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의 우주과학이야기] 달의 남극엔 무엇이 있길래 〈11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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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의 우주과학이야기] 달의 남극엔 무엇이 있길래 〈1119호〉
  • 김민재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23.09.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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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과학칼럼니스트
김민재 과학칼럼니스트

2023년 9월 현재, 1톤 이상의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우주국(유럽 연합 및 영국, 스위스 등), 인도 7개국뿐이다. 천문학 및 항공우주공학 분야는 모든 산업이 발달해야 가능한 '빅 사이언스'이기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선진국, 혹은 최소한 주변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만이 거느릴 수 있는 특권 같은 분야다. 최근엔 국가 차원에서의 자본을 넘어 민간 우주 기업들의 우주 정복을 위한 ‘자본 러쉬’가 시작되며 이러한 양극화가 더 심화되는 듯하다.

특히 우리는 중국과 인도의 우주 산업 성장세가 매우 가파른 점을 기억해야 한다. 혹자는 중국이 최근 몇 년 사이 유일하게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였던 것은 중앙 정부에서 강한 통제력을 보일 수 있는 특수한 나라였기에 가능했다고 말하지만, 과학은 과학으로 평가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국가 우주 기구를 설립하며 우주 산업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서 늘리고 있으며, 달 탐사를 위해서도 사막에 달 표면과 매우 유사한 환경을 만들 고 수십 차례 같은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을 정도로 우주 탐사에 열정적인 나라이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 이스라엘의 베레시트, 인도의 찬드라얀 2호, 일본의 하쿠토-R이 줄줄이 달 착륙에 실패했으며, 불과 몇 주 전인 지난 8월 19일 러시아 역시 루나 25호의 달 착륙 실패를 맛보게 된다. 하지만 인도는 여기에서 포기하지 않았다. 인도는 지난 달 착륙 시도 실패 이후 약 4년 만인 2023년 8월 23일, 달 남극에 성공적으로 착륙선 ‘비크람’ 을 착륙시키며 우주 강국으로 부상했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리고 비크람에서 조그마한 탐사차 ‘프라그얀’이 내려와 달의 남극 주변을 본격적으로 탐사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인도는 미국, 구소련, 중국에 이어 달에 착륙한 네 번째 국가이자 달의 남극 근처에 착륙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현재 달의 남극은 미국,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인도 등이 탐사를 추진 중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달 남극에 무엇이 있길래 여러 국가가 이토록 열정적일까?

먼저 달의 남극은 그동안 인간이 만든 물체가 단 한 번도 닿지 못했던 곳이었다. 참고로 미국의 아폴로 탐사선들은 주로 달의 적도 근처에 착륙했다. 또한, 인도의 프라그얀은 착륙과 동시에 먼지가 수북한 달 표면을 이동하며 달의 토양을 파헤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벌써 매우 신기한 과학적 발견을 보고했다. 약 50℃인 달의 표면에서 불과 80mm 정도 아래로 파고 들어가자, 온도가 무려 -10℃ 정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달 토양에 유황과 알루미늄, 칼슘 이온, 티타늄, 산소 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달 남극 탐사가 이제 시작되었음에도 신기한 과학적 사실이 벌써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는 지구의 자전축보다 1.5도 덜 기울어져 있기에 극지방의 일부 분화구에는 햇빛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곳에는 ‘영구 그림자 지역(permanently shadowed regions)’ 혹은 ‘영원한 어둠의 분화구(craters of eternal darkness)’라고 부르는 분화구들이 많이 존재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달의 극지방은 다른 지역보다 반사율이 더 높은데 이 역시 이곳에 얼음이 풍부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즉, 태양빛이 전혀 닿지 않아 기온이 영하 -20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는 이곳에는 얼음이 수십억 년 동안 남아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달에 얼음이 풍부하다면 이는 더 멀리 떨어진 태양계 탐사를 위한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토양에서 얼음을 채취하여 로켓 연료의 핵심 성분인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거나 인간 거주지에 식수와 산소를 공급하는 잠재적 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물의 기원을 살피는 일은 천문학의 오랜 숙제이다. 달의 물은 아주 오래전 달의 화산 분출로 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지구의 물처럼(현재까지는 예측에 불과하지만) 소행성이나 혜성으로부터 왔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달은 지구의 위성이지만 지구처럼 암석으로 이루어진 천체이기에 달의 물 기원을 파악할 수 있다면 생명의 근원인 물이 어떻게 지구와 같이 암석으로 된 행성에 존재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달의 남극에 집착하는 이유이다. 가장 가까운 천체를 연구하여 태양계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다면, 이는 우리 인류가 내딛는 가장 위대한 발걸음이라고 부를 만하다. 어떠한가,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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