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손을 번식한 생물을 뜻하지만, 통상 인간 사회에서 부모란 생식적인 의미를 넘어 아이를 낳거나 입양하여 ‘키우는’ 역할을 하는 성인을 말한다. 그렇다면 생명 보험금을 타기 위해 54년 만에 나타난 생모를 ‘부모’라 부를 수 있을까.
2021년, 갑판원이었던 故 김종안 씨는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의 침몰로 실종됐다. 김종안 씨는 배우자와 자녀가 없으며, 아버지는 김종안 씨가 태어나기 전 사망했다. 유족들은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가 있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증거 불충분으로 이를 기각했다. 이 소식을 들은 80대 생모는 54년 만에 나타나 상속 규정에 따라 보험금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원법에 따르면 실종되거나 사망한 선원의 유족급여는 1순위로 고인이 부양하던 배우자, 자녀, 부모 등에게 지급되고,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면 2순위로 고인에 의해 부양되고 있지 않은 배우자, 자녀, 부모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2순위 수급권자인 생모가 유족급여를 100% 받게 된 것이다.
지난해 김종안 씨의 누나 김종선 씨는 “생명보험금은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와 세 남매를 양육한 친인척에 줘야 한다”라고 말하며 생모와 법정 다툼을 시작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청탁금 출급청구권 확인 소송에서 생모의손을 들어준 것에 이어, 지난달 31일 항소심에서도 생모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재판부는 사망 보험금 약 3억 원중 1억 원을 김종선 씨에게 지급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으나 생모 측은 이를 거절했다.
한편, 유족들은 양육의 의무를 저버린 부모에게 상속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인 일명 ‘구하라법’의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현행법상 상속 결격 사유에 ‘부양의무 불이행’ 항목이 없어 국민으로부터 비난받을지라도 법적으로 유산을 상속받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공무원 구하라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해당 법은 처음 발의될 때부터 공무원만 해당하는 점과 개인 재산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구하라법’이라고 불려왔다.
친부, 친모가 실질적인 부양의 의무를 다했는가는 그 범위를 판단하기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가족의 형태가 점차 다양화되는 이 시점에서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생면부지의 부모를 가족으로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해고민해 봐야 한다.
3살 때 떠난 생모와 3살부터 키운 고모
누가 더 부모에 어울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