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세 부처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체부 장관 후보자에는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가부 장관 후보자로는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임명했다.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등을 겪은 국방부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파행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여가부를 둘러싸고 사실상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여론이 있었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러한 의혹을 부인하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각 부처의 대표인 장관이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기 위해 물러난 것이라면 이는 곧 정부의 잘못을 시인하는 셈이니, 문책성 인사임을 부정하는 것은 납득 가능하다. 동시에 문책성 인사임을 부정하면서도 단행한 개각인 만큼 국민들이 쇄신을 기대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장관 후보자로 임명된 이들의 과거 행적과 발언을 고려하면, 이번 개각이 새로운 인사를 통해 국정 운영에 새바람을 일으키고자 하는 개각의 본질에 부합하는 결정인지는 의문이 든다.
신원식 후보자의 “이완용이 비록 매국노였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는 발언이나, “박정희라는 자그마한 군인이 오천 년 민족사에 가장 위대한 성취를 가져다줄 초인이란 걸 알아채지 못했다”는 발언은 현 정권이 비틀린 역사관으로 이념 대립을 강화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유인촌 후보자는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문체부 장관을 지내며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시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조사를 통해 과거 유인촌 장관 시절 문체부 산하 기관장이 면직, 해임된 경우가 20건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유인촌 후보자는 “대립적인 관계가 있었을 뿐 그런 적이 없다”며 블랙리스트 시행을 부인했다. 김행 후보자는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 첫 출근길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게 대선 공약이었다"며 폐지 방침을 고수하겠다 밝혔다. 부처 폐지에 몰두하느라 기본적인 업무를 채 해내지 못했다는 것이 ‘잼버리 파행’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드라마틱하게 엑시트(exit)” 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장관을 임명한 것이다.
이쯤 되니 문책성, 경질성 인사가 아니라는 것이 외려 확고해진다. 물론 세 후보자 모두 입을 모아 앞으로의 국정운영을 균형 있게 잘해보겠다 밝혔다. 그러나 오랜 시간 쌓아온 과거 행적에 대한 인정조차 없이 해명하거나 도망치기 급급한 이들에게 국민들이 어떤 기대를 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