 접속해 있으면서, 별다른 생각 없이 주어진 이미지와 외모에 대한 신념을 반복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어찌보면 너무나 자연스럽고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현상들인데, 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분명한 위험성을 언급해 왔습니다. 미디어 메시지를 통해 몸에 대한 특정 가치관과 기준을 학습하고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느끼기 쉽고, 이를 교정하기 위해 위험한 감량 방식을 모방하며, 심하면 식이장애나 정서적 문제를 겪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어떤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할까요? 여러 가지 차원을 논의할 수 있지만, 일단 개인 차원에서 노력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무방비하게 메시지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자신을 심리적으로 방어하는 것입니다. 내가 듣고 보는 메시지가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생각해보는 것, 누군가의 체중감량에 솔깃할 때 나의 건강하고 활기찬 삶에 도움이 될 지 생각해보는 것, 연예인을 따라하기 이전에 외모 관리에 대한 직업적 요구를 이해하는 것, 그들과의 상황 차이를 판단하여 필요한 것만 선별하는 것 등이 있겠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반의 의식 개선 노력이 필요합니다. 개인들의 비판적 메시지 수용과 심리적 방어기술 훈련과 함께 다이어트나 몸매관리의 결과를 극적으로 과장하는 기사,글,사진 등을 지양하는 미디어 업계의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구성원 개인들의 비판적 사고, 자신을 온전히 수용하는 마음, 그리고 미디어 산업계의 자정작용이 함께할 때, 비로소 우리 사회가 몸을 이해하는 시선이 더욱 건강하고 성숙해질 것임이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몸을 ‘특정한 형태’가 아닌 나 자체를 이루는 근본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모두의 의식적인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되새기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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