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 ‘K-STAT’이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해 밝힌 2023년도 상반기 국가별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올 상반기 무역수지 순위는 국제통화기금 주요국 208개국 중 200위를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의 무역수지 순위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아 2008년 161위를 기록했던 것을 제외하면 꾸준히 20위권을 유지했다. 심지어 지난 정권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내내 10위권 안팎을 오가던 무역수지 순위가 지난해 198위로 추락한 데 이어 또다시 세 계단 하락했다는 사실이 국민들로 하여금 원인에 대한 의문을 품게 했다. 이에 더해 109위를 기록한 북한과 비교하며 북한보다 누적된 무역 적자라는 것을 강조한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연일 쏟아졌고, 이는 이미 일상생활에서 물가 상승을 체감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형성하는 듯했다.
무역수지 적자와 순위 폭락의 이유는 무엇일까? 순위 하락을 둘러싸고 세계 경제 침체를 탓하는 이들과 정부의 오판을 손가락질하는 이들이 서로를 겨누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 수입액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었으며, 전 세계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소비 침체 등 ‘글로벌 추세’라는 의견과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호기롭게 발언한 ‘탈중국 선언’의 잘못된 결과라는 분석 등 여러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서로를 겨누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은 국가의 연이은 무역수지 적자가 단일한 원인으로 규명될 수 없다는 당연한 명제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제통화기금 주요 208개국 무역수지는 전체적으로 악화됐다. 전체 무역수지 적자가 전년 대비 4배가량 증가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이 사실이 중국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 구조와 이어져 무역수지 순위 폭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의견이다. 특정 산업과 국가에 의존도가 높은 수출 구조는 전 세계 금융 환경 변화에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추세와 수출 구조의 약점이 겹쳐 무역 수지에 큰 위기를 겪은 현재, 세계 정세를 살피며 새로운 주력 산업 육성 등 구조 개선을 논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