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자 『경향신문』 1면에 산양 사진이 보도됐다. 산양은 1급 멸종위기종이며 겁이 많고 경계심이 강해 무인 카메라가 아닌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는 일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주로 인적이 드물고 험준한 산림에 서식하는 산양의 집단 서식지 중 하나는 설악산 국립공원이다. 폭설이 내린 이날 설악산 인근 도로변으로 떼 지어 내려온 산양들은 기후변화로 먹이를 찾기 어려워 저지대까지 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은 강원특별자치도청에서 진행한 제19차 민생토론회에서 “강원의 자랑이자 강점인 천혜의 자연 자원을 활용하여 관광 산업을 더욱 육성하겠다”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추가 설치, 강원 국유림 규제 해제 등의 계획을 밝혔다. 40여 년간 강원도의 ‘숙원 사업’이었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환경부의 반대와 이에 따른 행정심판, 환경단체의 투쟁으로 진행이 미뤄져 왔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산양 등 법정보호종에 대한 모니터링 △정류장 구간 축소 방안 강구 △보호식물에 대한 추가 현지 조사 등의 조건과 함께 승인됐다. 그러자 양양군은 시공사도 결정하지 않은 채 착공식을 강행했고, 본격적인 공사는 올해 5월로 예상된다. 아직 공사조차 시작하지 않은 케이블카 사업의 추가 설치 계획이 벌써부터 언급된 것이다.
동시에 윤 대통령은 “절대적인 보존만이 환경이라 생각하면 인류가 발전할 수 없다. 열차나 케이블카가 있으면 사람들이 걸어 다니지 않고 보기 때문에 자연이 오히려 보존된다는 얘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립공원연구원에서 발표한 ‘국립공원 삭도* 운영 구간의 탐방객 이용 특성 및 훼손 영향’ 보고서는 “국립공원 내 삭도를 설치한 경우에는 정류장, 지주대 설치 등
1차적인 개발로 자연생태계가 훼손된다. 또한, 탐방객들은 삭도 종점에 도착한 후에 자연경관이 우수한 조망점까지 10~15분 만에 접근할 수 있어 삭도 종점 정류장 일대, 탐방로, 우수 조망점 주변 등에서 2차적인 훼손이 발생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설악산은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다. 설악산을 포함한 국립공원은 전 국토의 7%도 채 되지 않는다. 7%도 되지 않는 보호구역마저 개발해 가며 얻어낼 인류 발전과 경제성장은 과연 얼마나 의미 있을 것인가.
*삭도: 공중에 매달린 밧줄에 운반기를 설치해 여객 또는 화물을 운송하는 교통 수단. 「궤도운송법」 상 케이블카 등을 의미하는 명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