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아침, 노동과 환경의 그림자 〈1117호(종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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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아침, 노동과 환경의 그림자 〈1117호(종강호)〉
  • 명대신문
  • 승인 2023.05.29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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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알파고 쇼크’라는 말과 함께 큰 화제가 됐다. 당시 알파고는 이세돌 9단에게 4-1로 승리를 거뒀다. 그간 잠재적으로만 존재했던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의 모습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알파고를 상대로 ‘신의 한 수’를 두며 불계승을 거둔 이세돌 9단은 어쩌면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 준 셈이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 챗GPT가 화제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그럴듯한 답변을 내어놓는 이 대화형 인공지능은 단순한 유희의 대상을 넘어 창작 및 각종 과제에 도움을 주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는 등 아직은 실수가 잦지만, 다시 7년이 흐르면 챗 GPT를 포함한 여타 인공지능들은 또 한 번 발전을 이룩할지 모른다.

그 이면에 드리울 많은 그림자를 생각하자면, 새로운 기술적 진보를 목격하리라는 기대감에 마냥 설레기는 어렵다. 챗GPT를 둘러싸고 질문하는 힘을 지닌 인재 양성을 논하며 기술과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 틀린 정보를 당당히 제공하는 ‘거짓말’의 위험성을 논하며 사용을 지양하자는 의견 등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어디까지나 기술의 표면에 천착한 논쟁은 아닌지 생각해봄직하다.

챗GPT의 개발사 Open AI는 챗GPT의 무결함을 강조했다. 유해 콘텐츠를 제한해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TIME’은 이에 대해 오픈AI가 챗GPT의 윤리 기준을 높이는 데이터세트 라벨링 및 유해한 이미지 분석 작업을 위해 시간당 2달러 미만의 급여로 케냐 노동자들을 고용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편견, 혐오, 증오가 없는 ‘깨끗하고’, ‘완벽한’ 인공지능의 뒤에는 그 모든 언어적 폭력에 방어막 없이 노출된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이 있었다.

환경 또한 문제다. 챗GPT를 포함하여 이용자들의 요구에 맞춰 결과를 생성하는 이른바 ‘생성형 AI’는 학습과 사용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 및 온실가스 배출을 피할 수 없다. 챗GPT 개발을 위한 GPT-3 교육에서는 1287㎿h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55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개발에 드는 에너지도 막대하지만, 생성형 AI는 사용 시 단순 검색 4~5배 이상의 작업량을 요하는 점도 문제다.

인공지능이 밝힌 아침에 사람과 환경이 그림자로 드리웠다. 사람을 위한 수단이어야 할 기술이 제 목적을 집어삼킨 셈이다. 기술의 발전이 숙명이 된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의 폐기를 논할 마음은 없다. 다만 우리의 목적을 묻고 싶다. 과연 인류의 목적은 기술의 발전인가, 그를 통해 영위할 우리의 내일인가? 그 내일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포함되고 있는가? 이제 인간의 자존심은 AI에게 승리하는 것에서가 아닌, 기술을 상대로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서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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