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막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1124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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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막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1124호(개강호)〉
  • 명대신문
  • 승인 2024.02.2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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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열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학위수여식에서 축사 중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졸업생이 “R&D 예산 복구하라”며 소리를 질렀다. 작년에 발표된 해당 분야 예산 삭감에 대한 항의 표현이었다. 대통령 경호원은 곧바로 졸업생의 입을 틀어막고 행사장 밖으로 끌어냈다. 이에 졸업생에게 취한 조치가 다소 과격했다는 ‘과잉 진압’의 해석이 불거졌다.
KAIST 학부와 대학원 측은 19일 성명문을 통해 “학위복을 입은 위장 경호원들에게 입을 틀어막혀 끌려나가는 장면을 본 학생들이 불편함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퇴장 조치를 두고 ‘과도한 대응’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26명의 카이스트 동문은 20일 대통령 경호실 측을 「대통령경호실법」상 직권 남용, 폭행 · 감금죄로 고발했다. 고발대리인인 변호사는 위 사건을 국가 권력을 동원한 ‘국가 폭력’ 사건이라고 명명했다.
일각의 시선이 진압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사건에 대해 “경호구역 내에서의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한 일이었다”고 설명하면서도 졸업생을 ‘소란 행위자’로, 해당 상황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경호 행위가 국가 폭력이라 일컬어진 일은 불과 한 달 전에도 있었다. 지난달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국회의 원들과 인사를 나누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대통령 경호원들에게 진압당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경호상 위해 행위라고 판단되어 퇴장 조치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카이스트인권윤리센터 홈페이지에 등재되어있는 「KAIST 대학원생 권리장전」 제11조(표현의 자유)는 대학원생이 학내와 사회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가짐을 명시하고 있다. 졸업생의 외침은 R&D 감축 예산안이 의결된 지 불과 반년 만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야심차게 말을 번복한 국가 원수에 대한 권리 행사가 아닐까.
인물에 대한 분리 조치는 그 인물의 의견 또한 자신의 것과 갈라놓는 것이다. 그와 그 의견이 보이지 않게 현장에서 인물을 지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묵살이다.


말할 수도 없고
걸을 수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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