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만들 때까지 〈1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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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만들 때까지 〈1125호〉
  • 명대신문
  • 승인 2024.03.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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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로, 국내에서도 한국여성의전화 등 다양한 단체가 관련 행사를 열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75년 UN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공식 기념일로 인정받았으나 유래는 그보다 훨씬 이르다.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러트거스 광장에서 의류산업계 여성 노동자 1만 5천여 명이 노동 환경 개선과 여성 참정권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는 문장을 구호로 삼았는데, 빵과 장미는 각각 생존권과 참정권을 상징한다. 이로부터 1년 뒤 미국 사회당은 최초로 전국 여성의 날을 선언했고, 인권운동가 클라라 제트킨은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 여성노동자회의에서 여성의 날을 국제화하고자 제의하는 등 여성의 날 확산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

한국 역시 1920년경부터 나혜석, 박인덕 등이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했지만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맥이 끊겼다. 이후 1985년이 되어서야 제1회 한국여 성대회가 개최되었고, 2018년에는 여성 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다. UN은 세계 여성의 날을 통해 여성의 역할을 인정하고 차별의 종식 및 여성의 완전하고 평등한 참여를 위한 지원을 증진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 역시 이 취지에 걸맞게 느리지만 꾸준히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UN은 매년 여성의 날 상징 주제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여성에 대한 투자: 진전을 가속하자’로, 성평등을 위한 행동에 투자되는 자금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살 로메 주라비치빌리 조지아 대통령, 비디아 데비 반다리 전 네팔 대통령 등 여성 지도자가 속속들이 등장하는 시대다. 상당한 성과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갈 길이 멀다. 현재 유엔 193개 회원국 가운데 여성이 이끌고 있는 나라는 30개국 가량이다. 이는 대략 16%의 수치로, 세계의 여성 비율을 생각하자면 여전히 적은 수치다. 생존이나 기초적인 인권과 직결되는 문제도 있다. 중동 지역 여성들은 분쟁과 전쟁 속에서 각종 위협을 받고 있다. 2022년부터 이어진 이란의 히잡 시위도 여전하고, 국내에서는 올해 여성의 날을 앞두고 19시간에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그럴 위험에 처해 있다는 ‘분노의 게이지’ 통계가 보고됐다.

스스로 여성이라고 생각해도 사회로부터 여성이라고 인정받지 못하거나, 여성의 몸을 지니고 태어났어도 스스로 여성이기를 원치 않는 성소수자에 대한 문제는 아직도 발언과 동시에 여러 공격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는 존중해야 할 다양한 정체성들을 계속하여 마주하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은 3월 8일이지만, 권리를 위한 투쟁이 그 하루만 존재한 것은 아니다. 그처럼 일상 속의 목소리가 쌓이면 언젠가 모든 인간이 지금보다 평등하게 공존하는 사회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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