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획을 통해 기사를 쓰는 과정은 기자 자신에게 이는 의문을 해결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명대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3학기째다. 작은 보도부터 큰 기획 기사까지 제법 많은 기사를 썼지만, 모든 기사가 단 몇 가지 질문에서 시작해 납득 가능한 답변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고민하는 동안 탄생했다. 필자뿐만이 아니다. 함께 일하는 기자들도 모두 제 안의 의문을 해결해 기사로 풀어낸다. 그리고 우리는 기꺼이 각자가 가진 의문을 나눈다. 다소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휴학생의 권리를 논하며 갑작스레 ‘형평성’의 사전적 정의와 본질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고, 전년 동월 대비 냉면 가격이 770원 올랐을 경우 외식 물가 상승률과 상승 폭은 어떻게 되는지 계산하느라 진을 뺀다. 스스로 이해하고 납득하지 않으면 글로 옮기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다 새벽이 가까워지면 갑자기 ‘저널리즘이란 무엇인지’ 같은 질문을 하는 빈도가 늘어난다. 빠른 퇴근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필자가 이번 기획을 작성하며 마주한 것도 ‘책을 읽어야 하는가’ 같은 근본적이고 뒤늦은 의문이었다. 책만이 유일한 정보전달의 수단이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고, 뉴미디어는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책이 지식의 보고라는 말도 옛말이 아닌지 의문이 드는 순간이 있었다. 이에 더해 손 쓸 새 없이 떨어지는 듯 보이는 독서율과 마찬가지로 막을 수 없는 예산 삭감은 이 시대에 정말 독서가 가치 있는 일인지 고민하게 했다. 기획을 시작하기 전 충분히 고민했어야 하는 질문이지만, 지금껏 살아가며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선택을 해왔기에 그런 의문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라 자만했다.
다행히 인터뷰 덕에 확신을 가지고 기사를 끝낼 수 있었다. 책을 만들고, 책을 읽고, 책을 다루는 이들은 책만이 줄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필자는 이번 기사를 통해 의문에 대한 나름의 답변을 냈지만, 부끄럽게도 아직 확신은 없다. 의문에서 시작해 고민하고, 답변을 내리고, 내린 답변에 확신을 가지는 것까지가 기자의 일이라면 필자는 여전히 기자 자격 미달인 듯싶다. 그러나 쓰고, 또 쓰다 보면 언젠가 확신을 갖게 되는 날이 올 거라는 확신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