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식 밥값 안 내는 부모들 〈11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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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식 밥값 안 내는 부모들 〈1114호〉
  • 김나영 사회문화부 정기자
  • 승인 2023.04.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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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자 처벌 강화됐지만 쉽지 않아

지난 2월, 여성가족부가 ‘제28차 양육비이행심의위원회’를 거쳐 양육비 미지급자 97명에게 제재를 결정했다.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 제재조치는 2021년 7월에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제재조치가 결정된 97명 중 채무액이 1억2560만원으로 출국금지 · 운전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A씨는 제재를 받자 밀렸던 채무액을 전부 지급하고 명단에서 이름을 뺐다. 양육비 채권이 발생하고 제재조치를 받기까지, 줄 수 있었던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자신의 미성년자녀를 키우기 위한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양육비를 받아내기 위해 몇 년의 시간을 쏟는 양육비 채권자들의 현 상황을 짚어보려 한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양육비이행법’)에서는 ‘양육비’를 “「민법」 제4조에 따른 성년이 아닌 자녀를 보호 · 양육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라고 정의한다. 미성년자녀를 둔 가정이 해체되고 양육비 채권이 발생하는 경우,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양육비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정해진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법무법인 숭인의 양소영 대표(이하 양 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법과 판례는 부모에게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함을 기본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라면서 “만일 이혼 등의 사정으로 인하여 부모 중 어느 한쪽만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에도 비양육자와 양육비를 분담하고, 설령 비양육자가 소득이 없더라도 최소한의 양육비라도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비양육자의 양육비 지급 의무는 비양육자가 미성년자녀를 만나서 교류할 권리인 면접교섭권과 대가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라고 양육비 지급 의무가 법적으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전했다. 이러한 법리를 통해 미성년자녀의 부양에서 부모의 의무인 양육비는 자녀의 생존에 가장 직접적인 의미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실시한「한부모 가족실태조사」(이하 ‘여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전체 2,848명 중 양육비를 한 번도 받은 적 없는 한부모가족이 72.1%, 과거에는 받았으나 최근에는 받지 못한 한부모가족이 8.6%로 2021년에 양육비를 받지 못한 한부모가족의 비율이 약 80.7%라는 결과가 나왔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의 여가부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거나 과거에는 받았으나 최근에는 받지 못한 한부모가족 비율이 △2015년 약 89.3% △2018년 약 78.8% △2021년 약 80.7%로 지난 6년간 80% 남짓의 한부모가족이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했다. 요컨대 양육비가 필요한 아동 중 80%는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양육비를 미지급하면?

: 4년 전에는 아무 문제 없어

과거 양육비는 주지 않아도 되는 채무라는 인식이 강했다. 양육비 채권이 발생해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시 처벌을 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양육비 미지급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관련 법안이 만들어진 것은 현재로부터 10년도 채 되지 않은 2014년이다. 2014년이 돼서야 ‘양육비이행법’이 제정됐고 2015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률 시행 초기에는 제재나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실제 효력은 미약했다. 이를 바로잡고자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구 배드파더스)’(이하 양해들)이 등장했다.

양해들은 과거 배드파더스라는 이름으로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얼굴 사진, 나이, 거주지를 공개했다. 신상 공개로 인해 양육비 미지급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2021년 7월,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처벌을 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양육비이행법’이 개정됐다. 개정된 내용에 따르면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형사처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의 벌금) △운전면허 정지(최대 100일) △출국 금지(최대 6개월) △정부 기관 홈페이지에 명단 공개(최대 3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개정된 법안이 양육비 지급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세간의 기대와는 달리 ‘양육비이행법’에 일명 ‘독소조항’이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네 개의 조치 모두 가사소송법에 따라 감치 집행을 한 후에야 신청할 수 있는데, 감치 판결을 받아내기가 매우 까다롭다는 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양육비이행법’의 독소조항

: 처벌이 가능한데, 가능하지 않다고?

▲표는 양육비 미지급이 발생하고, 제재조치가 취해지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표는 양육비 미지급이 발생하고, 제재조치가 취해지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제재를 취하는 과정은 위 표와 같다. 양육비 채권이 발생하면 양육비 채무자와 채권자의 관계가 성립되어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정해진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만일 채무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이행명령 소송과 감치*명령 소송을 거쳐 제재를 취할 수 있다.

①감치명령 소송

이행명령 소송은 양육비 채무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 이행명령이 떨어지고 나서 3개월 동안 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감치명령 소송을 통해 채무자를 최대 30일간 감치할 수 있다. 이때 감치명령 소송에는 두 가지 문제가 따른다. 먼저 감치 재판을 열기 위해서는 채무자에게 감치 신청서를 송달해야 하는데 위장전입과 폐문부재로 신청서 송달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감치는 인신을 구속하는 집행력을 가지기 때문에 채무자가 감치명령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재판이 가능하다. 공시송달**을 통해 송달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정을 개정할 수 있긴 하지만, 양육비 채권 문제는 가사소송 절차에 속하기 때문에 공시송달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또 다른 문제점은 감치 판결을 받더라도 6개월 이내에 감치를 집행하지 않으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점이다.

‘양육비이행법’ 내 감치명령이 ‘독소조항’이라는 목소리에 대해 양 변호사는 “사단법인 양육비총해결연 합회에 의하면, 보통 양육자들이 감치결정을 받기까지 2~3년 정도가 걸리고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간 종결 사건 기준 이행명령 소송 신청 인용율은 평균 50%, 감치결정을 받아도 실제 경찰 유치장에 구인하는 집행률은 10%에 불과하다”라면서 “감치결정을 받는 것 자체가 상당히 까다로운데 이를 ‘양육비이행법’상의 4가지 제재조치 신청에 선행요건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행강제 법안들이 신설되어도 양육비 채권자들이 여전히 법률에 접근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또한, 같은 이유로 양 변호사를 포함한 다수의 양육비 관련 전문가들은 ‘양육비이행법’상의 제재조치에 가사소송법상의 이행명령 소송 결정을 요건으로 하는 부분의 삭제를 바란다고 밝혔다.

 

*감치: 법원의 명령 등을 위반한 의무자에 대해 권리자가 감치에 처하는 재판을 신청해서 법원의 결정으로 의무자를 경찰서 유치장, 교도소 또는 구치소 등 감치시설에 구인(拘引)하 는 제재임.

**공시송달: 민사소송법에서 당사자의 주거 불명 따위의 사유로 소송에 관한 서류를 전달하기 어려울 때에 그 서류를 법원 게시판이나 신문에 일정한 기간 동안 게시함으로써 송달한 것과 똑같은 효력을 발생시키는 송달 방법임.

②제재조치

감치 판결이 진행되면 세 개의 제재를 가할 수 있으며, 그 뒤로 1년 동안 양육비가 지급되지 않았다면 최종적으로 형사처벌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제재를 가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제재를 가하기 위해서는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여가부의 심의가 정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심의 개회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또한 제재를 모든 미지급자에게 가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는데,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채무자에게는 운전면허를 정지할 수 없으며 출국 금지를 신청하려면 채무액이 3천만 원 이상이거나 3기(期) 이상 이행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명단 공개의 경우 사진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양해들에서 진행하는 신상 공개보다 효력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해들 구본창 대표(이하 구 대표)는 “여가부에서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 공개를 하겠다고 해서 2021년 사이트를 닫으려 했다. 그런데 여가부에서 진행하는 신상 공개에는 미지급자의 사진이 포함되지 않았다”라며 “얼굴을 공개해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는데, 동명이인의 가능성까지 생긴 이상 채무자들이 압박감을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 활동을 재개했다”라고 답했다.

 

양육비 대지급 제도

: 국가가 양육비 선지급해야

정부는 계속해서 양육비 해결을 위해 양육비 대지급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양육비 대지급 제도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바 있고, 지난 2021년에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국가 대지급 제도를 포함한 일명 ‘양육비구상권법’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양육비 대지급 제도란 양육비 채무자가 양육비 지급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해당 아동이 최소한의 수당을 지급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하는 제도다.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한 다음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해당 금액을 회수하여 국가가 양육비 지급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경제 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대부분은 다양한 유형의 대지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덴마크 △독일 △오스 트리아 △헝가리 등의 국가가 대지급 제도를 운영 중이며, 그중 덴마크는 정부기관의 주도하에 채무자에게 제재조치로 자산압류 및 매각과 형사기소 및 수감을 진행한다.

윤석열 정부는 양육비 대지급 제도와 같은 맥락인 ‘양육비 선지급제’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당선 후 발표한 1차 국정과제 110개에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포함하지 않았다. 이에 당사자들의 반발이 일자, 2차 국정과제에서는 양육비를 언급했으나 2025년까지 관련 기관을 검토하겠다고만 명시했다. 그러나 여가부 실태조사에서 ‘양육비 이행 확보를 위해 시급한 제도’를 설문한 결과, 조사 대상 2,848명 중 44.4%가 ‘양육비 긴급지원 확대/양육비 대지급(선지급)제도 도입’을 뽑으며 ‘미이행자 처벌 강화(31.5%)’와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역할 강화(23.6%)’보다 선지급제도의 도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 변호사는 “선지급 공약은 한부모 양육자들이 가장 희망하는 제도다. 많은 한부모 양육자들은 아이를 홀로 양육하면서 생계를 책임지고 소송까지 하느라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은 부담과 고통을 겪고 있다”라고 전했다.

 

아이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

양육비는 아동 · 청소년의 생존권과 연결돼있고 그런 점에서 양육비 비지급이 일종의 아동학대라고 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 대표는 “현재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민사가 아니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은 법적으로 양육비 미지급을 일종의 아동학대라고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밝혔다. 또한 양 변호사는 “‘양육비이행법’에 특별히 형사처벌 조항까지 도입된 것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더 이상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공적인 관심 사안이 되었다는 것을 나타낸다”라면서 “양육비 미지급으로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이상 일종의 아동학대죄라고 생각하고 더 나아가 아동 복지법에 아동학대의 한 유형으로도 규정되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양 변호사는 양육비 문제가 지속되는 근본적인 이유로 양육비가 미성년자녀를 양육하는데 필요한 돈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비양육자의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게 돕는 문화를 꼽았다. 이에 대해 “아직도 양육비를 주지 않기 위해 비양육자들의 가족이나 재혼 배우자 등이 명의를 빌려주며 재산을 은닉할 수 있도록 돕는 사례가 존재한다”라면서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미성년자녀에 대한 부모의 부양의무와 책임의식을 당연시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다른 문제로는 전혼배우자간의 감정싸움을 들며 “서로에 대한 안 좋은 기억으로 헤어졌기 때문에 양육자 입장에서는 아이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든다”라며 “원활하지 못한 면접교 섭은 양육비 미지급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혼 가정들의 비양육자가 미성년자녀들을 자주 만나서 교류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양육비 지급이 아이들의 생존권과 연결돼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정에서 미성년자녀를 건강하게 양육하기 위해서는 의식주를 비롯한 교육, 건강 등의 문제를 책임질 양육비가 마련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재정 상태에 맞게 가정법원에서 정한 금액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자녀를 위해 지급해야 한다. 특히, 양육비를 지급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회피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걱정하지 않고 미성년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사회, 스스로에게 부끄럼없이 부모의 책임을 다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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