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 가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1120호〉
상태바
수확의 계절 가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1120호〉
  • 명대신문
  • 승인 2023.09.25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확의 계절 가을이다. 지난 호는 명대신문의 목적과 본질에 대하여 살펴 보았는데, 이번 호는 가을이 주는 교훈 을 음미하고자 한다. 1459년 발행된 월인석보에서는, ‘가을’의 중세 한국어로 'ㄱㆍㅿㆍ'이 나온다(국립국어원 참조). 이 말은 열매를 끊(어내)다라는 동사 ‘갓다’에서 왔다고 한다. 지금도 남부 사투리에서 가실하다(추수하다)라는 말이 쓰이고 있고, 우리말 사전에도 '가을하다'로 등재되어 있다. 북한 함경도에서도 쓰인다 한다.

지난 호에 언급하지 못했지만, 9월 7일은 개교 75주년 기념일이었다. 명지대학교의 처음인 서울고등가정학교는 1948년 9월 7일 개교하여 1963년 명지대학, 그리고 1983년 4년제 종합대학 명 지대학교로 발전해왔다. 우리 대학의 로고를 살펴보면, 1956년에 설립자 유상근 박사가 선포한 설립정신인 ‘기독교정신’과 명지학원을 터전으로 성실하고 유능한 인재로 성장하는 ‘명지인’ 의 모습을 형상화한 ‘명지나무’이다. 기독교에서 나무는 믿음과 평화의 올리브나무, 결실의 포도나무, 최고의 향기가 나는 재목으로 인재를 상징하는 백향목, 앞선 시대정신을 뜻하는 무화과 나무 등이 대표적인데, 이 모든 나무를 ‘명지나무’로 그렸다. 설립자인 유상근 박사는 진정한 교육자로서 평소 학생들을 큰 나무로 인재로 키우는가 하면,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겸손된 인성을 강조하였다 한다. 우리 대학 사료실의 설립자 사료에는, “국가 민족의 앞날을 위해 세계평화와 인류발전을 위해 기도하는 삶과 나는 기도하는 겸손이 좋다”고 한 대목이 나온다.

지금 우리 세상은 혐오가 심각하다. 이른바 갑질이라는 이름 아래 힘센 자는 약한 이를, 약한 이는 무리를 모아 집단 이기주의를 실현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정당한 권위도 교권도 공동체를 위한 기도도 사라지고, 공동의 자원이 낭비되고 공동선도 멀어진다. 힘센 나라는 침략전쟁으로, 큰 민족은 인종청소로, 잘 사는 지역은 차별로, 그래서 세대와 성별 그리고 집단 간 아귀다툼이 번져가고 있다. 코로나19보다 심각한 전염병이다. 이 과정에서 지구는 기후 변화로 신음하고, 가장 취약하지만 미래를 위해 꼭 있어야만 할 존재들(어린 아이, 동식물들)은 시들어간다. 겸손된 자세로 혐오를 버리고 존중의 문화로 바꿔야 한다. 이제 얼마 있으면 민족의 최대 명절 한가위다. 가을에 농부는 열매를 끊어내 소중한 것은 거두고 그렇지 않은 것은 태운다. 성경에 “알곡은 모아 곳간에 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시리라(마 3:12)”라는 구절처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