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위험사회와 열린사회 〈1108호(창간기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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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위험사회와 열린사회 〈1108호(창간기념호)〉
  • 명대신문
  • 승인 2022.11.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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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國家哀悼期間)을 보냈다. 이는 국가를 상징하는 인물이 서거하거나 많은 희생자를낸 참사가 났을 때에 국가적으로 기간을 정해 슬퍼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법적 근거는 없었으나 과거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피격 후에 처음,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이태원 핼러윈 압사 후 두번째로 선포하였다. 지난달 29일 22시 15분,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작은 골목에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압사하여 18.24m²의 공간에서 156명이 희생되었다. 사고에 의한 사망자냐 참사에 의한 희생자냐 논쟁을 떠나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비극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1986년 저서 ‘위험사회(Risk Society)’에서 21세기를 “위험이 사회의 중심 현상이 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 예측하였다. 당시 체르노빌 원전 참사가 있었다. 그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안전’의 가치가 ‘평등’보다 중요해지고, 위험은 지역과 계층과 관계없이 평준화될 거라고 했다. “부 (富)에는 차별이 있지만, 스모그에는 차별이 없다.” 이러한 위험은 자연재해나 전쟁 같은 불가항력적 재난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적인 환경과 결합하여 나타나는 부작용이며 대처 과정에서 인간의 잘못된 판단이나 행동이 개입해 비극이 되는 인위적 위험이다. 1990년대 사고공화국이던 우리나라는 금세기에도 세월호 침몰, 살균제 피해, 이번에는 이태원 압사를 겪었다.

위험사회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울리히 벡은 소통을 강조했다. 위험관리에서 안전을 넘어 안심의 단계로 나아가려면 소통을 통한 신뢰와 협력, 시민 참여가 필요하다. 이기적인 외면, 반목과 혐오가 아니라 믿음을 바탕으로 ‘성찰적 근대’ 즉 위험을 포함한 모든 준비를 국가와 전문가가 독점하지 말고 시민들과 소통하고 공론의 장에서 문제해결한다. 이는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이 주창하고 오스트리아 사상가 칼 포퍼가 계승한 열린 사회(Open society)와 맥이 닿는다. 특히 칼 포퍼는 1938년 히틀러의 침공 소식에 “열린사회와 그 적들(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 저술을 시작하였는데, 열린사회는 정보의 개방, 관용(똘레랑스)을 바탕으로 한 민주사회를, 닫힌사회는 전체주의에 기초한 나치 또는 공산사회를 말하며, 열린사회는 닫힌사회에 불관용해야 한다.

핼러윈은 고대 아일랜드 켈트족 풍속에서 죽은 영혼이 산 자에게 머물다 새해인 11월 1일 내세로 떠나간다는 ‘삼하인(samhain)’ 명절이 기원으로, 이후 교황 보니파시오 4세가 11월 1일을 모든 성자들의 날(All Hallow Day) 로 정하면서 아일랜드에서 그 전야제 (Hallows' eve)에 삼하인 풍속을 더해 핼러윈(Halloween)으로 된 것이다. 우리는 이태원 핼러윈의 교훈을 어떻게 승화해야 할까? 애도와 더불어 위험사회, 열린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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