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곳은 안녕하십니까? 〈1117호(종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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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곳은 안녕하십니까? 〈1117호(종강호)〉
  • 박윤 사회문화부 정기자
  • 승인 2023.05.29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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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위한 병원, 나를 위한 검진

대학생 A(22)씨(이하 A씨)는 만성적인 생리통에 시달려 왔다. 쓰러질 것 같은 고통에 생리 기간에는 진통제를 하루에 2~3개씩 복용한다. 배란기, 가임기에는 늘 소화불량, 복부 팽만감 증상 등으로 몸이 멀쩡한 날은 생리 후 일주일 정도이다. 어느 날 A씨는 갑작스러운 부정 출혈로 산부 인과를 방문했고 진료 결과 자궁 내 3.5cm의 물혹 진단으로 정기 검진을 진단받는다. A씨는 “그저 몸이 약한 체질이라 생리통이 심하고 늘 몸이 안 좋다고 생각했다. 산부인과에 방문하는 게 부끄러워서 이상이 있는 것 같아도 방문을 미뤘는데 물혹이 있다는 진단 결과는 충격이었다. 나중에 임신과도 연관이 있어서 여성 건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A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생리불순이나 생리통과 같은 월경 관련 병증을 겪는 20대에서 30대 여성의 수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1.56%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는 이러한 여성 건강 적신호의 원인 분석을 통해 예방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젊음’에 가려진 미래의 건강

일반 건강검진과 달리, 젊은 층일수록 성 건강에는 무지하거나 안일한 모습을 보인다. 정기적인 비뇨기과, 혹은 산부인과 검진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무신경함은 질병을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가임기 여성의 경우에는 20대부터도 자궁경부암 검사 등을 통해 성 건강에 신경쓰는 것 이 중요하다. 자궁 건강 상태가 안 좋을수록 다양한 여성 질환들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가임기 여성이 아니더라도 월경 주기와 전후 증상을 확인하고 기록하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스스로 기록하는 건강

여성의 월경은 일정 기간 내에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호르몬 분비의 감소로 자궁 내막이 벗겨져 배출되는 복잡한 과정이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월경 주기는 약 21~34일로 14일 미만의 배란기, 가임기를 겪는다. 보통 생리 기간, 생리 전후로 배란 날짜를 예측한다. 월경 주기를 이해하는 것은 불규칙한 기간, 고통스러 운 기간, 심한 출혈 등과 같은 근본적인 건강 문제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 A씨가 월경 주기와 건강 확인을 위해 사용하는 여성 건강 앱 〈봄 캘린더〉 화면 캡처본이다.
▲실제 A씨가 월경 주기와 건강 확인을 위해 사용하는 여성 건강 앱 〈봄 캘린더〉 화면 캡처본이다.

월경 주기가 불규칙하거나 몸의 적신호를 예측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여성 건강 전용 앱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월경 기간에는 월경 전 증후군, 월경통 등으로 인해 신체적 · 정신적 건강에 적신호가 나타나는데 앱을 통한 기록으로 이러한 적신호에 대비할 수 있다. 실제로 A씨는 “앱에 기록한 건강 통계에서 생리 주기가 맞지 않는 것을 보고,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라며 여성 건강 앱의 유용함을 밝혔다.

 

나도 모르는 새 노출되는 여성 질환

여성 질환은 성관계 경험이나 만성적인 월경통, 또는 별다른 증상 없이도 발병할 수 있다. 여성미한의원 조선화 원장(이하 조 원장)은 『헬스 조선』과의 인터뷰에서 “20대에서 30대 여성에게 잘 발생하는 질환은 질염과 자궁근종이다. 이 시기는 성생활이 활발해지는 시기로 질 외음부 염증과 골반염, 자궁내막염 등이 잘 발생한다”라며 “흔히 30대 후반 이후에 잘 발생하는 자궁근종의 경우 최근에는 20대 여성에게도 발생하는 일이 많다”라고 말했다. 질염이란 질 내에 병원 균이 번식하면서 생기는 성기의 염증으로, 조 원장은 “질염은 대체로 성관계에 의해 감염되는데, 이 외에도 스트레스나 음식에 의해 혹은 자궁 내 혈액 순환 장애로 인한 어혈과 같은 원인으로 발생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자궁 속의 어혈은 자궁의 혈액 순환이 원활치 못해서 발생하는데, 이러한 자궁 환경은 생리통, 생리불순과 함께 자궁근종도 유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궁근종은 자궁에 혹이 생기는 것인데 조 원장은 “악성 혹이 아니라서 생명에 위협을 주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성질은 아니다. 다만, 자궁근종이 생긴 경우 생리 양의 변화나 생리통 발생, 혹은 생리 주기의 변화, 성관계 시 통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라고 전했다. 또한, 사후피임약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스트레스가 극심한 경우 질 내의 부정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자궁 검진의 중요성

조 원장은 “특히 자궁 검진의 소홀로 인해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종과 같은 자궁질환에 걸렸을 경우 불임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또한, 자궁내막조직이 자궁의 근육층으로 스며들면서 생리통이 증가하거나 출혈이 유발될 수 있고, 심할 경우 불임과 자궁적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라며 자궁 검진의 중요성을 알렸다. 또한, 자궁경부암에 대해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정영신 교수는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성 개방 풍조의 확산으로 성관계 경험이 늘고 시작 연령도 어려지면서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듀종바이러스(HPV)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요인이 될 수 있 다”라고 설명했다.

 

익숙하지 않아 두려운 산부인과

이러한 가운데 20~30대 여성은 ‘아직 젊다’라는 인식과 산부인과 자체를 꺼리는 경향으로 인해 검진받는 비율이 낮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가암검진 수검 통계에 따르면 20대의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약 20%에 그친다. 자궁경부암예방 접종률도 50~60%로 낮은 편이다. 이는 인식적 측면에서 ‘산부인과’라는 명칭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2019년 11월에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 의학과’로 바꿔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4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해당 청원은 “나이나 성관계 여부, 결혼과 출생 여부에 상관없이 여성 건강상담과 진료가 필요하다”라며 “산부인과라는 시대착오적 이름 때문에 대부분 여성이 진료를 기피한다”라는 내용이다. 실제 한국 여성들의 산부인과에 대한 인식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4년 발표한 「가임기 여성 임신 전 출산 건강관리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성인 미혼 여성 1,314명 중 81.7% 가 “산부인과는 일반 병원보다 방문하기가 꺼려진다”라고 답했다. 산부인과를 가게 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또한, 검사 도구와 방법으로 인해 진료 과정 자체가 심리적으로 부담인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평소에 노출하기 부끄러운 신체의 부분을 진료받는 것 자체에 수치심을 느끼거나, 진료 도구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진료 예약 시 여자 의사에게 진료할 수 있도록 배치해 주는 경우가 많다. 산부인과의 특징적인 진료 도구로는 검진대와 초음파 기계를 들 수 있다.

▲ 소위 ‘굴욕 의자’라고 불리는 산부인과 검진대의 모습이다. (출처/ lether)
▲ 소위 ‘굴욕 의자’라고 불리는 산부인과 검진대의 모습이다. (출처/ lether)

속옷을 탈의한 채 다리를 벌려 부끄러운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검진대는 진료 과정에서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국가에서는 이러한 산부인과 검진대를 비롯한 진료 시스템이 활성화되지 않아, 비교적 불편한 진료환경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를 보편적으로 갖춰 놓고 있기에 타국과 비교했을 때 좋은 점도 존재하는 것이다.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기 모습이다. (출처/ lether)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기 모습이다. (출처/ lether)

자궁 안쪽, 난소 이상이나 자궁 내막, 근종, 용종 등을 확인할 때는 초음파 검사가 필수이다. 복부 초음파보다 질, 항문 초음파가 정확하기에 위 사진과 같은 긴 초음파 기계를 삽입하는 경우가 많다. 성관계가 없었던 사람은 통증을 느끼거나 출혈이 생기는 등의 부담이 크며 성관계 경험이 있더라도 이물질이 삽입되는 사실 자체에 불편함을 느낀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이러한 초음파 검사는 대부분 5~10분 정도 진행된다.

▲표는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 평균 비용 추이를 정리한 것이다. (출처/ 모두닥)
▲표는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 평균 비용 추이를 정리한 것이다. (출처/ 모두닥)

마지막으로 진료 비용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명확하게 필수 진료가 요구되는 진료 항목은 대체로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분류되어 있다. 반면에, 미용이나 성형, 또는 건강증진 목적에 해당하는 필수적이지 않은 진료 항목은 비급여로 분류되어 있다. 산부인과의 급여 · 비급여 항목은 종류도 많고 다양한데, 급여 항목에 포함되는 검사도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 등에서도 산부인과 비급여 검사에 대한 통계와 항목 파악이 불분명하다. 이 중 20대에서 30대가 자주 겪는 △생리불순 △생리통 △부정 출혈 △자궁근종 등은 자궁, 질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 난소, 난관의 질환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초음파 검사는 임산부와 암 환자와 같이 희귀, 난치성 질환의 환자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한다. 의료 정보 플랫폼 ‘모두닥’ 에 따르면 자궁, 질 초음파 검사비용이 평균 약 3만 원에서 4만 원 정도로 쉽게 방문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따를 수 있는 금액이다.

산부인과는 나를 위한 장소

지난 2020년 7월 24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국회의원은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의학과’로 바꾸는 방안의 내용이 담긴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을 대표 발의했다. 이와 더불어 편안하고 친절한 상담, 진료 시스템 제공도 늘고 있다. A씨는 “산부인과 방문 전에 쉽게 인터넷 예약이 가능했고, 병원 내 직원이 친절하게 안내 절차를 제공했다. 또한, 진료 전 상담사와 의사, 간호사 모두 엄마 같은 마음으로 대해주는 것이 느껴져 편하게 진료받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 ‘산부인과’, ‘여성병원’을 포털에 검색했을 때 노출되는 화면이다.
▲ ‘산부인과’, ‘여성병원’을 포털에 검색했을 때 노출되는 화면이다.

자궁 건강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에 자궁 전체 환경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 하복부의 보온에 신경 쓰고 늘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게 좋다. 평소 생리통이 심하거나 생리불순이 심한 경우, 질 분비물이 많거나 여성 질환을 겪고 있다면 반드시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특히 자궁경 부암은 다른 암과 달리 유일하게 예방접종이 존재하며 26세 이전에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받으면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성 건강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당신의 소중한 그곳을 잘 지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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