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과 바다
E. 헤밍웨이 지음
황유원 옮김
휴머니스트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 수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
표면적인 내용으로 보았을 때, 『노인과 바다』는 노인이 고기를 잡으려 바다에 나갔다가 물고기를 잡지만 돌아오는 길에 살점을 다 잃어 앙상한 뼈만 남긴 채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하지 만 이는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노인은 그 과정에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최선을 다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책의 80% 가까이를 읽을 때까지 노인은 물고기를 잡으려 사투한다. 그리고 나머지 20%에서는 물고기를 잃는다. 노인은 물고기를 잡은 후 상어 떼에 물고기가 다 뜯겨버릴 것을 알고도 상어 떼와 맞서 싸웠다. 필자는 어차피 다 잃게 될 물고기라면 힘들게 왜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노인은 자신의 마지막 낚시가 될 수도 있었던 마지막 여정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인은 자신이 노력하든 안 하든 결과적으로 물고기를 잃게 됨이 확실한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기를 지키려 노력한 것이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에서 파멸은 물질적 가치, 패배는 정신적 가치를 의미한다. 즉, 노인은 물질적으로는 파멸한 것일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는 조금도 위축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애써 잡은 청새치를 상어 떼에 모두 빼앗겨도, 자신의 힘으로 상대하기 힘든 무자비한 힘에 맞서 파멸한다고 해도, 최선을 다한 삶이었기에 결코 헛되거나 무가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노인의 노력과 열정은 우리에게 때로는 거칠고 비정한 인생의 바닷속에서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어느 새부터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진실로 노력하는 과정의 즐거움을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애초에 나 자신 만을 위해 불타는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 적이 있던가. 스스로 삶에 대한 열정과 과정에 대한 즐거움을 되찾고 싶은 분,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누구 앞에서도 당당한 인생을 살았던 노인의 마지막 낚시 여행을 보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