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칼럼] ‘청소년기’라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11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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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칼럼] ‘청소년기’라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1121호〉
  • 권일남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 승인 2023.10.10 0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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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남 청소년지도학과 교수choungji@mju.ac.kr
권일남 청소년지도학과 교수choungji@mju.ac.kr

킴벌리 커버커의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시구처럼 나도 청소년기의 초조함과 두려움을 슬기롭게 넘어 감사와 행복을 아는 법을 배웠을 터인데…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조금 더 귀를 기울였더라면 나는 지금 어떠할까? 인간이 성장하면서 겪는 여 러 과정 중 가장 무관심한 사회적 격리의 상징적 시기가 청소년기라고 한다. 유아 및 아동, 청년, 성인, 여성, 장애인, 노인 등에 대한 지원과 지지는 존재하지만 청소년에게는 인색하다.

청소년을 질풍노도, 사춘기, 중2병, 문제아, 반항심, 주변인 등으로 부르는 것도 부정적인 면을 침소봉대하여 격리 대상으로 치부하는 것의 일환이다. 그러니 청소년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겪어 네 명 중 한 명은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절망 속을 헤매곤 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를 제2의 탄생기라고 말하는데, 탄생의 의미를 그 시기에 나는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생각해 보자. 새로운 탄생이라면 아픔이 크고 지대할 터인데 관심과 지지를 받지 못해 나의 청소년기가 힘들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보자. 그러한 경험이 토대가 되어 지금 힘들어하는 청소년에게 건강함을 선물하는 청년이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긍정과 부정을 설명하는 의미로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와 노시보효과(nocebo effect)가 있다. 가짜 약이라도 좋은 마음으로 긍정적인 기대감을 가지면 진짜 약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플라시보효과에 비해 노시보는 오히려 부정적 영역이 지배적이라 몸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지난 시절의 부정적 경험도 이제나마 좋은 생각과 행복한 경험으로 치환하면 힘들고 부정적인 경험에 지배되지 않게 된다. 수많은 아픔 속에서 행복을 끌어내려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에 힘들게 노력해야 하지만 부정적 기 억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쉽게 떠오르는 경향이 있다. 이를 자이가르닉효과(Zeigarnik Effect)라고 하는데 과거의 불편한 경험은 미 완성과제가 되어 뇌리에 깊게 박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의 아픔이 불편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청년들 중 그때 불안의 원인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알았다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반면 지금도 여전히 혼돈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삶의 균형추를 얻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추정치로 전국에 61만여 명, 서울시만 해도 13만여 명에 달한다고 하니 삶이 힘든 청년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마음속에서 여유를 갖지 못하고 불안과 역경 극복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잠재적 고립 청년들은 이 시대의 모든 청년들이 겪는 고통일 것이다. 아무리 청년의 삶을 이해하고자 정부가 위기론을 주장하며 수많은 대책을 강구한다지만 저출산, 고령화에 은둔과 고립을 택하려는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소멸이라는 위기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금의 삶에 대한 돌파구에 적응할 수 있는 가의 여부이다.

명지라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도 불안감 속에서 은둔과 고립을 택하고 싶어질 수 있지만, 원인을 알면 대처할 길 또한 보인다. 지난 코로나19로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미루게 한 정신과 신체적 탓도 있겠지만 삶의 준비, 앞으로 해야 할 목표의 설정 등이 명확한지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금 나를 돌이켜 보는 시간을 재설정해 봄은 어떠한가? 지나쳐 온 청소년기이지만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그때 알지 못해서 겪었던 어려움이 무엇 때문이고, 앞으로 어떠한 행로를 만들 수 있을지를 설계해 보자.

완벽한 청소년기를 거쳐온 사람이 없듯이 오히려 혼돈과 역경의 시간을 거친 사람에게 가능성과 희망의 기회는 더 커진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내가 청소년기에 힘들고 어지러웠던 원인과 그 원인이 상쇄된 결과를 돌이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는 그 당시의 혼란스러운 경험의 결과는 오직 나만의 소중한 창조적 소산물이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라는 시간의 흐름을 겪은 내가 여전히 혼돈 속에서 헤메는 청소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역할모델이 된다면 나는 작은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라 할 수 있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삶에 소중한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지금의 그 시간을 사랑하는 법, 최선을 다하는 법, 두려워하지 않는 법, 신뢰하고 감사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사람도, 해야 할 일도, 새로움도 열심을 다해 만나고 접해 보는 대학 생활, 이것이 나에게 큰 유익함을 준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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