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조차 평등하지 않은 세계에서 〈1121호〉
상태바
재난조차 평등하지 않은 세계에서 〈1121호〉
  • 명대신문
  • 승인 2023.10.10 0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후위기라는 말을 넘어 기후재난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오늘날, 세계의 정책과 삶이 바뀌고 있다. 에코백이나 텀블러는 일상처럼 자리잡았고, 채식 위주 또는 완전 채식 식단을 꾸리는 ‘비건’ 생활 역시 가축 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 등 온실가스를 줄이며 목장 확장으로 인한 삼림 파괴 등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지난 9월 23일에는 세종대로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열려 정부를 향해 ‘기후재난으로 죽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한번 변한 기후 쉽사리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의장 짐 스키는 2050년경 탄소중립에 도달해도 경우에 따라 기후위기가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구온난화는 언제 탄소중립에 도달하는지보다 탄소중립까지 도달하는 경로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탄소중립에 다다르는 경로가 과연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기후재난에 모두가 주목할뿐더러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오늘과 직결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명제가 무색하게도, 누군가에겐 기후재난이 당장 오늘의 일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먼 훗날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실정이다. 재난은 늘 취약계층을 가장 먼저 위협한다. 이를테면 온열질환에 가장 크게 노출된 이들은 주거 공간이나 경제적 문제 등으로 냉방장치를 틀 수 없거나 마련하지 못한 이들이다. 일터에 냉방장치 구비가 어려운 농민, 공사장 및 공장 노동자, 경비 등도 마찬가지다. 국제관계도 다르지 않다. 파키스탄은 전 세계 CO2 배출량 중 0.6%만을 차지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잠기는 사건을 겪었다. 아프가니스탄 등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을 겪는 지역도 많다. 아직 여러 개발도상국은 기후재난 및 기술 변화에 대응할 여유가 부족하나, EU는 지난 1일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필요한 정책임은 사실이나 막 발전을 시작한 국가들에게 타격이 갈 뿐더러 아시아권을 위시한 제조업 기반 국가는 석탄 사용이 잦은 만큼 탄소세 부과가 무역에 불리하기도 하다. 산업혁명으로 발전하며 탄소 배출에 크게 기 여한 선진국들이 이제 와 ‘환경오염 책임’을 타국에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아주 틀리지만은 않은 셈이다.

재난조차도 평등하지 않은 이 시점, 지난해 11월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 약 당사국 총회(COP27)에서는 개발도상국의 기후재난 관련 피해에 대해 선진국들이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 관련 총회 결정문을 당사국 197개국 합의로 채택해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 기후정의행진이 외쳤듯 죽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나아가 기후재난으로 인한 생활 변화에 함께 발맞춰 갈 권리가 모두에게 보장될 수 있도록 국가와 국제사회의 노력이 더욱 진행되기를 바라는 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