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발돋움, 현금 없는 버스 〈1118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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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발돋움, 현금 없는 버스 〈1118호(개강호)〉
  • 김다은 사회문화부장
  • 승인 2023.08.2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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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매장은 현금 없는 매장입니다.” 이 문장은 최근 어디에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문구가 됐다. 하지만 더 이상 현금을 받지 않는 카페, 카드 전용 주차장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몇몇 지자체에서는 시내버스조차 ‘현금 없는 버스’로 달리고 있다. 시민의 발이라고 불리는 시내버스의 결제 수단 단일화는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흐름이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비현금지급수단 중심의 결제 수단 단일화는 금융 소외 계층과 디지털 취약 계층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현금 없는 버스 사업이 시행된 배경과 이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를 살피고, 현금 없는 버스와 관련된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 현금 없는 버스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은 우리가 곧 맞게 될 현금 없는 사회의 일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는 25%, 인천시는 50%, 대전시는 100%

서울시는 2021년 10월, 8개 노선을 대상으로 현금 없는 버스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이후 점차 확대되어 지난 3월 기준 109개 노선, 총 1,824대의 현금 없는 버스가 운행 중이다. 서울시의 전체 시내버스가 총 7,388대인 것을 고려하면, 서울시 시내버스 4대 중 1대가 현금 없는 버스로 운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 또한 2022년 1월에 2개 노선을 대상으로 ‘현금 없는 인천 버스’ 사업을 시범 시행했다. 35대로 시작한 시범 운행은 올해 7월을 기점으로 111개 노선, 951대까지 확대됐으며, 이는 인천시 준공영제 버스 노선의 절반에 해당한다.

대전시는 2022년 7월, 전 노선을 대상으로 두 달간 현금 없는 버스 시범 운행을 시작했으며, 그해 10월 전면 도입하여 모든 버스에서 현금 승차를 폐지했다. 이외에도 세종시, 청주시 등이 특정 노선을 선정하여 현금 없는 버스를 운행 중이다.


현금 없는 버스가 달리게 된 이유

① 비용 절감을 위해
현금 없는 버스 사업 시행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현금 사용 감소에 비해 꾸준히 투입되어 온 관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이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5월 기준 시내버스 현금 이용 승객은 전체의 0.6%”라고 밝혔다. 인천시 또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공공데이터 포털에 공개된 인천 시내버스 이용 승객 현황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인천시가 2022년 1월 현금 없는 버스 시범 운행을 시작하기 이전 2021년의 현금 이용 승객은 전체의 약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현금 관리에 드는 비용은 현금 사용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투입된다. 인천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인건비와 시설유지비를 포함해 산출한 현금 요금함 유지 비용은 연간 3억 6000만 원에 달한다”라며 현금 없는 버스 사업 시행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또한, “현금 요금함의 내구연한은 15년으로, 2009년 도입한 현금 요금함의 교체 시기가 곧 다가옴에 따라 향후 교체 비용 85억 6000만 원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비용을 포함하면 현금 없는 버스 확대 운영으로 약 89억 원이 절감될 것이다”라고 기대 효과를 밝혔다.

 

​▲사진은 현대교통에서 현금 없는 버스로 운영 중인 7612번 버스이다.
​▲사진은 현대교통에서 현금 없는 버스로 운영 중인 7612번 버스이다.

 

실제 우리 대학 인문캠퍼스 앞을 지나는 일부 버스 노선을 현금 없는 버스로 운행 중인 현대교통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금 없는 버스 운행으로 결제 수단이 단일해지면서 인력과 비용이 많이 절감된 것은 사실이다”라는 말을 전했다. “예비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 요금함까지 포함하면 현금 요금함 보관만으로도 적지 않은 공간을 차지했다. 이러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뿐더러, 현금 관리에 투입되는 인건비와 CCTV 등의 시설 관리 비용이 감축됐다”라고 현금 없는 버스 운행시작 후 체감한 비용 절감에 대해 설명했다.

② 승객과 기사 모두의 안전을 위해

그러나 관리 비용 절감만이 현금 없는 버스 사업 시행의 유일한 배경은 아니다. 서울시는 현금 없는 버스 도입과 함께, 사업 시행이 비용 효율성과 안전 운행, 위생 등을 위한 선택이라 밝힌 바 있다.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단말기 조작 과정에서의 운행 사고나, 승객이 현금 요금함에 부딪히는 등 안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 관계자는 현금 없는 버스 시범 운행을 시작하며 “잔돈 계산을 하느라 기사가 운전하는 데 방해가 되고, 돈통에 승객들이 부딪혀 다치거나 옷이 걸려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었다”라고 현금 없는 버스 도입이 승객과 기사 모두의 안전을 위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현금 요금함을 없애고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승객에게 좀 더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 또한 승객의 탑승 안전을 보장한다.

현금 없는 버스 사업 시행이 승객은 쉽게 알 수 없는 안전 사고의 위험을 제거하기도 했다. 현대교통 관계자는 “기사님들이 무거운 현금함을 운행 시작 전, 후 직접 옮기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다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운행 시작 전과 후에 직접 현금 요금함을 관리하는 버스 기사들에게 승객들은 알 수 없는 부상 위험이 도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폭우, 폭설이 내리는 날에도 우산도 쓰지 못한 채 현금함을 옮겨야 했다. 현금 없는 버스 운행 시작 후 현금함을 옮길 필요가 없어져 기사님들 사이에서 근무 환경이 개선됐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라는 사실을 전했다.


이동권 제한이라는 우려, 홍보로 극복?

이렇듯 언뜻 보면 장점뿐인 것 같은 현금 없는 버스 운행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평소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는 대학생 A씨는 “처음 현금 없는 버스 사업이 시행됐을 때는 교통카드가 없는 노인 분들이나 어린이들은 어떻게 버스 탑승을 해야 하나 걱정이 됐다”라며 소외 계층 발생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서울시에서 현금 없는 버스 시범 운행과 동시에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 76%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대체 제 수단을 보완해야 한다는 등의 “보완책 부족” 의견도 30%를 차지했다. 계좌이체, 모바일 교통카드 등 대체 결제 수단으로 마련된 대안들이 모두 모바일에 의존하고 있어 디지털 취약 계층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실제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현금 없는 버스 운행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인천시의 조사에 따르면 교통카드 미소지 승객은 청소년과 노인보다도 어린이 승객 비율이 높았다. 따라서, 인천시는 시 교육청을 통해 가정통신문을 배포하고 학교에 홍보물을 배부하는 방식으로 홍보를 강화했다. 현대교통 관계자 또한 홍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운행을 하다 보면 교통카드를 소지하지 않는 승객은 노인 분들보다 타 지역에서 와 현금 없는 버스라는 것을 몰랐던 승객들이 많다”라며, 일부 노선에 한해 시행되고 있는 현금 없는 버스의 운행 사실을 모르는 승객들을 위해 앞으로의 홍보를 강조한 것이다.

 

▲사진은 버스 내부에 부착된 현금 없는 버스 안내문이다.
▲사진은 버스 내부에 부착된 현금 없는 버스 안내문이다.

 

이외에도 A씨는 “버스를 타기 전까지는 현금 없는 버스인 것을 몰랐다가, 타고 나서 버스 안에 부착된 안내문을 보고 현금 없는 버스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버스 외관의 문구와 버스 정류장 내부의 안내문만으로는 현금 없는 버스를 승차 직전까지 알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버스 정류장의 안내 화면을 통해 저상 버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처럼, 현금 없는 버스 또한 탑승 전 버스를 기다릴 때부터 그 여부를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금사용 선택권과의 충돌은 불가피

각 지자체에서 소외 계층 발생을 위한 해결 방안으로 현금 없는 버스 운행의 적극적인 홍보를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결국 이 또한 교통카드나 모바일 결제로 유도하는 방편에 그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 힘 김희곤 의원은 “현금 없는 버스 시행에 따른 현금결제 거부는 한국은행권의 강제통용원칙을 정한 현행법 위반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은행은 “헌법에 규정된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현금수취를 배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과 시내버스 운송사업의 경우 공공서비스 성격이 강한 영역이므로 계약 자유 원칙의 적용이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다는 주장이 병존한다”라며 모호한 답을 내놨다.

 

▲사진은 한국은행이 실시한 현금사용 선택권 보장 홍보 포스터이다. (출처/ 한국은행 홈페이지)
▲사진은 한국은행이 실시한 현금사용 선택권 보장 홍보 포스터이다. (출처/ 한국은행 홈페이지)

 

한국은행의 모호한 답과 달리 실제로 현금 없는 버스는 한국은행이 주장하고 있는 ‘현금사용 선택권 보장’ 개념과 대척점에 있다. 현금사용 선택권 보장이란 소비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급결제 수단 선택 시 현금을 배제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현금사용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고 비현금지급수단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디지털 소외계층의 소비 활동 제약 △민간 결제업체의 시장지배력 독점 △프라이버시 침해 △화폐유통시스템 약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몇 년간 현금사용 선택권 보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현금사용행태조사 및 화폐사용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홍보 포스터와 영상을 제작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 그러니 비용 절감과 승객 및 기사의 안전 보장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현금 없는 버스는 소비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현금이라는 지급 수단이 존재해야 한다는 한국은행의 주장과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시작점에서

한국은행은 현금사용 선택권 보장 홍보 자료를 통해 “장기적으로 볼 때 비현금 지급수단의 발달로 인한 탈현금화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동시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도 현금의 사용자로서 이러한 변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라며 국민 개인의 의식 함양을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인정한 것처럼 현금 없는 버스로 대표되는 현금 없는 사회로의 흐름은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현금 없는 버스는 운행 과정에서 운행 주체들이 만족하고 있음은 물론, 시민들의 우려 또한 각 지자체에서 이를 인지하고 보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디지털 취약계층과 금융 취약계층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현금 없는 버스를 포함한 결제 수단의 단일화가 이를 심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막을 수 없다면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수 있기를, 매일같이 달리는 현금 없는 버스를 마주하는 모든 이들이 이를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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