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칼럼] 국제정치와 나 〈1118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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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칼럼] 국제정치와 나 〈1118호(개강호)〉
  • 정성철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 승인 2023.08.28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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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철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scjung@mju.ac.kr
정성철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scjung@mju.ac.kr

<국제정치론> 첫 수업은 ‘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군대 훈련소 담장 너머를 바라보며 국가와 나를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약소국과 강대국 간 관계를 생각하다 보니 한미관계에 관심을 가졌고, 국제정치와 외교정책을 면밀히 살펴보다 보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시시콜콜한 말을 이어간다. 이번 학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지 학점과 졸업을 위해서 매 학기 수업을 듣는다면 우리 명지인들의 젊음과 시간이 너무 아깝다. 사실 거대한 무언가에 대한 공부는 그것이 나와 연관이 있기에 흥미롭고 의미가 있다. 국제정치도 그중 하나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종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양국 군 사상자의 수가 5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하고 민간인 희생과 물적 피해까지 생각하니 참혹함이라는 단어만 떠오른다. 이 전쟁의 원인을 두고 미국에서는 서방 책임론까지 일어났다. 소련 해체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줄기차게 확장한 결과라는 비판인 것이다. 그럼에도 푸틴의 이웃국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제재는 다행히도 러시아의 사전 계획을 빗나가게 만들었다. 만약 이런 장기전을 예상했다면 푸틴이 손쉽게 전쟁을 개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양측은 휴전을 이루지 못하는 것일까?

전쟁 종결에 대한 대표적 연구는 양측 지도자의 정치생명에 주목한다. 만약 전쟁을 중단하였을 때 그 지도자들의 운명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러시아가 현재 점령한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를 젤렌스키가 포기하고 종전에 합의할 수 있을까? 그동안 피 흘려 용감히 싸운 자국민들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는 행위로 비난받을 것이다. 반대로 푸틴에게 그 지역들을 내주고 군대를 철수하라고 요구한다면 그는 무엇을 생각할까? 러시아 내에서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냐는 비판과 원망 속에서 자신의 지위가 더욱 위태해지리라고 예상할 것이다.

이 전쟁은 우리에게 권력정치라는 국제정치의 속성을 생생히 보여준다. 요즘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피어오르는 이유이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도 밀가루 가격 상승에 놀라고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계획을 발표하자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반대하며 압박을 가한다. 다른 대륙의 전쟁이 한반도를 사는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기후변화로 자연재해뿐 아니라 식량부족과 전염병 발병이 증대할 경우 과연 우리는 어떠한 안전망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미 코로나를 겪으면서 백신과 마스크를 둘러싼 자국 우선주의를 똑똑히 확인했다. 그와 같은 상황이 반복하여 재현될 경우 우리의 식량과 물자는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

국제정치는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있다. 나의 선호와 희망과 상관없다. 필자의 대학 시절 갑자기 군 휴학 러시가 일어났다. 아시아 금융위기로 대다수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어쩔 수 없이 휴학을 선택한 것이다. 당시 입대를 미리 신청했던 필자에게 선견지명(?)을 논하는 이들까지 있었다. 수년이 지나 졸업할 때가 다가오자 이제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친구들의 취업이 줄을 이었다.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각국 기업의 세계경영이 실현되면서 이른바 글로벌 인재의 가치가 한층 올랐던 것이다. 냉전의 종식, 무역과 금융의 세계화,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파도 앞에서 필자 세대는 길을 찾아 나섰다.

지금은 어떠한가? 소련의 해체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가 도전과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과 러시아는 ‘무제한 파트너십’을 선언하고 북한도 그 사이에서 기회를 엿본다. 미국은 한미일 협력,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오커스(AUKUS, 미국-호주-영국) 등을 가동하며 인도태평양의 지배력을 강화한다. 하지만 내년 11월 미국 대선은 중요 변수이다. 만약 트럼피즘을 추종하는 이가 당선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대외전략은 대폭 수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불안한 경제와 점증하는 사회문제 역시 불확실성을 키운다. 수십 년 고속 성장의 비용을 치르고 부작용을 경험하는 상황인 셈이다.

왜 공부를 하는가? 현실적 필요를 넘어 나를 이해하는 과정일 것이다. 나의 내면을 살펴보고 기질을 파악하는 것뿐 아니라 나를 둘러싼 주변(가족, 사회, 국가, 국제정치)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이러한 과정을 뛰어넘는 이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나와 주변을 연결하고 우리를 섬기며 의미 있는 삶을 살자고 한다면 나에 대한 겸허하고 폭넓은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학이라는 공간이 반갑고 2023년 가을학기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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