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인형, 판도라의 상자 〈1124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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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인형, 판도라의 상자 〈1124호(개강호)〉
  • 명대신문
  • 승인 2024.02.2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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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을 맞이하여 한편으로는 설레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가득할 독자들을 위해 걱정 인형과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한때 TV에서 보험회사 광고로 ‘걱정인형’이 나온 적 있다. 걱정인형은 과테말라의 전통 공예품이기도 하다. 고대 마야에서 창조와 출산의 여신인 익스무카네(Ixmucane)는 태양신으로부터 인간의 모든 걱정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다고 전해진다. 잠들기 전 인형에게 걱정거리를 말해주고 베개 밑에 넣어두면 익스무카네의 힘으로 아침에 모든 걱정거리가 사라진다고 한다. 그만큼 걱정하지 말자는 당부는 모든 문명권에서 공통된 희망이다.

고사성어에도 걱정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기우(杞憂)는 ‘기(杞)나라 사람의 근심’, 즉 기인지우(杞人之憂)의 약자다. ‘주나라 때 기나라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것을 걱정하여 식음을 전폐했다’는 고사에서 나왔다. 심리학자 어니 J. 젤린스키의 저서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 따르면,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는 사소한 사건들, 그리고 4%가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이라 한다. 즉 96%는 걱정할 필요조차 없는 기우(杞憂)이며, 4%만이 진짜 걱정이다. 걱정은 불안감으로 스트레스로 커져 병이 된다. 이것이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disorder)이며, 소화기 계통이나 심혈관계의 다양한 신체 증상을 동반한다. 그래서 걱정도 병인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걱정은 고대 동굴생활을 하던 선조들이 매사 조심하던 부정 편향(negativity bias)의 흔적이며, 인간종의 생존확률을 높여주었기에 긍정적 측면도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조심하고 걱정할 때 더 공부가 잘 된 경험이 있으리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를 보면, 제우스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여자 인간을 만들라고 하여 판도라가 탄생했다. 제우스는 판도라의 탄생을 축하하여 상자를 주었고, 절대 열어보지 말라 했다. 판도라는 프로메테우스의 동생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지만, 어느 날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결국 상자를 열고 만다. 상자 안에는 온갖 욕심, 질병, 재앙 등이 담겨 있었으며, 상자를 여는 순간 세상 곳곳으로 퍼졌다. 판도라는 깜짝 놀라 상자를 닫았고, 희망만은 빠져나가지 않았다.

현대는 위험사회이다. 그래서 전쟁, 전염병, 이상동기 범죄 등 온갖 예측불허의 동굴 밖 세상이다. 그럼에도 우린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며, 걱정과 함께 희망으로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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