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지하철, 백화점, 길거리, 등산로, 공원. 모두 우리가 일상을 보내는 장소들이다. 하지만 지난 한 달 새 일상 속 공간들은 뉴스 속 공포의 장소로 변해 시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지하철에는 무장 경찰이 배치되고, 등산로에는 ‘안전 위해 2인 이상 동반 산행’이라는 권고문이 붙었다. 지난 7월 발생한 신림역과 서현역 칼부림 이후 모방 범죄가 급증한 탓이다.
등산로 폭행 살인 사건 이후 한 시민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50년 넘게 동네 공원을 다녔는데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건 처음”이라며 “등산로 맞은편에서 누가 오면 혹시 흉기 같은 건 없는지 손부터 보게 된다”라고 불안을 토로했다. 또한 지난 6일엔 한 지하철 승객의 괴성을 흉기 난동으로 오인한 다른 승객들이 급하게 대피하는 등, 일상적인 상황을 흉기 난동으로 착각한 오인 신고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이 높아졌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8월 21일 9시 기준 살인예고 글 431건이 발견되었으며 작성자 192명이 검거, 20명이 구속됐다. 흉기 난동 방지를 위해 경찰을 투입하거나 살인예고 · 흉기소지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만들겠다는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순경 인원이 부족해 관리가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일련의 사건들은 현재 우리 사회가 ‘분노 사회’이진 않은지 고민하게 한다. 조사 결과, 신림역 사건과 서현역 사건의 피의자 모두 ‘사회에서 고립된 자’들로 사회적 불만을 범죄로 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우리의 일상은 공공장소마저 안전하게 느끼지 못하는 불안 사회가 되었다.
몇몇 전문가들은 병력과 처벌의 강화만큼 피의자들의 동기를 아는 것, 즉 분노 사회의 뿌리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사회 구조를 이유로 범죄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분노를 느끼는 모든 상황이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극단적인 사건들은 또 다른 모방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보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확실한 처벌과 함께 분노가 만연한 사회 구조의 해결이 함께 진행돼야 할 것이다.
곪은 상처는 언젠가 다시 터지기에,
아프지 않으려면 확실한 치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