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별력 잃은 사회의 무분별한 논란 〈1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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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별력 잃은 사회의 무분별한 논란 〈1126호〉
  • 명대신문
  • 승인 2024.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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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양궁 선수 안산(이하 안 선수)은 일본식 한자로 적힌 전광판 사진을 SNS에 게시하며 “한국에 매국노 왜 이렇게 많냐”는 말을 덧붙였다. 해당 게시글은 즉시 ‘논란’이 되었다. 일부 유저들은 안 선수가 소속된 양궁단에 문의를 넣었고,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대한체육회 및 문화체육관광부에 안 선수에 대한 경고 조치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더하여 자영업연대 이종민 대표는 지난 19일 안 선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선량한 자영업자 전체를 모욕했다는 이유다. 안 선수가 사과문을 게시하고, 많은 여론이 안 선수의 편에서 이들을 지적하고 있지만 애초 필요없는 논란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번 ‘논란’에서 집중해야 할 것은 안 선수의 잘잘못이나 반 · 친일의 역사가 아니라, 과연 이 사건이 이렇게까지 큰 ‘논란’이 될 필요가 있는지다. 2016년, 김자연 성우의 옷에 적힌 ‘여성에게는 왕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문구가 남성 혐오라는 문의 테러에 의해 넥슨은 해당 성우와의 계약을 취소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도 게임업계에서는 유저들에 의한 ‘페미니즘 사상 검증’이 만연하며, 문제시된 담당자와의 계약 해지 등이 지속되어 업계의 고용 불안정을 강화했다. 이처럼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한 논리 없이도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학습한 이들은 그 권력에 취하고, 끝없이 요구하며 사회를 혼란에 빠트린다. 논란이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을 적확 하게 구분하는 시선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 안 선수를 공격하는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에서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메뉴판 등에 한화 대신 엔화를 기재한 가게에 대해 안 선수와 유사한 비판을 가하고 있었다. 그들의 ‘분노’가 진심이 아님은 이미 입증된 셈이다. 과연 이러한 집단이 만들어낸 억지 논란에 사회 전체가 경천동지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한국경제신문에서는 안 선수가 사용한 양궁 장비 중 조준기가 일본 제품이라는 기사를 내 이들의 공격에 힘을 실었다. 안 선수는 양궁계에서 주로 쓰이는 미국과 일본제가 아닌 국 산 활을 사용해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등 한국 제품을 사용하고자 노력했으나, 이러한 사실은 안 선수를 응원하는 측에서 반박 자료로 올렸을 뿐 크게 조명되지 못했다. 공과 맥락은 사라지고 과와 만들어진 ‘논란’만이 남은 것이다. 언론이 앞장서서 특정 집단의 의견에 힘을 싣고, 보도의 가치와 경중을 파악하지 못한 채 받아쓰기 식으로 기사를 작성하며 진실 전달이 아닌 맥락 호도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논란이란 ‘여럿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며 다툼’을 의미한다. 유명 선수일지언정 개인의 감상을 표현한 글에 대해 전 국민이 다툼을 벌여야 할까? 대한민국 사회는 다툴 것과 다투지 않을 것, 논의해야 할 것과 그럴 가치 없는 것을 구분하는 법을 배워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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