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의 어떤시선] 구애〈求愛〉, 어쩌면 그들에게 받는 위로 〈1107호〉
상태바
[뉴스펭귄의 어떤시선] 구애〈求愛〉, 어쩌면 그들에게 받는 위로 〈1107호〉
  • 남주원 뉴스펭귄 기자
  • 승인 2022.10.11 0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주원 뉴스펭귄 기자
남주원 뉴스펭귄 기자

요즘 ‘환승연애’, ‘돌싱글즈’ 등 짝을 찾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나 역시 지난 연애와 미래의 인연을 생각하며 재밌게 보고 있다. 순간순간 출연자들에게 ‘과몰입’도 하고 댓글 반응도 열심히 살펴본다. 사람들과 만나면 빠짐없이 나오는 화두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요새 아주 그냥 ‘짝짓기’ 프로그램이 판을 친다”라며 진절머리낼 정도로 최근 들어 이런 류의 콘텐츠가 대거 쏟아지고 있다. 트렌드라는 사실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사실 연애, 결혼, 사랑은 시대를 불문하고 늘 인류 관심의 중심에 있었다.

서른한 살도 이제 겨우 세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쏜살처럼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일은 기적임을 온몸으로 느낀다. ‘인연’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 늘 품고 살며 무너졌다 살아났다를 반복한다.

인생에서 제 짝을 찾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가끔은 다 포기하고만 싶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발견하고, 구애하고, 선택받고, 이를 위해 기꺼이 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일련의 과정이 버겁고 지친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뭐 하나 쉽게 주어지는 것이 없구나 싶다.

하지만 인간만이 ‘반쪽 찾기’에 노력을 기울인다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동물들이 짝을 찾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아니, 고군분투한다. 어쩌면 더 치열하고, 더 까다롭게.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란 누구에게도 거저 주어지지 않는 법인가 보다.

멸종위기종 작은플로리캉 수컷은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수직으로 뛰어오르면서 정교하고 기묘한 구애춤을 뽐낸다. 두 다리를 접고 공중을 향해 약 2~3m 도약하는 것이다. 번식기 수컷은 무려 이 같은 행동을 하루에 최대 600번 반복한다.

또 다른 멸종위기종 흰발농게 역시 ‘구애춤’ 하면 빠질 수 없다. 수컷은 열심히 지어놓은 집에 암컷을 들이기 위해 제 몸집보다 큰 집게발을 위아래로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하지만 까다롭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암컷 흰발농게의 마음을 얻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암컷 눈에 들기 위해서는 집게발뿐 아니라 ‘세미돔’이라는 구조물도 잘 치장해 둬야 한다. 암컷들은 대부분 구조물을 지어놓은 수컷을, 또 너무 작거나 과하게 큰 구조물보다는 몸집에 알맞은 크기로 만들어놓은 수컷을 선호한다.

암컷 흰발농게는 수컷의 집과 구조물 크기, 외형, 색, 심지어는 집게발이 깨끗한 지까지 본다. 마치 사람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외모, 성격, 돈, 취향 등 여러 기준을 고려하는 것과 같다. 암컷은 수컷 집 수십 곳을 보러 다니는데, 한번 방문한 곳은 다시 가지 않고 한번 퇴짜를 놓으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암컷의 마음을 얻기 위해 환상적인 모래조각을 만드는 수컷도 있다. 참복과 토르퀴게너속 신종 복어에 속하는 이 수컷 복어는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한순간도 쉬지 않고 모래조각을 만든다. 밤낮없이 열정을 쏟아붓는 까닭은, 그렇지 않으면 물살에 모래조각이 떠밀려 가기 때문이다.

이 모래 조형물은 일명 ‘미스터리 서클’이라고 불린다. 암컷 복어는 수컷이 만든 모래 골짜기와 언덕을 따라 헤엄치다 서클 가운데 알을 낳는다. 수컷 복어는 한번 만든 구조물은 다시 사용하지 않고 구애 때마다 새로 만든다. 복어도 제 짝을 찾기 위해 이렇게나 애를 쓴다.

펭귄은 또 어떠한가. 아델리펭귄, 젠투펭귄 등 일부 펭귄에게 조약돌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수컷 펭귄은 암컷에게 조약돌을 주면서 프러포즈를 한다. 그들은 자기 기준에서 완벽한 조약돌을 발견하면 부리로 집어 마음에 드는 암컷 앞에 가져다 놓는다.

암컷이 그 돌을 받아주면 둘은 평생의 짝이 된다. 조약돌은 인간으로 치면 다이아몬드 반지가 될 수도, 돈이 될 수도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짝을 맺은 두 펭귄은 작고 튼튼한 조약돌을 모아 둥지를 짓는다. 만약 다른 펭귄의 조약돌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면 훔치기까지 한다.

어느덧 10월, 제법 차가워진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작은플로리캉과 흰발농게, 복어와 펭귄의 구애가 조금은 위로가 된다. 체념으로 얼룩진 시린 마음을 다잡고 조금 더 노력해 봐야겠다. 언젠가 나를 알아봐 줄 단 한 명을 위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