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일할 나이에 '쉼'을 선택한 청년들 〈11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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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일할 나이에 '쉼'을 선택한 청년들 〈1120호〉
  • 이수아 사회문화부 정기자
  • 승인 2023.09.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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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니트 청년 50만 육박해··· 구제 방법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 시작한 2022년, 이례적으로 취업자 수가 약 81만 명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23년엔 취업자 수 증가세가 1/10 감소해 8만~10만 명에 그칠 전망이고, 그중에서 청년의 몫은 만 명 이하일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하반기 취업 시장은 작년보다 얼어붙을 예정이다. 지난 11일 전 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48%의 기업이 미정, 16.6%가 계획 없음이라고 답했다. 게다가 신규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 35.4% 중 채용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57.8%, 줄이겠다는 기업은 24.4%인데 반해 늘리겠다는 기업은 17.8%에 그쳤다.

취업난 지속이 우려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명 ‘니트족’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초반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주목하기 시작한 개념 인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g, 이하 니트)는 1999년 영국 사회이탈 방지국 보고서 표제로 사용되면서 처음 언급 됐다. 이후 니트의 개념은 일본을 필두로 아시아와 국제 사회에도 빠르게 유입되었으며, 우리나라 또한 2005년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신어 보고서에 ‘직업을 구할 생각도 없고 취직을 위해 교육도 받지 않는 사람’으로 기재 되었다. 약 20년 전 대중에게 소개된 니트족은 나아지긴 커녕 극심해진 취업난에 여전히 우리 사회의 풀리지 않는 과제로 남아 있다.

니트족, 은둔형 외톨이 될 위험 높아

 매달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비경제활동의 이유로 △육아 △가사 △재학·수강 △심신장애 등이 아닌 ‘쉬었음’을 선택한 청년(15~29세)이 49.7만 명으로, 50만 명에 육박했다. 이 수는 처음 조사를 시작한 2003년 1월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그래프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쉬었음’이라 답한 청년층(15~29세)을 나타낸다.

한편, 재단법인 청년재단에서 실시한 ‘2030 청년들의 불안과 우울감, 번아웃’ 지수 설문조사에서 최근 1년간 불안감을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91.5%가 있다고 답했으며, 불안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과 결혼 등에 의한 불확실한 미래(58.5%)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불안과 우울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종국에 무기력증으로 나타날 위험이 있다.

경쟁 심화, 양극화, 고용 불안정 등 사회 불안이 심각해지면서 한국 사회의 고립 · 은둔 청년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3월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은둔형 외톨이 청년은 24만 4,000명 규모로 추산된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를 대상으로 ‘취업 준비 중 은둔한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53.6%가 ‘취업 활동을 하면서 장기간 집안에 은둔해 지냈다’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아서’가 36.7%로 1위를 차지했고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서’가 2위를 차지했다. 또한 구직자 중 스스로 자신을 은둔형 외톨이라고 생각하는 유형은 40.1%로, 10명 중 4명이 자신을 은둔형 외톨이로 칭했다. 이러한 수치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감이 그들을 은둔하게 만드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결국 니트족 중 일부가 은둔으로 이 어질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일찍이 같은 문제로 몸살을 앓았던 일본

▲그래프는 일본 대졸자 취업률과 취업 빙하기 시기를 나타낸 것이다.

1990년대 중반, 버블 경제가 붕괴하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되었다. 문부과학성 조사에 따르면 1980년대 80%였던 대졸 취업률이 1995년부터 2005년까지 60% 이하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 때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한 세대를 ‘잃어버린 세대’로, 이 시기를 ‘취업 빙하기’라고 일컫는다. 버블 경제가 붕괴된 지 어느덧 20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 사회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 대학 최경국 일어일문학과 교수(이하 최 교수)는 “잃어버린 세대는 아직도 일본에 매우 큰 영향을 주고 있다”라며 “중산층이 몰락하고 나서 같은 근로자들 끼리 ‘나는 정규직, 당신은 프리터*’ 라는 서열이 생기고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사회적 균열이 생겼다” 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는 단어인 ‘8050 문제’는 취 업 빙하기와 취업 적령기가 맞물린 청년들이 50대가 되어서도 별반 다름없이 독립하지 않고 부모의 자산과 연금에 기대 부양받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는 8050 문제가 제기되고 약 10년이 지나, 9060 문제로 확장되는 추세다.

이에 더해,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지난 3월,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아동 및 청년층의 의식과 생활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만 15세부터 69세에 해당하는 일본 국민 중 146만 명이 은둔형 외톨이다. 주목할 점은 그 중 절반 이상이 90년대 말 20대에 취업 빙하기를 거친 40대 이상의 중년이라는 점이다.

*프리터: 특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삶을 영위하는 젊은 층을 뜻한다. 구직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니트와 차 이가 있다.

은둔 청년을 깨우기 위한 일본의 노력

일본 정부는 구직자에게 일자리 정보를 소개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워크넷과 같은 ‘HELLO WORK’ 서비스를 도입했다. HELLO WORK는 졸업 3년 이내의 졸업자와 졸업 예정자를 위한 ‘신규 졸업자 응원 HELLO WORK’와 44세 이하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청년 HELLO WORK’ 두 가지로 구성 됐다. 신규 졸업자 응원 HELLO WORK는 온라인 과 오프라인에서 취업을 위한 각종 상담 서비스와 이력서 작성 상담, 심리 서포트 등을 무료로 제공했으며, 모든 현에 설치된 사무소에서 서비스를 제공 받도록 했다. 청년 HELLO WORK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 전환을 원하는 경우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1998년 일본은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45세 이하 프리터족의 고용 촉진을 목표로 하여 트라이얼 고용 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트라이얼 고용 정책이란 HELLO WORK의 소개를 통해 청년층을 고용하고, 3개월 후 기업과 구직자 모두 동의할 때 본 채용이 결정되는 제도이다. 정부는 이러한 기업에 트라이얼 고용 조성금을 지급했다.

2003년 도입된 지역 청년 서포트 스테이션은 니트 청년 개인 특성에 맞는 전문적인 상담 기회와 커뮤 니케이션 훈련 기회를 제공하여 직장에 정착할 때까지 전문가가 전면적인 도움을 주어 자립을 돕는 정 책으로, 지역 커뮤니티 단체와 민간 비영리 기관에 사업을 위탁한다. 이 정책은 1년 내 취업 성공 비율이 85.6%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

2004년에는 안정적인 직업을 구하지 못한 청년 실업자와 구직을 단념한 프리터, 니트의 수를 줄이기 위해 듀얼 시스템을 도입했다. 듀얼 시스템은 훈련과 교육을 병행하는 직업 훈련 시스템으로 기업은 실습 훈련을, 교육훈련기관은 교육을 담당한다. 정부는 듀얼 시스템 제도에 참가한 기업에 훈련 경비와 급여의 일부를 지원한다. 또한 2009년,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되어 니트와 은둔 청년들을 지역 활성화 업무에 종사시키는 ‘지역활성화협력대’가 창설됐다. 대원의 임금을 특별 교부세로 지원하여 청년 고용과 지방 활성화를 위해 힘쓰는 대책으로, 임기 종료 후에도 대원의 60%가 해당 지역에 성공적으로 정착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도 니트족 구제 시도해

우리나라 역시 늘어나는 니트와 은둔 청년을 위해 청년 고용 대책과 복지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018년 기준으로 △직업 훈련(1조710억) △고용장려금(6,120억) △창업 지원(5,150억) 등의 순으로 예산을 많이 할당하고 있다.

▲사진은 니트생활자 홈페이지를 캡처한 것이다.

지난 5일부터는 서울 영등포구가 가상 회사 ‘니트 컴퍼니 영등포점’을 열고 청년들을 모집해 고립, 은둔 청년들에게 관계망을 형성할 기회를 제공했다. 니트컴퍼니란 니트 청년들이 사회와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목적을 가진 플랫폼 ‘니트생활자’의 한 프로그램으로 백수들이 모인 가상 회사를 뜻한다. 사원이 된 지원자는 정해진 시간에 온/오프라인 출퇴근을 병행하며 스스로 정한 업무를 하고 인증해야 한다. 니트컴퍼니 11기에 참여했고, 현재는 디자이너가 된 블로거 ‘무한’ 씨는 본지와의 인터 를 통해 “업무로 선정했던 디자인 화면 분석과 아 티클 번역하기를 지금도 꾸준히 이어 나가고 있다” 라며 “니트컴퍼니가 규칙적으로 사는 삶을 훈련시 켜줬다”라고 직접 체감한 니트컴퍼니의 효과를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고립, 은둔 청년 지원 사업은 은둔 상황에 놓여있는 청년들에게 맞춤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타 정책과 차별화된 점은 은둔 청년에겐 △몸 △마음 △관계 △일상 회복 을 지원하고, 고립 청년에겐 △맞춤형 성장 △일 경험 △온/오프라인 활동 참여와 지원을 제공한다. 이외 에도 ‘안무서운회사’는 국내 최초 은둔형 외톨이 지원 기관인 K2 인터내셔널 코리아가 폐업하고, 직원과 은둔 당사자가 모여 창업한 법인이다. 안무서운회사는 은둔 상태의 청년들을 단계적으로 사회로 다시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안무서운회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로 은둔의 경험이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경험 삼아 희망을 전하게끔 하는 △피어 서포터즈 프로그램 △셰어하우스 등이 있다.

한편, 니트컴퍼니를 비롯한 정책들이 청년들을 니트 상태에 안주하도록 일조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니트컴퍼니 박은미 공동대표는 유튜브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 에서 “이곳에 안주하려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라며 “내 삶을 잘 꾸리고 싶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진다”라고 말했다. 박은미 대표의 말처럼 니트족의 삶을 유지하려는 청년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사회로 진출하기 전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필요할 뿐이다. 우리 사회는 현재 니트족의 기준을 취업의 성공과 실패로 판단한다. 그러나 진정 그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수치에 불과한 취업률에 입각하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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