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자가 거기 있더라도 〈11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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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자가 거기 있더라도 〈1119호〉
  • 명대신문
  • 승인 2023.09.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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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부터 언론계에 칼바람이 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상혁 전 방통 위원장 조기 면직으로 시작해 KBS 남영진 이사장 및 윤석년 이사, EBS 정미정 이사,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및 이광복 부위원장,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 등이 해임 · 해촉됐다. 윤 대통령은 야당에서 추천한 최민희 전 의원의 방통위 상임위원 임명을 거부 중이면서도 이동관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방통위원장 후보로 7월 28일 지명해 8월 28일 임명했다. 꼭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을 연상케 하는 행위다. 각종 공영 방송사에 해직과 징계가 이어지던 그 시절, 이동관 위원장은 인수위원회 및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홍보수석, 대통령 언론특별보좌관을 지내며 언론 탄압과 방송 인사에 개입했다. ‘해당 기사 비보도’, ‘보도협조 요청’ 등의 내용이 가감없이 적힌 문건이 드러났음에도 언론장악을 통해 헌정질서를 위협한 이가 방통위원장을 맡게 된 것이다.

예로부터 권력은 언론을 스피커 삼아 정권을 유지하고자 끊임없이 언론 통제를 시도해 왔다. 이승만 정부의 매일신문 테러 사건, 박정희 정부의 언론윤리위원회법 파동, 전두환 정부의 보 도지침 등이 그 예다. 독재가 끝났다 해서 이런 행태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명박 ·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언론자유도는 심각하게 하락했고, 윤 정부의 언론 통제는 작년 9월 뉴욕을 방문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MBC가 보도한 이래 극심해졌다. 해당 건을 보도한 기자에 이어 뉴스룸까지 압수수색을 시도했고,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 등 노골적인 탄압이 이어졌다. 물론 정치 경험과 기반이 약하고, 낮은 지지율에 정책 기조마저 국민보다 기득권의 편에 선 윤 정부가 차기 총선에서 유리한 프레임을 형성하기 위해 서는 언론 통제가 당연히 필요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5년 단임이다. 짧은 임기 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고 떠나야 할 대통령이 언론 탄압으로 유리한 정치 지형을 만들고자 함은 언론자유의 침해요, 곧 국민의 기본권인 ‘알 권리’에 대한 침해다. ‘좋은 정치’와 ‘좋은 정치인’은 탄압과 왜곡이 아니라 경청과 반성에서 탄생한다. 정부의 태생적 약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도리어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5 · 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매일신문 기자 일동은 오늘날까지도 기자정신의 상징으로 회자되는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세월이 흐르며 언론도, 언론탄압의 양상도 달라졌으나 그날의 기자정신만큼은 여전히 남아 전국언론노동조합을 위시한 여러 언론인이 이동관 방통위 원장 임명 등을 위시한 윤 정부의 언론탄압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터치 한 번이면 전 세계로 자료가 전달되는, 정말로 펜끝이 녹슬지 않게 된 뉴미디어 시대, 유한한 권력이 지나고도 남을 기록을 조금은 두려워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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