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축제, 그리고 범지구적인 걱정이 된 기후위기 〈11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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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축제, 그리고 범지구적인 걱정이 된 기후위기 〈1114호〉
  • 명대신문
  • 승인 2023.04.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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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는 꽃샘추위 뒤에 만나는 보드랍고 화창한 바람인 ‘명지바람’ 이야기를 했다. 오늘은 벚꽃 축제와 기후위기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벚꽃 축제가 취소됐는데, 올해 용인캠퍼스에서는 봄 가뭄을 해소할 단비가 내린 가운데 지난 4~6일 벚꽃 축제가 열렸다. 벚꽃(cherry blossom)은 장미목 장미과 앵두나무아과 벚나무속에 속하는 벚나무에서 피는 봄꽃으로 우리나라, 일본, 대만, 네팔, 이란, 유럽, 미국 등 북반구의 온대지역에서 볼 수 있다. 그 열매는 버찌(cherry)라 한다. 우리나라에서 벚꽃은 오랜 옛날부터 자생해왔다. 벚꽃의 기원에 관하여 프랑스인 신부 타케는 제주도에서 1908년 제주벚나무 자생지를 찾아냈고, 1962년 박만규 국립과학관장은 “벚꽃은 우리 꽃이며, 한라산이 원산지”란 주장을 폈고, 실제로 한라산에서 왕벚나무 자생지를 확인했다. 다만, 최근 2018년 연구에서는, 제주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 사이에 유전적 뒤섞임은 없어서, 우리 벚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일본 왕벚나무는 일본에서 기원한 것이라 한다.

우리 선조들은 봄꽃 구경을 좋아했는데, 지금처럼 벚꽃이 주인공은 아니었다. 사군자의 하나인 매화, 그리고 복숭아꽃(桃花), 살구꽃(杏花)이 으뜸 버금이었고, 먹는 꽃인 진달래는 참꽃으로 불렀다. 정극인의 상춘곡(賞春曲)에서는 “도화행화(桃花杏花)는 석양리예 퓌여 있고”, 동요에서는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라는 구절이 나온다. 하지만 벚꽃도 어엿한 궁중 문양의 하나였고, 목재로 더 사랑받았다. 활 만드는 재료로 나라를 지켰고, 특히, 유네스코 유산인 해인사 대장경판도 절반은 산벚나무로 나머지는 돌배나무로 만들어졌다. 참고로 일본에서 봄꽃축제는 하나미(花見, はなみ)인데, 원래는 매화였으나 차츰 벚꽃으로 바뀌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벚꽃 축제라는 이름에서 벚꽃이 사라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이상고온 등 기후변화로 벚꽃 피는 시기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 4월 중순이던 서울의 벚꽃 개화시기는 최근 3월 하순으로, 그리고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머잖아 2월에 벚꽃을 볼 것이라 한다. 인구문제가 우리나라의 걱정거리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역차원의 걱정이라면, 기후변화는 범지구적인 걱정이다. 봄이 왔으나 봄 같지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처럼, 우리가 기후변화에 소홀하다면 기후난민, 기후 우울증은 남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나부터 실천하여 부활의 기쁨을 지구에 사는 뭇 생명과 함께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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