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의 우주과학이야기] 우리가 먼지 원반에 집중하는 이유 〈1117호(종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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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의 우주과학이야기] 우리가 먼지 원반에 집중하는 이유 〈1117호(종강호)〉
  • 김민재 과학칼럼니스트
  • 승인 2023.05.2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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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과학칼럼니스트
김민재 과학칼럼니스트

본래 천문학자였지만 철학자로 더 잘 알려진 임마누엘 칸트는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시 몽 라플라스와 함께 태양계의 형성이론에 관 해서 처음으로 주창한 사람이다. ‘칸트-라플 라스 성운설’이라고 불리는 위 이론은 중력에 의해 붕괴하는 가스 구름이 매우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원반 형태로 평평해지는데, 원반 형태의 천체에서 태양이 형성되며 이들의 잔재로 인해 행성 및 위성 등이 형성되었다는 이론 이다. 위 이론은 몇 가지 약점이 있었지만, 현대 천문학의 이론과 관측을 토대로 비교해 볼 때 큰 틀에서 잘 들어맞는다.

위 이론과 현재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이론 에 따르면 태양계의 형성이 시작되고 영겁의 시간이 흐르면, 원반 형태의 구름이 태양계의 거의 마지막 진화 단계이자 대부분의 일생을 보내는 원반으로 발전하게 된다. 원반이 시작될 때는 태양계 대부분 행성이 이미 형성되었거나 마지막 진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또한, 원반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일부 행성이 되지 못한 미행성들이나 위성 크기의 천체들이 자유롭게 충돌하며 더 작은 크기의 수많은 먼지를 만들어 내게 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먼지들이 가득한 이 원반을 우리는 '먼지 원반'이라고 부르며, 먼지 원반은 보통 오랜 시간이 지난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구성 천체 중 행성과 모항성을 제외한 모든 천체를 가리킨다. 즉, 먼지 원반에는 먼지부터 크게는 달(위성) 크기의 천체까지 매우 다양한 크기의 수많은 천체가 모여있다.

특히, 작은 먼지들은 태양 빛을 흡수한 후 재 방출하거나, 직접 태양 빛을 산란시킬 수 있다. 이렇게 반사된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하게 되면 우리는 먼지 원반의 존재를 예측할 수 있다. 특히, 먼지가 재방출하는 빛은 모항성의 빛보다 약간 낮은 온도로 방출되기에, 원적외선 파장에서 밝게 빛나게 된다. 즉, 원적외선에서는 먼지 원반이 모항성보다 더 밝게 빛난다. 이를 '적외선 초과(Infrared excess)' 현상이라고 한다. 먼지 원반의 관측에 가장 큰 공헌을 한 망원경들은 주로 허블 우주망원경, 허셜 우주천문대, 알마 전파망원경 등을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남쪽 물고기자리에서 가장 빛나는 젊은 별인 포말하우트의 먼지 원반은 위 망원경들에 의해서 이미 여러 차례 관측된 바 있다. 최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역시 먼지 원반이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밝혀냈다.

참고로, 우리 태양계에도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 해왕성 너머의 카이퍼벨트 등 최소 두 개의 먼지 원반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소행성대 먼지 원반은 목성의 중력으로 인해서 행성이 되지 못한 천체들이 모여있으며, 카이퍼벨트 먼지 원반은 주변 물질의 낮은 밀도로 인해서 행성이 되지 못한 천체들이 모여 있다고 예측된다. 이외에도 혜성들의 고향으로 여겨지는(아직 관측되지 않은) 가상의 천체 오르트 구름도 먼지 원반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외계 태양계에서 현재 우리 인류의 기술과 비슷한 망원경을 통해 우리 태양계의 먼지 원반을 관측하려 하면,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이다. 이는 우리 태양계의 두 먼지 원반의 밀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중장년별은 최소 1/5 이상 이 먼지 원반을 가지고 있다고 관측되고 있는데, 우리 태양계의 경우를 통해서 위 수치는 단순히 망원경의 민감도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가까운 미래에 빛에 더 민감한 망원경이 관측을 시작한다면, 적외선 초과 현상이 더 많이 발견되어 먼지 원반의 개수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먼지 원반에 집중해야 할까? 앞선 설명처럼 먼지 원반의 등장은 적당한 시간이 흐르고 행성의 형성이 대부분 마무리되어야 나타난다. 이때는 태양계의 초기처럼 매우 격렬한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적당한 조건을 준다면 태양계는 생명체에 친화적인 환경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행성이 생명체에 적당한 온도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행성에 대기를 묶어둘 수 있는 자기장이 존재한다면 생 명체가 더 살기 쉬운 상황이 될 수 있다. 또한 혜성과 같이 얼음을 포함하고 있는 천체들이 행성에 물을 전달한다면, 생명이 탄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마치 우리 태양계의 지구처럼 말이다. 따라서 먼지 원반의 발견은 생명체의 발견과도 큰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제임스 웹을 시작으로 앞으로 시작될 눈부신 천문학 미션들은 과연 외계 태양계 먼지 원반 내의 외계 생명체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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