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Bucket) 안에 청년의 행복을 〈1110호(종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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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Bucket) 안에 청년의 행복을 〈1110호(종강호)〉
  • 박윤 기자
  • 승인 2022.11.2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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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삶의 원동력에 불을 지피는 버킷리스트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한 김호준 저자의 논문「청년들의 버킷리스트(2017)」(이하 김호준 저자 논문)에 따르면, SNS 트렌드 분석 틀인 소셜 매트릭스를 통해 청년들의 감정을 분석해 본 결과 △죄송하다 △이상하다 △잘못되다 △눈물 흘리다 △힘들다 △위기 △위험 △헬조선 △미안하다가 키워드로 도출됐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진행한 ‘2021년 버킷리스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가 가장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는 ‘취업 및 이직(49.7%)’이었다.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자 ‘경제적인 여유(42.2%)’와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지(34.4%)’라고 답했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걸 적는 버킷리스트’의 의미는 현실과 타협하며 경제적 여유를 바라는 ‘이뤄내야만 하는’ 리스트가 됐다. 그렇다면 청년들에게 진정한 버킷리스트란 어떤 의미로 작용해야 할까?

▲사진은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20~40대 성인남녀 1,969명을 대상으로 ‘2021년 버킷리스트’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이다. (출처/ 잡코리아)
▲사진은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20~40대 성인남녀 1,969명을 대상으로 ‘2021년 버킷리스트’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이다. (출처/ 잡코리아)

 

버킷리스트(Bucket List)란?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버킷리스트’를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리스트’로 정의하고 있다. 영어로는 ‘Bucket List’인데 중세 시대에 스스로 생을 마감할 때 목에 밧줄을 감고 양동이를 차 버리는 ‘Kick the Bucket’ 행위에서 유래됐다.

영화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2007)>을 통해 버킷리스트가 어떻게 실현되는지 알 수 있다. 가난하지만 한평생 가정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정비사 ‘카터’와 자수성가한 백만장자이지만 괴팍한 성격 탓에 주변에 아무도 없는 사업가 ‘잭’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떠나는 버킷리스트 모험을 담은 이 영화는 개봉 후 미국비평가 협회상을 수상하고, 네티즌 평점 9.1을 기록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중들은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버킷리스트 작성에 몰두했고, 흘러가는 삶을 돌아보며 시간의 소중함, 행복 등에 대해 고찰했다. 그렇다면 버킷리스트의 어떤 점이 사람들의 삶에 변화구를 던져줬을까.

▲사진은 영화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2007)〉의 포스터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사진은 영화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2007)〉의 포스터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버킷리스트와 행복

우리 대학 방목기초교육대학 이현주 교수(이하 이 교수)는 “생애 단계에 따른 발달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나가는 것이 행복의 기반이다”라며 “20대 청년기에 있어서 중요한 행복의 기반이 되는 생애 발달과제 중 하나는 자아정체성에 기반한 생애 목표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전체 인생을 통해 추구하는 생애 목표를 수립하는 동시에 이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하위목표들을 설정해 각 목표들을 조화롭게 추구하는 것은 행복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라면서 “버킷리스트와 같이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들을 목록화해 각 목표들의 위계와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목표추구와 목표성취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목표는 자신의 현재 위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라고 청년기의 생애 발달과제와 행복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목표와 현재 상태와의 차이가 작을수록, 목표에 접근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행복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즉,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목표를 설정하고 이루어가는 진척 속도를 모니터링하고, 이에 따라 자신이 가진 자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하고 노력해 나가는 자기조절 과정은 목표성취와 행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라고 버킷리스트와 청년기 행복을 연결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버킷리스트와 같이 목표를 기술하여 목표 의도(goal intentions)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공부하기’ 등과 같은 구체적인 목표 행동에 대해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도서관에서 공부하기’와 같이 실행 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s)를 가지는 것이다”라며 아래의 대표적 연구자료를 제시했다. 이어 이 교수는 “버킷리스트의 목표 의도와 같이 구체적인 실행 의도를 함께 형성하는 것이 실제 버킷리스트를 성취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림은 이 교수가 제시한 목표 의도와 실행 의도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그림이다. (제공/ 이 교수)
▲그림은 이 교수가 제시한 목표 의도와 실행 의도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그림이다. (제공/ 이 교수)

 

청년들에게 버킷리스트란

김호준 저자 논문에서는 청년들이 부정적인 삶을 사는 이유에 대해 “청년들은 감정 노동의 굴레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감정 노동’이란 우리가 각자의 환경에서 사람을 대하는 일을 수행할 때 타인이 좋아하는 ‘나’가 되기 위해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외모와 표정을 유지하고 자신의 실제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노동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나’가 아닌 가면을 쓴 상태라는 것이다. 김호준 저자는 이에 대해 “잠자는 시간을 빼고 하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간관계 노동 시간 중심의 ‘나’는 있지만 결국 본질적인 ‘나’가 없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라면서 “이 문제는 자신들이 감정 노동자인지 모르는 경우가 더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라고 밝혔다. 이에 청년들의 버킷리스트에 대해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조금 더 즐거울 필요가 있다”라며 “청년들의 버킷리스트는 청년 감정 노동자들이 감정 노동 굴레에서 벗어나 같이 고민하고 활동하면서 스트레스를 타파하는 것이다”라고 서술했다.

지난 2012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926명과 대학생 4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 설문조사에서 대학생들은 △여행(81.1%) △열정적인 사랑(43.4%) △댄스, 악기 등 전문 취미생활 익히기(16.0%) 등이라고 답변했다. 이를 통해 20대가 원하는 버킷리스트의 특징이 ‘나’의 자유와 ‘나’다울 수 있는 순간의 행복으로 나타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프는 잡코리아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한 답변 결과이다.
▲그래프는 잡코리아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한 답변 결과이다.

한편, 설문에 참여한 청년들이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한 답변으로는 금전적 여유가 없어서(46.1%)가 가장 컸고, 다음으로 △언젠가 하겠지 하는 마음에 자꾸 미루게 돼서(35.8%) △당장 너무 바빠 시간이 없어서(16.1%) 등이라고 답했다.

▲그래프는 잡코리아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버킷리스트를 실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답변 결과이다.
▲그래프는 잡코리아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버킷리스트를 실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답변 결과이다.

 

작은 것부터 시작되는 버킷리스트

김종삼 습관경영전문가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 ‘3주 버킷리스트 챌린지’에서 “버킷리스트는 자신 이루고 싶은 꿈을 작성하는 것으로, 미래형 동사로서의 의미이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버킷리스트에 적어 놓은 것들은 과거의 것이 되며 우리의 책상 서랍 안에 숨겨 두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은 지금 당장 이루기에는 거창한 계획이 될 수 있다”라며 “버킷리스트는 작은 습관부터 고치는 것처럼 우리가 주변에서 하고 싶은 것 중 이룰 수 있는 것들부터 리스트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라디오에서는 3주 버킷리스트 작성법을 제시했는데 3주간 작은 성공 경험을 쌓으며 더 큰 리스트를 실행할 수 있는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버킷리스트는 ‘해야 하는 것’, ‘이뤄내야만 하는 것’과 같이 압박감을 주거나 거창하게 느껴지는 것을 적는 게 아니다. 자신의 주변부터 자기 본연의 행복 찾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삶을 고민하고 성찰하며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작은 행복을 만끽할 줄 안다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걸 이뤄냈을 때 올바른 길,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우리 삶 자체가 어쩌면 버킷리스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20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먼저 차근차근 실행하고, 그렇게 본인 삶의 버킷리스트를 채우며 나다워지기 위한 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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